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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권, 과거 정권들 나쁜 점 다 합친 것보다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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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B 정권, 과거 정권들 나쁜 점 다 합친 것보다 더해"

[인터뷰]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간단명료했다. 촛불에 대한 감상도,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도 그랬다. 이명박 정부 5년이 가져 올 대한민국 사회의 모습에 대한 전망도 한 문장이었다.

살아온 세월의 중량감 덕일까, "8개의 정권을 겪으면서" 못 본 것 없이 보아 온 날들이 쌓인 역사성일까. 아니면 이명박 정부 자체가 굳이 여러 말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만큼 분명한 탓일까.

무엇이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명쾌했다. 백 소장을 만난 것은 어쩌면 명쾌함을 그에게서는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들불처럼 일어난 '촛불'이 지나가고 보수세력의 반격이 다시 물밀듯이 밀려오는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는 이명박 정부 6개월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그래서 좀더 긴 호흡으로 지난 6개월을 바라볼 수 있는 '꼿꼿한 원로'의 조언을 듣고 싶었다. 지난 26일 서울 대학로 통일문제연구소에서 만난 백기완 소장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감상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지난 모든 정권의 나쁜 점을 다 합친 것보다 더하다."

그는 "해방 곧 뒤 미국이 주도하는 냉전 체제의 파수꾼을 자청한" 이승만 정권보다,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될 사람이며, 될 수가 없었던 사람"인 박정희 정권보다 이명박 정권이 더 나쁘다고 말했다. 백기완 소장은 더 나아가 "박정희와 이승만의 반역성을 다 합쳐도 이명박 정권을 못 따라온다"고 힘주어 말했다.
▲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프레시안

"박정희와 이승만의 반역성을 다 합쳐도 이명박을 못 따라온다"

두 정권의 문제점을 상당한 시간을 들여 설명한 백 소장은 이명박 정권에 대해서는 이 한 문장으로 평가를 대신했다. 사실 백 소장은 이명박 정부를 놓고 "애초부터 기대한 것도 없었다"고 했지만, 고작 6개월이 지난 현 정부의 실정을 얘기하는 그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스스로 '이 늙은이'라 지칭하는 그의 몸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백기완 소장은 "지금 이명박은 자기가 살아 온 과정을 자신의 정치 형태에 반영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찌감치 스스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당당하게 표방한 이명박의 정치는 그가 걸어 온 길에서 비롯된다는 얘기였다.

"이명박이 처음 사회에 나오던 그 시절만 하더라도 대학에 다닌 사람이라면 노동 현장에서 피땀 흘리는 노동자들과 몸을 부대끼는 과정을 거의 다 겪었다. 하지만 이명박은 아니었다. 재벌 회사에 들어가 젊은 나이에 사장이 됐다. 피눈물을 흘린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을 알 리가 없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민주노총 위원장과의 간담회를 하루 전에 파기하는 '무례'를 범하면서 분명히 드러낸 '노동계 무시'를 넘어 현직 위원장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해 "민주노총 역사상 최악의 탄압"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한 현 정부의 노동계 탄압도 결국 '이명박의 삶'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美쇠고기 협상, MB가 미국의 미친 쇠고기 장사꾼의 외판원임을 스스로 드러냈다"
▲ 백기완 소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단순한 친미주의자가 아니"라고 했다. "미국을 우상화 한 허무주의자"라고 덧붙였다. ⓒ프레시안

더 나아가 백기완 소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단순한 친미주의자가 아니"라고 했다. "미국을 우상화 한 허무주의자"라고 덧붙였다. 국민이 그토록 반대하는데도 끝내 밀어붙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도, 남북 관계에는 이상한 실용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에 대해서는 한없이 너그럽기만 한 것도 그래서일까?

기대조차 없었지만 결정적으로 그가 현 정부에 대해 실망하게 된 것은 역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이었다. 그는 "검역 주권만 포기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러 주권 가운데 가장 중요한 생명 주권을 버렸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다시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명박 씨는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의 미친 쇠고기 장사꾼들의 외판원이었음을 스스로 드러냈다."

백 소장은 "이명박 씨는 우리 국민의 대통령도 아니며 우리 민족 성원의 한 사람도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의 이 말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으로 시작돼 100일 넘게 이어 진 촛불 시위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를 짐작케 했다.

한반도 대운하, 영어 몰입 교육 등 출범 전부터 각종 논란거리를 만들어내며 화려하게 등장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참았다 터져 나온 것이었을 뿐이다. 또 이는 백 소장이 현 정부의 가장 심각한 문제를 묻는 질문에 "모든 문제가 다 연관돼 있다. 서로 떨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답한 까닭이기도 하다.

"촛불, 부패와 독재 모든 어두움을 쏘시개로 타오른다"

그는 촛불 시위가 시작된 이래 자주 현장에 나갔었다고 했다. 지난 7월 17일에는 무려 9시간 반이나 촛불 시위에 참여하다 작은 '사고'까지 있었다.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피로로 쓰러진 것이다. "늙었다고 할까봐 창피해서 아무한테도 말도 못 했지만" 그 일로 왼쪽 눈꺼풀이 찢어져 열 바늘이나 꿰맸단다.

그 얘기를 하던 그는 그날 마음을 적은 시 '촛불'을 읊었다. 그 시에는 촛불 시위에 대한 그의 평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평범한 직장인이, 아이 엄마가, 아빠 손을 잡은 아이가, 여중생이 손에 손을 이어 가며 들고 나왔던 촛불은 "어두움을 쏘시개로 삼아" 타오르는 것이었다.

"보통 촛불은 자기 몸을 태워 어둠을 밝힌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촛불의 지조주의적인 측면을 강조한 것이다. 촛불은 그냥 자기 몸만 태워 어둠을 밝히는 것이 아니다. 부패와 독재, 반민족, 반통일적인 모든 썩은 것들을 쏘시개로 타오른다. 그것들을 쏘시개로 온 천지를 밝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아래 태워야 할 것들이 대체 얼마나 많았던 것일까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분석이었다.

"MB, 촛불을 받아들여 점화시켰어야 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촛불을 끄지 못해 안달이었다. 백기완 소장은 "이명박은 그 촛불을 받아들여 점화시켰어야 했다"고 말했다. "(촛불을 점화시켜) 자신의 속에 있는 거짓말과 반동성에 불을 질러"야 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스스로의 어두움을 태우기는커녕 오히려 광범위한 '촛불 대반격'을 신들린 듯 벌이고 있다. 네티즌이 구속됐고, 민주노총 위원장은 수배 생활을 하고 있으며, 한국방송(KBS) 사장은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잘려나갔고,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시위대 체포조가 등장했고, 빨갛고 파란 색소 총이 시민들을 겨냥해 난사됐다.

백기완 소장은 다시 한 마디로 말했다.

"정신 차려야 한다."

"이명박 5년 후? 상상하기 힘들만큼 끔찍하다"

정신을 차릴지, 더 놓을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그의 임기는 아직 4년 6개월이나 남았다. 이명박 5년 후 대한민국은 대체 어디쯤에 있을까? 그는 "너무 끔찍해서 상상을 하기조차 싫다"고 했다. "소름이 끼친다"고 덧붙였다.

"경제? 절대로 안 살아난다. 재벌 경제만 살리겠다는데 그렇게 해서는 더 수렁에 빠질 것이다. 사람의 몸에 들어와 살과 피만 먹는 던적(박테리아의 순 우리말)이 더 활발하게 활동할 것이다."

또 미국에 대한 종속성도 강화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우리 겨레의 '하제', 희망인 통일도 물 건너간다"고 말했다. 그가 얘기하는 통일은 단지 남북 관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통일도 멀어진다고 했다. 이미 양극화된 사회지만,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삶의 격차 뿐 아니라 마음의 격차까지 더 넓어진다는 말이었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긴, 한반도를 운하로 둘로 가르겠다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사람에게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더 말해 뭣 하겠냐마는…."

"5년 안에 끝내야 한다"

"그래서 5년 안에 끝내야 한다"고 그는 못 박았다. 그를 위해 가칭 '이명박 정권 청산위원회'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대체 "무엇이 잘못 되었고 어떻게 이 정권을 청산해야하는지"를 털어 놓고 얘기하자 했다.

"이 늙은이도 끼워준다면 그 자리에서 함께 토론하고 싶다"는 그의 눈에는 '이명박 아웃(OUT)'을 외치던 수백만의 촛불이 다시 일렁이는 듯 했다.
▲이명박 5년 후 대한민국은 대체 어디쯤에 있을까? 그는 "너무 끔찍해서 상상을 하기조차 싫을 만치"라고 했다. "소름이 끼친다"고 덧붙였다.ⓒ프레시안

다음은 이날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프레시안 :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으로 시작된 촛불 시위가 100일이나 이어졌다. 그 동안 촛불 시위에 참여해 보았나?

백기완 : 물론이다. 하지만 대개 맨 뒤에 있었다. 특히 지난 7월 17일엔 9시간 반을 따라다녔다. 그 다음날 아침 너무 피곤해 출근길에 쓰러졌다. 왼쪽 눈꺼풀이 찢어져 열 바늘을 꿰맸다. 이 늙은이가 9시간 반을 따라다니다가 픽 하고 쓰러진 것이다. 늙었다고 할까봐 창피해서 아무한테도 말도 못 했다. 그때 내 심정을 적은 시가 있다. '촛불'을 한 번 읊어 보겠다.

촛불이/ 아우성보다 더 아각대는 거리/ 슬며시 낑겼더니/ 내가 가장 먹은 것 같으다
쫓아가도 가도 맨 뒤 꼬래비/ 그래도 앞이 터오는 게 마냥 신이나/ 따라붙기 아홉 시간 반
허리, 다리를 가누질 못 하겠다/ 삐걱하다 촛불을 떨구었건만 아 오늘의/ 촛불은 어두움을 쏘시개로 삼는가/ 떼굴떼굴 꺼질 줄을 모르고 활활
발을 굴렀다/ 어디로 돌아가랴 바로 여기가/ 온몸을 들이밀 아궁인 것 같아/ 처진 목을 아삭아삭 뽑았네


보통 촛불은 자기 몸을 태워 어둠을 밝힌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촛불의 지조주의적인 측면을 강조한 것이다. 나는 그보다도 '촛불은 어둠을 쏘시개로 타오른다'고 썼다. 촛불이 부정부패, 반독재, 반민주, 반민족, 반통일적인 썩어문드러진 것을 쏘시개로 타오른다는 의미다. 촛불은 그냥 자기 몸만 태워 어둠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부패와 독재를 태워 온 천지를 밝히는 것이다.

또 시 구절 중에 '아삭아삭 목을 뽑았네'라는 구절은 죽고 싶었다는 말이다. 나는 촛불 집회에서 나를 돌아 봤다. 그리고 내가 온 몸을 태워야 할 때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이번 촛불 집회로 한층 더 사람이 되었다.

프레시안 : 하지만 한켠에는 촛불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명박 정권만 하더라도 촛불을 끄지 못해 안달이었다.

백기완 : 촛불을 놓고 긍정과 부정의 양단 논리로 보는 방법론 자체가 잘못됐다. 촛불은 자기 속에 있는 녹슨 것들을 태우는 것이다. 그러므로 양단 논리로 볼 것이 아니라 자기 속에 있는 목숨과 생명에도 불을 켜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시민들이 목숨으로 태우는 촛불에서 불을 댕겨 올 줄을 모른다. 오히려 끄려고만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명박 정권의 반동성이 드러난다. 불을 받아와 점화시켜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명박 정권에게 경고하는 것이다. 정신 차려야 한다.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가 촛불을 받아들여 점화해야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백기완 : 촛불은 거짓말을 쏘시개로 해서 타야한다. 그러므로 이명박 씨 자신도 자기 속에 있는 거짓말과 반동성에 불을 질러야 한다는 뜻이다.
▲ "이명박 정부는 시민들이 목숨으로 태우는 촛불에서 불을 댕겨 올 줄을 모른다. 오히려 끄려고만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명박 정권의 반동성이 드러난다. 불을 받아와 점화시켜야 한다." 백기완 소장은 촛불 정국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다. 각계에서 이미 지난 6개월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선생님은 오래 사신 만큼 이전 정권과의 비교도 가능할 것 같다.

백기완 : 오래 살았다. 정권을 8개나 겪었다. 그 가운데도 이명박 정권은 지난 모든 정권을 다 합친 것보다 심각하다. 지난 모든 정권의 나쁜 점을 다 합한 것보다 이명박 정권이 더 나쁘다.

두 가지 정권을 예로 들어보자. 이승만 정권은 부패하고 반동적인 정권이었다. 이승만은 전 세계를 나눠 지배하고자하는 미국의 분할 지배, 즉 냉전 체제의 파수꾼이었다. 해방 6개월 만에 그가 군사 분계선을 국경선으로 하자고 주장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통일이란 말만 해도 반역으로 몰았다. 분단 독재이면서도 미국의 앞잡이 독재였던 것이다. 이보다 이명박 정권의 독재성은 더욱 악랄하다.

박정희는 어떤가? 그는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될 사람이며, 될 수가 없었던 사람이다. 박정희는 3대 반역을 저질렀다. 일제 강점기 때 친일파였으니 민족 반역자다. 해방 직후 공산당 조직에 들어가 자기만 살아남았다. 이념을 떠나 인간을 배신한 인간 반역자다. 독재에 피의 죽음으로 항거한 4·19 이후 총칼을 앞세워 정권을 찬탈했으니, 민주 반역자다.

그런 그가 미국과 일본의 독점 자본을 물질적 기반으로 삼아 군사 정권을 세웠다. 분단을 영구화하려고 유신 독재를 자행했다. 박정희는 '부패 부정도 정권을 잡을 수 있다'는 전례를 만들었다. 총칼로 사람과 겨레를 죽인 반역자와 배신자가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다. 단순한 분단 독재가 아니라 분단 군사 파쇼 독재였다.

그런데 이런 박정희와 이승만의 반역성을 다 합쳐도 이명박 정권을 못 따라온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지금까지의 내 결론이다.
▲백 소장은 "이명박 씨는 우리 국민의 대통령도 아니며 우리 민족 성원의 한 사람도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의 이 말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으로 시작돼 100일 넘게 이어 진 촛불 시위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를 짐작케 했다.ⓒ프레시안

프레시안
: 이명박 정권의 반동성, 반역성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백기완 : 내가 유신 반대 투쟁을 하다가 잡혀갔을 때 내가 가진 옷이라고는 입고 있던 옷 한 벌 뿐이었다. 그런데 심문관이 내게 "늘 멋쟁이처럼 옷을 입고 다니는데 옷이 한 벌 뿐일 리가 없다. 제2의 주소, 비밀 거처가 어디냐"고 캐묻더라. "나는 이 옷 한 벌 뿐"이라는 말을 그들은 안 믿었다.

이 일은 사람을 볼 때 사람의 속에 있는 마음을 보는 게 아니라 겉모양만 보는 박정희 정권의 본질을 보여준다. 겉모양만 보는 것은 썩어 문드러진 자본주의 문화에 병들었다는 얘기다. 썩어 문드러진 자본주의 문명의 아류다. 본류도 아닌 것이다. 이런 박정희가 무엇을 했겠는가. 완전무결하게 미국의 한반도 분단 지배 위기를 방패처럼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하지 않았나. 그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민중의 저항을 견딜 수 없으니까 미국의 군사력과 자본, 일본의 독점 자본을 물질적 기초로 하여 분단 파쇼 독재를 저지른 것이다. 역사적인 맥락에 투영해 봐라. 박정희야말로 반민족, 반민주, 반통일, 정권의 상징이지만 이명박은 더하다.

우선, 이명박 씨는 단순한 친미주의자가 아니다. 미국을 우상화한 허무주의자다. 두 번째로는 한반도를 미국의 한 주로 편입시키려고 하는 사람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다. 검역 주권만 포기한 것이 아니라 생명 주권까지 포기했다. 영토, 국민 주권보다 더 중요한 것이 '목숨 주권'이다. 그것을 버렸다. 이명박 씨는 미국 쇠고기 장사꾼들의 외판원이라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너무 실망했다.

세 번째로 이명박은 미국 신자유주의의 앞잡이다. 지난 8·15 대사면만 보더라도 그렇다. 미국 독점 자본의 앞잡이인 국내 재벌들은 다 사면했다. 평범한 사람들은 죽인다, 살린다 하면서 돈 많은 사람의 죄는 사면권을 남용했다.

결국 이명박 씨는 우리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다. 또 우리 민족 성원의 한 사람도 아니다. 자신 스스로가 그렇게 만들고 있다. 내가 그에게 대통령이란 말을 쓰지 않는 까닭이다.

프레시안 :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 참 많은 문제들이 불거졌다. 대운하, 영어 몰입 교육, 공기업 민영화, 남북관계 등 각종 사안에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백기완 : 사실은 이 모든 문제가 다 연관돼 있다.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다. 하지만 딱 두 가지를 언급하고 싶다. 남북관계와 영어 교육 문제다.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현 단계의 가장 큰 염원은 분단의 해소다. 그런데 그 희망의 한 복판에 칼을 박고 있는 조지 부시는 또 다시 북을 '악의 축'이라고 때려 박았다. 분단을 자기들이 강요해 놓고 이제 와서 또 한반도에 총소리를 울리게 하려고 한 것이다. 북측을 악의 축이라고 한 건 그들의 뒤통수를 치겠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전쟁도발 말이다. 전쟁은 7000만을 죽이자는 것이다. 이 땅의 민족 성원이라면 이것을 치고 나와야 했다. 하지만 이명박은 부시를 옹호하는 말만 하는 사람이다. 통일이라는 하제(희망)를 죽이고 있다. 북핵 문제만 해도 그렇다. 어느 한 곳에만 없애자는 것보다 이 땅볕(지구)에서 핵을 몽땅 없애는 싸움을 해야 하는데 이명박은 미국의 전략에 따라만 가고 있다. 입때껏 아무리 반민족적이라고 해도 그런 정권은 없었다.

교육 문제도 심각하다. 공부 잘하는 학생을 대접하겠다는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은 달리 말하면 분단 지배 세력을 옹호하는 사람 만들기라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피눈물 나게 안타까운 것이 영어 교육이다. 나도 어려서 영어 잘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영어도 문화의 한 줄기인 만큼 공부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필요하면 해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투로는 안 된다.

왜냐, 영어 한 마디는 그냥 영어가 아니다. 독 묻은 손톱이다. 한 번 할퀴면 정신까지 썩어 들어가는 독. 영어 한 마디에 썩은 미국 문화를 우리 정신에 쑤셔 박고 있다. '파이팅'이란 말만 해도 그렇다. 요즘에는 시골에 가도 할머니들이 이 말을 쓴다. 그런데 '파이팅'이 무슨 말인가? 'fight', 즉 '싸우자, 때려 죽이자'는 말이다. 축구 하면서 왜 상대를 때려 죽여야 하나? 그런데 사람들은 아무 생각이 없이 쓴다. 학생도, 노동자도, 심지어 언론도 마찬가지다.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과 맞지 않다.

이렇게 영어가 우리 정신을 썩히고 있는데도 영어를 초등학교에서도 가르치고, 그것도 몰입 교육으로 하잔다. 어려서부터 미국을 우상화하는 식민지 의식을 몸에 베이게 하려는 것이다. 미국을 무조건 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미국을 우상화하는 방법으로 영어 공부를 해야 하는가?

진짜 영어의 문학성을 배우고 높이려면 필요한 사람만 해도 된다. 중학교 3학년까지만 기초 영어를 가르치고 고등학교 때부터는 선택해서 공부하도록 해야 한다.
▲ 백기완 소장은 "한 번도 이명박에 대해 기대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명박이 걸어온 길을 보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 이명박 정권 출범 이전과 이후에 생각의 변화는 혹시 있었나?

백기완 : 한 번도 이명박에 대해 기대한 적이 없다. 그에 앞서 민간 대통령이 셋이 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지난 15년보다 이명박이 좀 더 나은 정치를 할 것이라고 한 번도 생각한 적 없다. 이명박을 지지하는 세력은 아주 극우 세력이기 때문이다.

또 이명박이 걸어온 길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명박이 처음 사회에 나오던 그 시절만 하더라도 대학에 다닌 사람이라면 노동 현장에서 피땀 흘리는 노동자들과 몸을 부대끼는 과정을 거의 다 겪었다. 하지만 이명박은 아니었다. 재벌 회사에 들어가 젊은 나이에 사장이 됐다. 피눈물을 흘린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을 알 리가 없다. 지금 이명박은 자기가 살아 온 과정을 자신의 정치 행태에 반영시키고 있다.

프레시안 : 그래서인지, 노동자에 대한 탄압이 도를 넘어서는 분위기다. 특히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다는 말이 많다.

백기완 : 촛불에 대한 탄압이 심하다 하지만 원천적인 탄압은 노동자와 농민에게 가해지고 있다. 특히 노동 유연성을 내세우며 다 쫒아내려고 한다. 민간 정부 들어서 비정규직이 900만 명까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경제 활동의 알기(주체)는 노동자다. 생산의 알기도 노동자고 기술의 알기도 노동자다. 소비를 통해 경제를 순환시키는 알기도 노동자다. 그런데 이 노동자를 해체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이명박은 재벌 경제만 살리겠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경제가 살아날까? 절대로 안 된다. 사람 사는 벗나래(세상)를 사람이 아니라 이미 쥐 망나니, 납쇠(투기꾼)가 판을 치고 있다. 오히려 쫓아내야 할 사람들은 이들이다. 그런데 이명박은 그들의 이익만 대변하고 있다.

▲ "앞으로 나아가는 것 '진보'가 무엇인줄 아나. '불림'이라고 한다. 춤꾼이 판에 뛰어들며 외치는 한소리. 무엇이드냐. 주어진 판은 깨고 새판을 일구자는 한소리, 올곧은 소리, 힘찬 소리를 빚어내야 역사가 나아가는 것이다." 백기완 소장은 긴 인터뷰를 이렇게 정리했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 노동자들이 고통을 겪는 데는, 정부의 노동자 탄압 정책도 있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골도 존재한다. 다른 계급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백기완 : 옛날에도 머슴 가운데도 막종과 안종을 갈랐다. 이를테면 막종은 안대문까지는 못 들어갔다. 안대문부터는 안종이 지고 들어와 안채 마루까지 쌀을 놓고 나갔다. 막종에게는 보리밥은 실컷 먹였지만 옷은 깨끗한 것을 입히지 않았다. 반대로 안종에게는 옷은 깨끗한 것을 입히되 보리밥은 배불리 안 먹였다. 그러면 막종과 안종은 뭐가 나은지를 놓고 서로 싸웠다. 주인이 싸움을 시킨 셈이다. 예부터 지배 계층은 종들을 분열시켜 갈등을 조장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르는 것은 그때 그 수법의 발전 형태다. 그런데 그 방식에 속아 넘어가면 안 된다. 원래 하나인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프레시안 : 이제 겨우 6개월 지났을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4년도 넘게 남았다. 이명박 5년 후 대한민국 사회는 어떻게 될까?

백기완 : 너무 끔찍해서 상상을 하기조차 싫을 만치다. 그래서 5년 안에 끝내야 한다. 그럼에도 매이지 않고 5년을 버틴다면, 우선 이명박이 호언한 경제 회복, 경제 살리기는 구조적으로 더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900만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국내의 썩어 문드러진 착취 구조를 해결하지 않고서 경제 살리기는 말이 안 된다. 더 수렁에 빠질 것이다.

둘째로 대한민국은 미국의 한 주로 편입되는 꼴이 될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국회 비준을 거쳐 발효될 것이고 한미 관계는 미국의 구상대로 '전략적 동맹관계'가 될 것이다. 이는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면 우리도 전쟁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 하나는 문화 예술에 관한 얘기다. 까다로운 얘기지만, 이미 우리 정신은 사라지고 있다. 미국 문화는 던적(박테리아의 순 우리말)이다. 사람 몸에 들어와 살과 피만 먹고 끝내는 이 벗나래(세상)를 썩힌다. 이명박 5년은 그 던적으로 하여 파국을 가져올 것이 뻔하다.

뿐만 아니다. 우리 겨레의 하제(희망)인 통일은 물 건너간다. 단지 남북 통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통일도 사라진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것도 불가능해질 것이다. 소름이 끼친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앞으로 5년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백기완 : 이 자리를 빌려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를 과학적으로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었으면 한다. 가칭 '독선과 독재, 반민주와 반민족, 반진보, 반문명 이명박 정권 청산위원회'를 만들었으면 한다. 그를 통해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어떻게 이 정권을 올바르게 청산해야 하는지를 얘기했으면 좋겠다. 나 같은 늙은이도 끼워준다면 함께 토론하고 싶다.

젊은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 '진보'가 무엇인줄 아나. '불림'이라고 한다. 춤꾼이 판에 뛰어들며 외치는 한소리. 무엇이드냐. 주어진 판은 깨고 새판을 일구자는 한소리, 올곧은 소리, 힘찬 소리를 빚어내야 역사가 나아가는 것이다.

프레시안 : 긴 시간 말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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