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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을 너희가 장식해라"

여자 핸드볼, 오성옥·오영란 투혼으로 값진 동메달

"선배들 마지막 경기다"

작전타임을 부른 임영철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눈을 보며 말했다. 23일 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올림픽 여자핸드볼 3~4위 결정전을 끝으로 오성옥, 오영란, 허순영, 안정화, 홍정호, 박정희 선수 등 한국 여자 핸드볼계의 주역들은 국가대표 유니폼을 벗는다.

모두 10여 년 이상 코트 위를 누벼왔던 선수들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의 한을 씻고 마지막을 금빛으로 장식하려던 꿈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국가대표로의 최후 경기에서 이들은 그 누구보다 멋진 모습을 보이며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의 승리가 사실상 확정되고 경기 종료를 1분 남겨 놓은 시점, 임 감독은 작전시간을 불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장들을 모두 코트 위로 내보냈다. 승부가 결정된 후엔 젊은 선수들로 경기를 마무리하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그는 '선배들'이 코트 위에서 경기를 마감할 수 있게 해주었다.

한국의 동메달의 확정되는 순간, 선수들과 임영철 감독 모두 코트로 몰려나와 '강강수월래' 세리머니를 펼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 여자핸드볼 3-4위전에서 헝가리를 물리치고 동메달을 딴 한국 선수들이 함께모여 빙글빙글 돌며 환호하고 있다.ⓒ연합

▲ 동메달을 딴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임영철 감독에게 헹가래를 선사하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

이날 한국은 헝가리를 33-28, 5점차로 꺾었다. 이로써 1984년부터 7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핸드볼은 두 개의 금메달과 세 개의 은메달에 이어 처음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틀 전 노르웨이와 준결승에서 석연찮은 심판 판정에 의한 패배, 그리고 이의 소청의 기각으로 선수들의 아쉬움과 실망은 컸다. 그러나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워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노르웨이전 직후 억울함에 눈물을 흘렸던 최고참 오성옥(36·히포방크)은 3~4위전이 열리기 전 "선수들이 소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실망하기는 했지만 동메달을 꼭 목에 걸어 응원을 보내주신 국민에게 보답하겠다"는 각오를 밝혔었다. 그리고 그 바람은 이뤄졌다. "금메달과 은메달은 따 봤는데 동메달이 없다"던 오성옥의 '서운함'도 해결됐다.

마지막에 웃은 우생순 주역들
▲ 여자핸드볼 동메달결정전 한국-헝가리전에서 문필희가 상대 선수의 블로킹을 뚫고 슛을 날리고 있다. ⓒ연합

전반은 밀고 밀리는 혼전이었다. 안정화(대구시청)의 속공으로 선제골을 넣은 한국은 수비에서 계속 빈틈을 보이고 패스범실을 연발하며 전반 6분 만에 2-6, 4점 차까지 뒤졌다.

보다못한 임영철 감독이 작전시간을 불렀고 적절한 타이밍의 작전 시간으로 선수들은 자기 페이스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4분 동안 박정희와 김온아, 문필희(이상 벽산건설)가 5골을 연달아 넣으며 7-6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한국은 최임정(오르후스)의 외곽포와 홍정호(오므론)의 7m 던지기가 성공하며 점수를 벌렸고 전반 16분 문필희의 외곽 슈팅이 골 네트를 가를 때 11-8, 3점 차까지 앞섰다.

그러나 이후 다시 한국은 실수를 연발했다. 안정화와 문필희의 슈팅이 계속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한국이 주춤하는 사이 헝가리는 금세 따라와 전세를 뒤집었고 전반 종료 버저가 울렸을 때 한국은 13-15, 2점 차로 뒤져 있었다.

후반 들어 한국은 다시 힘을 냈다. 김차연과 박정희가 왼쪽 측면에서 연속으로 골을 넣어 동점을 만들었다. 후반 9분에는 문필희의 외곽포가 골문 상단 구석에 꽂히며 19-18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한 골씩을 주고받는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한국이 한 골을 넣어 앞서가면 헝가리고 곧바로 따라붙어 동점을 만들며 따라왔다.

승패를 전망하기 어렵던 경기는 27-27 동점이던 후반 23분께 한국 선수의 분발로 승부의 추가 한국으로 기울었다. 상대 선수 2명이 연달아 2분 퇴장을 당한 사이 한국은 홍정호의 7m 던지기에 이은 이민희의 선방, 안정화와 박정희의 측면 슈팅으로 30-27, 3점 차로 점수를 벌렸다.

4분을 남기고 헝가리는 작전 시간을 불렀지만 이미 오른 한국의 기세는 누그러들지 않았다. 조급한 헝가리의 패스 미스를 틈 타 문필희는 외곽포를 뿜어냈고, 박정희는 측면을 뚫었다.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한국은 32-27, 5점 차로 앞서며 승리를 확신했다.

종료 버저가 울리는 순간 선수들의 얼굴에는 승리의 웃음이 번졌다.
▲ 여자핸드볼 동메달결정전 한국-헝가리 후반전에서 김차연(가운데)이 승기를 굳히는 득점에 성공하자 두 팔을 뻗으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

▲ 여자핸드볼 동메달결정전에서 헝가리를 물리치고 동메달을 따낸 한국선수들이 서로 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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