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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의 영웅 김창백…"내가 왜 중국의 히딩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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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의 영웅 김창백…"내가 왜 중국의 히딩크냐?"

中출신 랑핑 "결승전서 조국과 만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

중국 여자하키 대표팀의 김창백(52) 감독이 화제다. 그는 하키의 불모지였던 중국의 여자하키 대표팀을 맡아 여자 하키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한국인이다.

김창백 감독이 이끄는 중국 대표팀은 이번 베이징 올림픽 조별리그에서 한 수 위였던 한국을 6-1로 대파하고 준결승에서 세계 랭킹 4위인 독일을 꺾은 뒤 결승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22일 저녁에는 세계최강인 네덜란드와의 결승전에서 사상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중국의 <신화통신>은 준결승전 승리 후 "중국 여자하키가 역사를 만들었다"며 "세계 6위 중국이 3위 독일을 꺾고 4년 전 아픔을 설욕했다"며 기뻐했다.

한국인이지만 중국의 대표팀을 이끌며 맘껏 기량을 펼치고 있는 그는 13억 '중국인의 영웅'인 동시에 '한국인의 영웅'이다.

"나의 꿈은 아시아 첫 여자하키 금메달"

김창백 감독은 중국이 올림픽을 대비해 영입한 외국인 지도자 가운데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중국 내에서도 경기가 끝난 후 사인 공세에 시달릴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김 감독은 지난 1999년 챔피언스컵 국제하키대회 6전 전패의 수모를 책임지고 한국 여자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그 해 그는 중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당시 중국은 세계 랭킹 15위로 아시아에서도 2류에 머무르며 하키계에 명함을 내밀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0년부터 중국은 거의 모든 대회에서 한국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기 시작한다. 2002년과 2006년 아시안게임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해 아시아의 정상을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5위,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은 4위를 차지하며 실력을 끌어올렸다. 2008년 올림픽에서는 급기야 결승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 중국 여자하키 대표팀을 9년 동안 이끌며 2008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까지 진출시키는 쾌거를 올린 한국인 김창백 감독 ⓒ연합

혹독한 훈련과 엄격한 규율로 중국에서 '마귀감독(魔鬼敎練)로 불리는 그다. 6시간 낮 훈련, 1시간 30분의 야간 체력훈련, 10㎏짜리 모래주머니를 안고 하는 윗몸 일으키기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진행되는 그의 지옥훈련 코스다.

단체 종목이 취약한 중국이 이번 올림픽에서 구기 단체종목으로는 유일하게 여자하키가 결승에 오르자 그에 대한 환호 소리는 더 커졌다.

김창백 감독은 9년 동안의 끈질긴 노력을 통해 맺은 결실이 스스로 무척 자랑스럽다. 그런 김 감독은 '중국의 히딩크'라고 불리는 것도 달갑지 않다. 히딩크보다 한수 위라는 자부심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서 5000만 국민들이 히딩크를 존경했지만 나는 13억 인구가 존경하는 김창백이다"라며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잊지 않게 열심히 하겠다. 한국분들이 많이 응원해 달라"라고 '떳떳하게' 말했다.

그는 네덜란드 팀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아직 아시아 국가가 올림픽 우승을 한 적이 없다"며 "세계 여자하키의 역사를 다시 쓰고 싶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세계최강 네덜란드의 벽은 높았다

김창백 감독이 이끄는 중국 여자하키가 아쉽게도 네덜란드에 무릎을 꿇고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을 차지했다.

세계랭킹 6위 중국은 22일 밤 베이징 올림픽그린 하키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결승전에서 네덜란드에 0-2로 석패했다.

김 감독이 대표팀을 맡은 후 상승세를 보이면서도 올림픽 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던 중국은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노렸으나 목표 달성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전반을 0-0으로 끝낸 네덜란드는 후반 16분 판 아스 나오미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으나 이후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중국에 밀렸다. 하지만 경기 종료 8분을 남기고 마르티 고드리가 승부에 쐐기를 박는 필드골을 터뜨려 정상에 올랐다.

랑핑 "결승전에서 조국과 맞붙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

중국인들은 김창백 감독을 중국의 랑핑(郎平·44)에 비유한다.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는 지난 19일 김 감독에게 "김 감독, 우리 모두는 당신을 한국의 랑핑(郞平)이라고 부른다"라는 제목의 편지를 신문에 게재했다.

랑핑은 김 감독처럼 조국을 떠나 미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중국인 여자 감독이다. 그는 김 감독의 중국 여자하키 대표팀이 한국을 꺾기 하루 전 미국 사령탑을 맡아 중국 여자배구 대표팀을 격파했다.

랑핑은 감독이 되기 전 선수로서 세계적 명성을 날렸다. 그는 1980년대 세계 여자 배구를 주름잡았던 수퍼 스타다. 남자 같이 폭발적인 스파이크로 1984년 LA올림픽의 우승을 이끌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 뒤에도 '아시아의 마녀' '철의 여인'으로 불리며 1985년 세계선수권 우승,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의 주역이었다.

랑핑은 감독으로도 승승장구했다. 1996년부터 4년간 중국 여자대표팀 감독을 맡아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대회 우승, 1999년 세계선수권 2위를 일궈냈다. 그 후 잠시 이탈리아 여자프로팀 감독으로 활약하다가 2005년 2월엔 미국여자대표팀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랑핑은 그가 이끄는 미국팀이 중국과 대결을 펼치는 것에 대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결승에서 중국과 미국이 맞붙는 게 내가 그리는 최상의 시나리오다"라며 "승리를 위해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라며 승부욕을 불태웠다.

이중잣대는 그만… '애국주의'보단 '스포츠 정신'

이처럼 고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감독 또는 선수로 활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민족주의'와 '애국주의'가 팽배했던 한국의 1980년대에는 흔치 않았던 일이었지만 한국도 점차 개방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한국의 히딩크'다. 세계 무대에 진출하지 못했던 한국 남자 축구팀을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위로 끌어올리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줘 일약 한국의 스타로 발돋음했던 그다.

한국이 외국으로 진출한 사례는 더 많다. 세계 최강인 양궁에선 전체 참가국 49개 국 중 무려 13개국 선수단의 감독이 한국인이고, 한국이 종주국인 태권도에선 64개 참가국 중 10여 개국 감독이 한국인이다. 중국 여자핸드볼 대표팀의 강재원 감독, 일본 배드민턴의 박주봉 감독 등도 빼놓을 수 없다.
▲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일본 배드민턴 여자복식을 4강까지 이끈 박주봉 감독 ⓒ연합

이들이 있어 자국에 진출한 외국인 지도자에게는 환호를 보내고 다른 나라로 진출한 선수나 감독에겐 야유를 보내는 '이중적 태도'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별 대항전의 성격을 띠는 올림픽 경기지만, 이제 선수나 감독 개인이 자신의 기량을 맘껏 펼친다면 그걸로 '스포츠 정신'을 충분히 구현했다고 칭송받을 만하다.

인터넷의 한 누리꾼도 김창백 감독에 대해 "올림픽이 국위선양에 기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미 선수 개개인이 역량을 겨루는 장이 되었다"며 "외국에 감독으로 진출해 선전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오히려 한국 체육계도 중국과 같이 외국 선수, 감독의 영입에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도 중국의 탁구를 비롯한 우리체형에 맞는 체조나 다이빙같은 종목의 중국지도자를 데려올 수는 없나"라며 "국내 체육계도 보다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자세전환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발전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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