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펠프스처럼 많은 메달을 따진 못하더라도 세계인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는 숨은 영웅들은 곳곳에 숨어 있다.
고환암을 선고받았지만 올림픽에 출전해 수영 경기를 펼친 미국의 에릭 샨토(24)가 대표적이다.
에릭 샨토는 미국 대표팀 선발전을 일주일 앞두고 청천벽력 같은 고환암 선고를 받았다. 곧바로 수술을 받느냐 아니면 일생의 한 번뿐일지 모를 올림픽에 출전하느냐의 기로에서 샨토는 후자를 택했다. 샨토는 집에 머물며 건강을 회복하는 대신 그 시간에 베이징의 워터큐브 수영장에 뛰어들기로 했다.
암 선고를 받고 체중감소와 정신적 긴장 등 좋지 않은 컨디션에도 불구하고 샨토는 200m 평영 미국 대표선발전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2위를 차지해 베이징에 올 수 있었다.
그의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며 많은 이들이 응원와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 중엔 고환암에 걸렸지만 투르 드 프랑스(프랑스도로일주사이클)에서 7연패를 달성했던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도 포함됐다.
샨토는 지난 12일 열린 남자 평영 200m 예선에서 전체 52명 가운데 7위를 차지해 준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13일 준결승에서 2분 10초 10으로 전체 16명 중 10위를 차지해 안타깝게도 8명이 오르는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에게 승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샨토는 영국 <더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 곳(올림픽)에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꿈을 이뤘다"라고 말했다.
폐암 투병 중인 산토의 아버지도 베이징에서 열린 아들의 경기를 관람하며 아들을 응원했다. 마지막 경기를 마친 샨토는 미국으로 돌아가 20일께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외팔 탁구선수 파르티카
장애를 딛고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도 있다. 폴란드의 나탈리아 파르티카(19)는 왼 팔만 있는 탁구 선수다. 그러나 그는 비장애인들과 실력으로 겨뤄 당당하게 폴란드 대표팀에 선발됐다. 파르티카는 베이징에서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과 올림픽에 동시에 출전하는 세계 최초의 탁구 선구이기도 하다.
파르티카는 날 때부터 오른팔이 팔꿈치까지 밖에 없는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그러나 일곱 살 때 언니를 따라 시작한 탁구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에는 11세의 나이로 참가해 최연소 참가자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2004년 아테네 패럴림픽에서는 여자 단식 부문에서 금메달을 목을 걸었다
나아가 올 4월 열린 광저우 세계선수권대회(단체전)에서는 세계 랭킹 6위인 싱가포르의 리쟈웨이를 3-2로 물리쳐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 팔만을 갖고 탁구를 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몸의 균형을 잡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파르티카는 "자신이 누구보다 강한 다리를 가져 탁구를 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파르티카는 탁구대 위에서 누구보다 빠르고 강한 스매싱을 날려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양손을 이용해야 하는 서브도 문제 없다. 몸쪽으로 바짝 민 공을 짧은 오른쪽 팔꿈치로 밀어내 서브를 하는 그의 모습은 관중들을 숙연하게 만들기조차 했다.
파르티카는 13일 베이징대학체육관에서 열린 홍콩과의 단체전에서 역전패를 당했지만 관중석의 뜨거운 응원을 받으며 경기를 마쳤다. 그는 경기 후 "우리는 강적인 홍콩을 맞아 잘 싸웠고 나도 티에야나와 5세트까지 접전을 펼친 것에 만족한다"며 "남은 독일, 루마니아전에서 더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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