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로' 없는 홍준표-원혜영…원구성 다시 '먹구름'

여야 원내대표 '정치력 빈곤' 탓에 또다시 '치킨게임'

한나라당, 민주당, '선진과 창조의 모임' 세 교섭단체 간의 원구성 관련 12일 추가 협상이 무위로 돌아갔다. 민주당이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과 방송·언론탄압 국정조사 요구를 원구성과 연계시키기로 방침을 바꾸면서 예정된 수순이다.
  
  당내 의견수렴도 없이 전날 합의문에 서명해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은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쫓기는 처지가 됐다. 이로 인해 13일 오전까지 상임위원장 배분, 상임위 정수조정 등 원구성을 매듭짓기로 했던 11일 합의가 무효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홍준표 "합의 뒤집기 장난치나" vs 원혜영 "가축법은 최소한의 조건"
  
  12일 오후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은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첫 마디부터 "민주당이 합의를 파기한 것"이라고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앞서 청와대 전화 한통으로 서명 직전까지 갔던 합의를 파기한 바 있는 홍 원내대표가 이번에는 원혜영 원내대표의 실책을 틈타 공세의 고삐를 쥔 모양새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나온 요구 사항을 보니 어제 합의 사항을 지킬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며 "국민들 보기에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서명한 합의서를 뒤집으면 되겠느냐"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하루 자고 나면 요구안이 또 늘어나는 것 아니냐"며 "방송 국정조사를 요구해 들어주면 또 비리 의혹 특검을 요구할 것이고, 무슨 사건이 있을 때마다 요구를 다 들어주면 1년 내내 국회에서 특위만 하자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은 이미 18대 국회 개원 협상 당시 여야가 추가협상 내용을 반영하고 국민적 요구를 수용해 개정하기로 합의한 것"이라며 "원구성 동참의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배수의 진을 쳤다.
  
  민주당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과 관련해 '추가협상 결과와 국민적 요구 반영'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수입 금지" 등 구체적인 수입위생조건 명시해 법률화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또 최근 정연주 사장 문제 등과 관련해 "방송 및 언론 탄압에 대한 국정조사를 열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마침 검찰이 KBS 정연주 사장에 대한 강제구인을 강행함으로써 민주당의 퇴로는 더욱 좁아졌다.
  
  '선진과 창조의 모임'도 '제몫 챙기기'에 팔을 걷었다. 이들은 상임위원장 2석을 반드시 배정받아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한나라당 김정권 원내부대표는 "선진과 창조의 모임 측은 상임위를 늘려서라도 2석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조정식 원내부대표도 "오늘 협상의 공방은 선진과 창조의 모임과 한나라당의 상임위 공방이 치열해 중간에 정회가 일어날 정도였다"고 전했다.
  
  결국 세 교섭단체는 "내일까지 협상을 마무리 하자"는 결론만 내고 아무런 합의 없이 헤어졌다. 이들은 12일 오후 다시 만나 추가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으나, 현재로선 뚜렷한 돌파구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의원직 사퇴서를 내자"는 제안이 나올 정도로 강경한 민주당 분위기를 확인한 원혜영 원내대표와 청와대로부터 "너무 많이 양보했다"는 비토를 받은 홍준표 원내대표에게 물러설 여지란 없기 때문이다. 여당과 제1야당 원내대표의 극심한 정치력 부재 속에 정국은 다시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