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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총파업, 과연 불법인가?

[인터뷰] 권영국 민노총 법률원장, "불법 근거 없다"

과연 불법인가. 민주노총의 6시간 시한부 총파업을 두고 적법성 시비가 일고 있다. 25일 노동부, 검찰은 일제히 파업에 대해 "근로조건개선과 무관한 불법파업"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정부의 불법파업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프레시안>은 25일 오후 민주노총 법률원장 권영국 변호사를 만나 정부의 주장에 대한 노동계 입장을 들었다.

***쟁점1. 재적과반수 이상 찬성 안하면 불법?**

먼저 정부는 이번 파업이 노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파업 성립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노조의 쟁의행위돌입 요건으로 '재적 조합원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민주노총의 이번 총파업은 불법이 된다. 총파업에 앞서 실시한 전조합원 찬반투표결과를 보면 전체 조합원(59만5천2백24명) 중 51.3%가 투표에 참가해 67.9%가 찬성표(2십만7천6백61명)를 던졌다. 하지만 재적 조합원을 기준으로 볼 경우 과반수를 넘지 못한 셈이다.

하지만 권영국 변호사는 노동조합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에 따르면, 산술적으로 계산을 해봐도 재적 조합원 중 70%가 참여해 70%가 찬성표를 던져도 재적대비 찬성율은 과반수가 넘지 않는다. 즉 전국적 차원의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재적대비 찬성율이 과반수를 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권 변호사는 이에 대해 "당초 노조법이 제정될 당시 산별연맹, 총연맹과 같은 산업별, 전국적 차원의 노조를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단위노조'를 염두해 두고 제정된 현행 노조법으로 전국 차원의 총연맹을 규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불합리한 요건을 근거로 민주노총 총파업을 불법으로 모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단체행동권 제약을 초래한다"며 "노조법은 제정 취지상 노동3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 만큼, 단지 노조법을 근거로 불법 운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쟁점2. 노조가 정치파업하면 안돼?**

또하나의 쟁점은 정치파업을 노조가 할 수 있는가란 부분이다. 권 변호사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두 가지로 나눠설명했다. 즉 파업 요건이 '비정규개악법 철회'와 같이 근로조건 개선과 현저히 관련깊은 사안에 대한 파업과 '이라크 파병 반대'와 같이 순수 정치적 파업은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전자의 경우 권 변호사는 "헌법을 살펴보면 두말할 여지도 없이 불법성을 운운할 수 없다"며 "또한 국내·외 법학자는 물론, 국제노동기구에서도 정당한 파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가 근거로 든 헌법 조항은 제33조 제1항으로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근로조건 향상'이라는 목적에 부합할 경우 쟁의 상대가 '개별 사용자'든 '국가'든 파업권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것이 헌법 정신인 셈이다.

또한 국제노동기구인 ILO도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전국적 총파업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있다. ILO 전문가위원회는 1994년 보고서에서 "정부가 채택한 정책이 근로자나 사용자에게 즉각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근로자의 사회·경제적 및 직업적 이해관계를 보호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는 단결체(노조)는 원칙적으로 중요한 사회적·경제적 정책 경향에 의해 야기된 해결책을 찾는데서 자신들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파업행위에 호소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권 변호사는 이에 대해 "근로조건의 핵심인 고용형태를 일대 전환시키는 비정규개악안을 철회하는 파업은 명백히 근로조건개선을 위한 단체행동권 사용인만큼 불법성 시비가 일어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쟁점3. 근로조건개선과 무관한 요구사항이 있으면 불법?**

또하나 남는 쟁점은 과연 '이라크 파병 반대'와 같은 명목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가란 부분이다. 민주노총은 이번 파업관련 대정부 5대 요구안에 비정규개악안철회 이외에도 파병연장안 저지 등을 포함하고 있다.

권 변호사는 "이번 파업의 핵심은 비정규개악안 철회"라며 "대법원도 여러 가지 파업 목적 중 핵심 사안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대법원은 1992년 1월 '쟁의행위에서 추구되는 목적이 여러가지고, 그 중 일부가 정당하지 못한 경우 정당성 판단기준'에 대해 "주된 목적 내지 진정한 목적의 당부에 의하여 그 쟁의목적의 당부를 판단해야 하고, 부당한 요구사항을 뺏더라면 쟁의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쟁의행위 전체가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민주노총의 이번 총파업은 ▲핵심 요구가 비정규개악안 철회라는 점, ▲파병연장안 저지 요구안을 제외한다고 파업이 중단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불법파업이라고 주장할 근거는 없어진다.

권 변호사는 "법률적으로 적법·불법을 가리는 것은 그자체로 의미가 있긴 하지만, 그보다 정부가 먼저 불명하지도 않은 법률적 잣대를 들이대고 불법성 운운하는 것은 당당하지 못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책임있는 정부라면 그들이 말한대로 비정규개악안이 비정규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안인지 아니면 노조의 주장대로 정규직까지 비정규직으로 만들려는 법안인지 당당하게 논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문제가 되는 법안에 대해 논의는 하지 않고 파업에 대해서 불법성 시비를 거는 것은 당당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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