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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엄마의 첫 번째 걱정…다운증후군"

하리하라의 '육아 일기' <20>

2007년 3월 22일 : 다운증후군

안녕, 별아. 잘 지내고 있니?

한동안 입덧으로 조금 불편했지만 이제는 많이 나아졌어. 그리고 그 사이 엄마는 '졸업'을 했단다. 무엇을 졸업했냐고? 엄마랑 별이가 다니던 불임 전문 병원에서는 임신이 안정화되는 10~12주 사이가 되면 임신을 기다리는 다른 여성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일반 산부인과로 전원시켜. 그 과정을 '졸업'이라고 부르지.

엄마는 11주 되던 날, 의사 선생님한테서 공식적으로 졸업증(사실은 그동안의 의료 기록이 담긴 차트와 진료 의뢰서)을 받았어. 엄마는 대학병원과 산부인과 전문병원을 두고 고민하다가, 이후의 임신 과정은 정상임신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에서 가깝고 편안한 분위기의 개인병원을 선택했지. 이제 이 병원이 별이와 엄마가 앞으로 일곱 달 반 동안 다닐 곳이고, 별이와 엄마가 처음 얼굴을 맞댈 곳이 될 거야.

새로 주치의가 된 의사 선생님은 이것저것 기록들을 살펴보고 초음파로 아기의 모습을 살피더니 임신 초기의 검사는 거의 다 끝났고, '초기 정밀 초음파 검사' 정도가 남아 있다고 했어. 초기 정밀 초음파란 임신 10~14주 사이에 시행하는 초음파 검사로, 임신 16~18주에 실시하는 트리플 테스트(Triple test)보다 앞서 다운증후군 등 태아 염색체 이상을 판단할 수 있고, 그 밖에도 뼈의 이상이나 심장 판막 역류 등의 구조적 이상을 임신 초기에 발견할 수 있는 검사라고 했어. 그리고 이 병원에서는 원한다면-그리고 돈을 더 낸다면- 정밀 초음파와 아울러 실시간 입체 초음파를 통해 아기의 모습을 비교적 분명하게 보여준데. 별이를 보고 싶은 마음에 엄마는 별다른 고심 없이 두 가지 검사를 모두 선택했어.

그리고 오늘 드디어 초기 정밀 초음파 검사를 하는 날이야. 별이는 이제 13주째에 접어들고 있었지. 먼저 한 건 정밀 초음파 검사였어. 정밀 초음파 검사란 보통 산부인과 진료실에서 사용하는 초음파 기계보다 해상도와 정확도가 더 높은 초음파 기기로 태아의 각 부분을 자세히 찍는 것인데, 보통 임신 초기(10~14주)와 중기(19~25주)에 실시해서 태아의 기형 여부 및 성별을 미리 알 수 있게 도와주는 검사야. 특히 초기 정밀 초음파의 주목적은 태아의 목에서 보이는 투명한 부분의 두께를 재는 것인데, 이를 '경부 투명대 검사(Nuchal Translucency, NT)'라고 해. 경부 투명대 검사가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다운증후군을 비롯한 염색체의 수적 이상 여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잘 알고 있다시피 별이는 엄마의 난자와 아빠의 정자가 만나서, 정확히 말하자면 엄마의 난자 속에 들어 있던 23개의 염색체와 아빠의 정자 속에 들어 있던 23개의 염색체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만들어졌단다. 원래 인간의 세포가 가지는 염색체 수는 모두 46개인데, 유독 생식세포만이 그 절반인 23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어. 따라서 생식세포는 '감수 분열', 즉 '수(數)가 절반으로 줄어드는(減) 분열'을 반드시 거쳐야 돼.

성공적인 감수분열을 거친 난자와 정자는 체세포의 딱 절반인 23개의 염색체를 가지게 되는데, 가끔 분열상의 실수로 인해 염색체가 하나 많거나, 적은 생식세포, 그러니까 염색체가 24개이거나 22개인 생식세포도 생겨나게 돼. 그리고 이렇게 염색체 수가 비정상인 생식세포가 수정되면 선천적인 이상이 생겨나기도 하지. 이렇게 염색체의 숫자가 바뀌어서 일어나는 선천적 이상을 '염색체 수적 이상'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염색체의 수적 이상은 '다운증후군(Down Syndrome)'이야.
▲다운증후군을 처음으로 분류한 의사 존 랭던 다운. ⓒlangdondowncentre.org.uk

다운증후군이 알려진 것은 꽤 오래전 일이야. 하지만 이 증상들을 하나의 범주로 묶은 것은 영국의 의사 존 랭던 다운(John Langdon Haydon Down, 1828~1896)이었지. 오랫동안 의사 생활을 하던 다운은 어느 날 문득, 자신의 환자들 중에서 매우 닮은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해.

이들은 서로 전혀 혈연관계가 없는 아이들이었지만, 마치 친형제자매처럼 모습이 닮아 있었거든. 이 아이들은 작고 뒤통수가 납작한 머리, 낮은 콧대와 평평한 얼굴, 넓은 미간, 두터운 혀로 인해 입을 잘 다물지 못하는 증상을 보였어. 그리고 이런 아이들의 경우, 대개는 또래의 아이들보다 낮은 지능지수를 가진 발달장애를 보였고, 선천성 심장병이나 면역력 저하 증상을 보이는 아이도 많아서 절반 정도는 유아기를 넘기지 못하고 사망하곤 한데.

이런 아이들의 특성을 눈여겨 본 다운은 이를 일종의 질병으로 여기고 자세히 조사해서 1866년에 'Observations on the Ethnic Classification of Idiots(백치의 민족적 분류에 관한 관찰)'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발표하지. 다운은 이 논문에서 위에 열거한 증상에 '몽고인 백치(Mongolian idiocy)'라는, 몽고반점을 지니고 태어난 엄마의 신경을 건드리는 아주 기분 나쁜 이름을 붙였어.

당시 유행하던 우생학과 백인 우월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다운은 이런 증상이 백인의 우월한 혈통에 문제가 생겨서 황인종으로 '퇴화'한 형태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던 거지. 현재 우리는 이 질환을 인종차별적이고 모욕적인 단어 대신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다운증후군(Down's syndrome)이라고 부른단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은 아니지만, 만약 차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질환에 자신의 이름이 붙어서 기억되고 있다는 것을 다운이 알게 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지네.
▲다운증후군 환자의 염색체 사진, 21번 염색체가 3개인 것이 보입니다. ⓒemployees.csbsju.edu

다운은 처음으로 다운증후군을 분류했지만, 당시의 의학기술로는 다운증후군이 왜 나타나는지는 밝힐 수 없었지. 다운증후군의 원인이 밝혀진 것은 그로부터 100년 가까이나 지난 1959년으로, 프랑스의 유전학자였던 르준(Jérôme Jean Louis Marie Lejeune, 1926~1994)으로, 그는 두 개씩 존재하는 것이 정상적인 인간의 21번 염색체가 세 개인 경우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밝혔어. 인간의 염색체에는 성염색체를 제외하고 나머지 22쌍의 염색체에는 가장 큰 것부터 순서대로 번호가 매겨져 있는데, 그중 두 번째로 작은 21번 염색체가 3개이면 다운증후군이 나타난다는 거야.

다운증후군은 정상적으로는 2개여야 하는 염색체가 3개 존재하여 발생되는 삼염색체성 질환(Trisomy)의 하나로, 신생아 중 800분의 1의 발생률을 보여 염색체 수적 이상으로 인한 기형 중 가장 흔하게 보고되는 질환이야. 다운증후군 태아의 경우, 다른 삼염색체성 질환에 비해 신생아 생존율이 높게 보고되는 편이기는 하지만-예를 들어 18번 염색체가 3개 있어서 나타나는 에드워드 증후군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사산되며 살아서 태어난 경우라도 평균 생존 기간이 며칠에 불과할 정도로 치명적이지-전체의 3분의 1 가량이 심내막결손 등의 심장 기형 등을 동반하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적절한 대비는 신생아의 생존을 위해 매우 중요하단다.

다운증후군이 일어나는 것은 생식세포가 감수분열을 할 때 어떤 이유서인지 염색체가 균등하게 나눠지지 않고 한 쪽으로 몰리기 때문이야. 즉, 생식세포에서 일어나는 돌연변이로 인해 생겨나지. 그래서 다운증후군은 '선천성 질환'이기는 하지만,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유전 질환은 아니지. 아직까지 왜 생식세포가 감수분열 시에 돌연변이를 일으키는지는 확실히 몰라. 즉, 다운증후군이 왜 생겨나는지 확실히 모른다는 거지.
▲엄마의 나이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다운증후군의 발생률. ⓒanswers.com

하지만 단 한 가지 분명한 건, 다운증후군 아기의 탄생비율은 엄마의 나이에 비례한다는 거야. 즉, 산모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다운증후군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건데, 아무래도 나이가 들수록 난자의 감수분열시 오류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어. 실제로 다운증후군의 발생률은 엄마의 나이가 20세이면 0.1%에 불과하던 것이 엄마의 나이와 함께 점점 높아져 엄마가 45세인 경우에는 까지 3.6%까지 증가한다고 해.

요즘 들어서는 결혼과 출산 연령이 점점 높아지고 있으니, 그만큼 다운증후군의 발병률도 높아진다고 볼 수 있지. 그리고 이는 우려만이 아니라 사실이기도 해. 연구 결과, 지난 1974년에는 35세 이상의 산모가 차지하는 비율은 4.7%에 불과했지만, 1997년에는 35세 이상 산모가 전체의 12.6%로 늘어났어. 그리고 같은 기간 다운증후군의 발생 빈도는 1974년에는 740분의 1 정도였던 것이 1997년에는 504분의 1로 증가했지.

현재 다운증후군 태아를 가려내기 위해 임산부에게 실시하는 가장 기본적인 검사는 1987년에 개발된 '트리플 마커 테스트(Triple marker test)'야. 그런데 트리플 테스트는 임신 16~18주에 실시하니까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해줄게.
▲임신 초기 초음파 진단을 통한 다운증후군의 판별 여부. 태아의 실제 모습(위)과 초음파 사진(아래)을 살펴보면 보통 태아의 경우에는 목 뒤쪽의 투명대 부분이 얇게 나타나지만(좌), 염색체 이상이나 신경관 이상이 있는 경우(우)에는 이 부위가 두껍게 관찰된다. ⓒfetal.com

오늘 하는 검사는 초음파를 통해 별이의 목둘레 두께를 재는 거야. 특히 목 뒤쪽에 투명하게 보이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의 두께를 재는 거지. 보통 임신 10~14주 사이의 태아의 목둘레 투명대의 두께는 1.0~2.5㎜ 사이로, 이 부분의 두께가 2.5㎜가 넘는 경우에는 태아에게 이상이 있는 경우가 있다고 해.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오면 의사는 융모막 생검술이나 양수천자술 같은 좀더 정밀한 방법으로 태아의 이상을 살펴볼 것을 권하지.

초음파로 태아의 목둘레 투명대를 검사하는 것은 1992년 니콜라이즈(Nicolaides)에 의해 만들어진 방법으로, 태아에게 이상이 있는 경우 목덜미의 피하 조직에 체액이 축적되어 이 부위의 두께가 두꺼워진다고 해. 특히나 다운증후군을 비롯한 염색체 이상이나 심장 기형을 가진 태아의 경우 이 부위가 두꺼워지는 경우가 많다고 해.

하지만 이 검사에서 목둘레가 두껍게 나왔다고 해서 모든 태아가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야. 검사의 위양성률(실제로는 음성인데 양성으로 진단되는 경우)이 4~8%에 달하기 때문에, 초음파상 목덜미 두께가 두껍다고 판단된 경우라도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야. 실제로 양수검사 같은 정밀 검사를 받아보면 정상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더 많거든. 이 위양성률에 대한 설명은 다음에 트리플 검사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설명할게.

검사 결과, 별이의 목둘레 투명대 두께는 1.1mm 정도로 아주 양호한 편이었어. 더불어 별이의 키는 10.0cm 정도라는 것도 측정되었어. 키 10cm의 작은 꼬마라니, 너무 귀엽잖아!
▲임신 13주의 별이 모습. 엄마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하네요. ⓒ이은희

엄마를 더욱 감동스럽게 한 건 그 다음 입체초음파였어. 검은 바탕에 하얀 구름 같은 일반 초음파 사진은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보기에 아기의 모습을 구별하기 쉽지 않지만, 입체 초음파의 경우 아기의 모습이 분명하게 보이거든. 더군다나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서 그런지 피노키오처럼 긴 팔다리를 가진 별이가 엄마 뱃속에서 콩콩콩 엉덩이춤을 추는 것도 볼 수 있었어. 그 모습을 보니 이제 정말 별이가 엄마 뱃속에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어. 안녕, 별아!

참고 문헌

김문영 외, '산전 다운증후군 선별 검사의 최신 동향', <대한산부인과학회지> 제49권 제1호, 2006.

김민형 외, '태아 목덜미 투명대 증가군의 최근 3년 간 임상 결과', <대한산부회지> 제46권 제11호, 2003.

심재윤 외, '임신 초기 태아 목덜미 투명대 측정의 임상적 중요성', <대한산부회지> 제48권 제4호, 2005.

한정열 외, '다운증후군의 산전 진단을 위한 다양한 선별 검사의 기여율 비교', <대한산부회지> 제43권 제 10호,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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