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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교복에 갇히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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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똑같은 교복에 갇히지 않을 거야

[인권오름] 다양성이 존중되는 학교

공정택 현 서울시 교육감이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 기간 내내 공 교육감이 입에 달고다닌 낱말은 '학력'과 '경쟁'이었다. 현실 속에서 이 두 낱말은 서로 떨어지기 힘든 관계다. 아이들은 '학력 신장'이라는 목표를 향한 경쟁에 내몰린다. 다른 목표는 거의 존재감이 없다.

그런데, '학력'이라는 유일한 척도로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을 평가하는 학교에서 종종 잊혀지는 사실이 있다. '아이들은 다양하다'라는 점이다. 모든 아이들이 명문대 입학과 출세를 꿈꾸는 것은 아니다. 또 모든 아이들이 학력 경쟁을 잘 버텨내는 것도 아니다. 학교에는 몸이 조금 불편한 아이들도 있다. 또, 다수 아이들과 다른 성 정체성을 가진 아이들도 있다.

주간 인권신문 <인권오름>이 '학교 내 다양성'에 관한 글을 실었다.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 영원 씨가 쓴 이 글은 <인권오름>이 '인권교육센터 들'과 함께 진행하는 학생 인권 보장을 위한 연속 캠페인 기획 가운데 일부다. 이 글에서 영원 씨는 다양한 소수자들이 학교에서 겪는 차별 사례를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아이들이 서로를 배려하는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몇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다음은 <인권오름>에 실린 영원 씨의 글 전문이다. <편집자>

다음 중 청소년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것은?

1)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
2)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사춘기
3) 13세에서 18세 미만의 미성년자
4)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


정답이 너무 많다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런 설명은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청소년을 정의하는 말들이다. 하지만, 청소년을 어느 한 단어로 설명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청소년 중에 어떤 이는 학교에 다니지 않을 수도 있다. 성인이 되어서도 질풍노도의 시기를 맞이하는 이도 있다. 질풍노도가 특정한 시기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 수도 있다. 법적(민법상 성년 만 20세, 형법상 성년 만 14세)으로도 청소년을 규정하는 연령은 다르다.

결국, 위의 네 가지 정의는 청소년을 나타내는 보편적인 말 같지만, 청소년 개개인을 정의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할 때도 잦다. 이는 청소년이 어느 하나로 설명될 수 없는 다양한 차이를 가진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또한 '학생'이라는 신분으로만 정의 내릴 수 없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많은 학교에서 '다양성'은 학내 질서를 문란하게 만드는 골칫거리 정도로 여겨져 차별과 편견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학교는 차별 공작소

학교는 교육내용이나 진학지도, 학생 사이의 관계와 그들의 문화 등 교육 과정 전반에서 기존의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소수자의 정체성을 가진 학생들은 차별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학교는 여전히 고정된 성역할을 강요할 때가 많다. 기계를 다루거나 운동할 때 여학생은 빼는 경우가 있다. 또 교사들이 가정생활에 필요한 덕목을 강조하면서 여학생에게만 실내 장식을 떠맡기거나 운동 경기 중 응원하는 일을 여학생의 역할로 규정하기도 한다.

여학생에게 치마만 허용하거나, 진로 지도를 할 때 남학생은 직업을 전제로, 여학생은 결혼을 전제로 지도하고, 아예 동아리 회장이나 임시 회장 등은 남학생으로 지정한다.

학교는 '여자다움', '남자다움'이라는 틀 속에 학생들을 끼워 맞춰 성별 분업을 재생산하고 있지 않는가. 학교에서 성차별적인 교육이 행해지고 있지 않은지 교육 과정 전반을 살펴야 한다.
▲한 고등학교에서 만든 청소년 성소수자(이반) 관련 상담 지침. 청소년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학교 측의 무지와 편견이 그대로 들어 있다. ⓒ인권오름

여성에 대한 차별뿐 아니라 성 정체성을 매개로 한 차별도 심각하다. 여전히 교과서 자체가 이성애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거나 묘사되어 있다. 성소수자인 학생들은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부정 당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동성애자는 변태 혹은 에이즈의 주범'이라는 등 성소수자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또 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학생들을 '정상'으로 돌려놓으려고 정신과 상담을 권유하거나, 문제아처럼 여겨 훈계하기도 한다. 심지어 짧은 커트 머리에 스타킹을 안 신거나 셔츠 윗단추를 풀고, 여자끼리 손을 잡고 다니는 것을 성소수자의 특징이라며 자료를 만들어 학생들을 '단속'하는 웃지 못할 일이 생기기도 한다.

결국, 학교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강화함으로써 성소수자 학생들을 폭력적인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오히려 학교는 성소수자에 대해 교사, 학생을 포함해 학교 구성원이 폭력이나 따돌림 등을 당하지 않도록, 예방 차원에서 '성소수자 이해 교육' 등을 실시해야 한다.

자신의 일은 '스스로'하자?
▲한 출판사가 만든 제7차 교육과정 사회과 교과서에 소개된 장애인의 모습. '보호'받아야 하는 사람이라거나 '비정상인'으로 장애인을 묘사하고 있다. ⓒ인권오름

장애를 가진 학생은 일반학교에 입학하는 것부터 하늘의 별 따기다. 이들은 학교로부터 편의시설이 없다, 특수학급이 편성되어 있지 않다, 담당할 교사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입학을 거부당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특수학교 입학을 종용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사히 일반 학교에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졸업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교실에 접근하는 데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편의시설이 없거나, 적절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특정한 수업에 아예 참여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일도 있다.

지난해 울산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장애학생의 부모에게 그 학생을 수학여행에 데려가는 조건으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학교와 교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그 학부모에게 수학여행에 동행하되 학생들이 탄 버스에는 함께 타지 말고 개인 승용차로 뒤따라오라고 요구했다. 이것은 학교가 당연히 지원해야 할 책임을 장애 학생이나 그 가족에게 돌림으로써 이들을 교육 과정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주민 학생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전·입학이 조금 자유로워지기는 했지만, 입학을 한 이후 별다른 지원이 없어 차별을 불러오고 있다. 이주민 학생의 의사가 고려되지 않고 한국어 수준만을 고려해 학년을 배치하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학급을 분리해서 운영해 불필요한 격리 효과가 있기도 한다. 또한, 한국어 교육이나 이주민 학생들의 종교나 문화적 배경을 고려한 다문화 교육, 문화교류 활동 등 필요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이주민 학생들은 '스스로' 알아서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한다.

소수자 무시한 학교 시설…"미안하다~ 어쩔 수 없다?"

학교 시설 또한 사회적 소수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설치되어 있다. 예를 들면, 화장실 이용 시간은 여학생이 더 길지만 설치된 변기 개수는 남학생 화장실에 설치된 대·소변기 개수에 비해 적다. 또 보건실이 성별로 분리되어 있지 않거나 남학생이 함께 사용하는 보건실에 생리대 판매기를 설치해 여학생들이 이용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런 것들은 여학생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게 만든다.

장애를 가진 학생들도 이런 경우가 다반사다. 학교의 재정이 어렵다거나 오래된 건물이라 어쩔 수 없다며 경사로나 장애인 전용 화장실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 이렇게 장애 학생을 위한 기본적인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는 것도 차별이다.

설령 설치를 했다고 하더라도 장애인 화장실이 한 층에만 설치되어 있거나 폭이 너무 좁아 휠체어를 타고 이용하기 어렵다면 이 또한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 언제까지 '시설 부족'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지금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학교의 주장은 사회적 소수자의 정체성을 가진 학생들을 계속 내버려두겠다는 말과 같다. 또 결국, 차별적인 상황을 유지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비밀은 원래 공개하라고 있는 거?
▲교복으로 우리를 가두진 못해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또 학교 당국이나 교사에 의해 사회적 소수자의 개인 정보가 드러나 심각한 인권 침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학생의 성 정체성을 다른 학생에게 공개하거나 부모에게 알리는 것이 그 예다.

중2 때 성 정체성이 주위에 알려졌던 한 학생은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업 시간에 발표는 꿈도 못 꾸고, 화장실에 갈 때마다 이상하게 쳐다보는 주위의 시선에 눈물을 삼켜야 했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이런 고민을 상담 교사에게 고백하자 "그러게 네가 조심했어야 한다"며 "남자를 좋아하려고 노력하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고 한다.

인종 소수자나 북한 출신 새터민 학생에 대한 개인 정보도 당사자의 동의 없이 함부로 공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학생들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학생들의 편견이 차별적 상황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들은 다른 학생의 출신 국가나 지역이 자신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면 그들과 자신들을 구분해 차별한다.

'셋넷학교' 상담 사례집을 보면 한 학생이 북한 출신임이 알려지자 주변의 친구들이 그 학생에게 "사람 고기 먹어봤냐"는 등의 질문을 했다. 학생들은 이런 빈곤의 상처를 헤집는 질문을 함부로 던지거나 모욕적인 발언을 해서 그 학생에게 상처를 줬다.

교복 입었다고 모든 학생이 다 똑같나?…"학생 개개인의 생각 존중해 줘야"

교실에 있는 학생들이 똑같은 교복을 입고 있다고 해서 모든 학생들이 다 똑같은 정체성을 가진 건 아니다. 똑같은 교복 속에 숨어 있는 다른 경험과 다른 생각, 그리고 다른 가치들이 학교 안에서 서로 공존할 수 있도록 학교는 차별을 없애려고 더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이것을 교사 개인의 책임으로만 넘길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다양성을 이해하기 위한 연수를 교사 전체에게 필수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또 체계적인 상담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는 학생이 되라'고 입에 발린 말을 하지 말고, 사회적 소수자를 고려한 교육 과정을 계발하고, 실질적인 조치 취하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자세를 몸으로 터득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학생인권 마술피리 여섯째 소절 : <다양성이 존중되는 학교>

○ 학교는 교육과정에서 여성이나 장애, 성소수자 이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에 내몰린 학생들이 자신의 정체성때문에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 학생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상관없이 모든 교육활동에 제한 없이 참여할 권리가 있다. 또한, 학교는 학생들의 특성과 요구에 따라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특정 집단을 분리해 교육해서는 안된다.

○ 학생은 배움을 누리는 데 필요한 편의 시설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 나아가 학교 당국은 사회적 소수자인 학생들에게 그들의 몸과 특성을 고려한 기본적인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또 이것이 부적합하면 즉각 개·보수해야 한다.

○ 학생은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한 비밀유지 등 사생활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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