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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만 되면 경복궁역은 '비상 사태'?

2주째 무정차 운행…"경찰 개입" vs "자체 판단"

서울메트로가 주말마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을 무정차 통과시켜 시민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집회 양상의 변화로 최근 주말 집회에서 수천 명 정도만 모이는 데도 굳이 무정차를 실시하고 있는 것.

지하철 3호선을 타고 경복궁역을 지나던 시민들은 26일 오후 5시 11분에서 7시 1분까지 약 2시간 동안 경복궁역에서 하차하지 못해 불편을 겪었다. 이들은 경복궁 다음 정거장인 안국역이나 독립문역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이용하거나 택시를 타는 등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경복궁역은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19일에도 오후 9시 5분에서 운행 종료 시간까지 무정차를 했었다.

경복궁역 측·서울메트로 노조 "경찰 측에서 무정차 요청"

경복궁역 측과 서울메트로 노조 측은 무정차 배경을 놓고 "경찰 측에서 무정차를 요청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복궁역 관계자는 "경찰이 무정차를 요구해서 어쩔 수 없이 무정차 통과했다"며 "이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와 민원 제기가 빗발쳤다"고 말했다.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이호영 선전홍보부장도 "지난 26일 종로경찰서에서 협조 공문을 보낸 걸로 확인했다'며 "정차를 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서울지하철노조는 "26일 무정차 통과와 관련해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26일 오후 3시경 종로경찰서 정보과에서 경복궁역장에게 무정차 통과를 요청하는 전화를 했고, 이어 4시 40분경 다시 정보과장이 경복궁역장에게 무정차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이호영 부장은 "서울 메트로 사장은 지하철은 '시민의 발'이라고 강조하더니 권력의 눈치보기에 급급해서 자의적으로 직권 남용을 하며 무정차를 결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조가 이에 항의하자 무정차 결정은 경영권과 관련된 사항이라며 노조는 관여하지 말라고 일축했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 측 "자체 규정을 따라 판단한 것뿐"

한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측에서는 "19일, 26일 무정차 운행은 서울메트로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경찰의 압력을 부인했다.

서울메트로 홍보실 관계자는 "경찰이 당일 촛불 집회가 열릴 거라는 정보를 주면 서울메트로에서 자체적으로 무정차 여부를 결정한다"며 "선의의 시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지만 지하철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게 시위대가 들어오는 등 혹시라도 벌어질 일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가 무정차 운행을 하는 근거는 자체 규정을 따른 것이다. 서울메트로 '여객 운송 규정' 제7조를 보면, "서울메트로 사장이 여객 운송의 원활을 기하기 위하여 필요할 때는 '승차 구간 및 열차의 운행' 등을 제한하거나 정지시킬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 서울메트로 '안전 관리 규정' 제55조를 보면, "지진 등으로 인한 재해가 발생하거나 그 밖의 열차 운행에 중대한 장애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안전 운행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한 때는 열차 운행을 일시중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서울메트로는 이런 규정을 근거로 대규모 집회가 열렸던 지난 6·10, 7·5 촛불 집회와 6월 25, 26, 28, 29일 등에도 경복궁역을 무정차 통과시켜 시민의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서울메트로는 당시 대규모 집회와 6월 25일을 제외하곤 자체적인 판단 하에 무정차를 결정했다고 발표해 권력에 과잉충성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찰 "…" vs 시민 "시민 불편 책임 물어야"

이렇게 경영진과 해당역사, 노동조합의 설명이 엇갈리는 가운데, 종로경찰서 정보과 관계자는 무정차 관련 협조요청을 내린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 "할 말이 없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이와 관련해 무정차로 불편을 겪은 한 시민은 "요즘처럼 3000명에서 1만 명 정도 모이는 집회, 그것도 청계천에서 사람이 모여 있는데 경복궁역에서 무정차를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경찰의 요구든지 서울메트로의 과잉 충성이든지 반드시 책임 규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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