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2일 "더 늙기 전에 나라의 미래를 위해 투신하라는 주변의 요청이 있는 만큼 심리적 압박감과 고통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국 출장중인 문 사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국제전화에서 이같이 말했으나 "이런 상황에서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누가 없으니 (대신) 나가라는 발상은 무책임한 것"이라며 정 전 총장의 대안카드로 자신이 거론되는 데 대해서는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낙마와 관련,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유리벽을 걷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들어오라고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정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데 대한 생각은.
▲지난 3일이 1년 같았다. 모처럼 맘 먹으신 분을 놓친 데는 그만큼 사회의 책임이 크다. 우리사회의 유리벽이 여성한테만 있는 게 아니고 정 전 총장 같은 분에게도 있었다는 반증이다. 유리벽은 제거하지 않은 채 사람만 불러모으면 어떡하느냐. 국가의 비전을 토론할 기회가 있었으면 했는데 안타까울 따름이다. 소식을 듣고 정 전 총장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는 하지 못했다.
- 정 전 총장 불출마 선언 이후 문 사장의 행보에 관심이 많은데.
▲말만 요란하지 실제로는 벽을 사방에 쌓아놓고 있기 때문에 외부의 뜻있는 분들이 못들어오는 것이다. 정 전 총장도 유리벽에 부딪힌 것 아니냐. 정치권이 다시 설득하기보다는 불출마 선언이 있자마자 버리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누가 없으니 (대신) 나가라는 발상은 무책임한 것이다.
- 사실상 결심을 굳혔다는 관측이 많다.
▲그것은 지금 논의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저는 현직 경영인으로 일자리 만드는 데 눈코 뜰 새가 없다. 아직 말만 오가는 단계 아니냐. 더구나 지금은 시민사회가 진로를 생각하는 과정이지 (움직임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나가는 게 쉬운 것 같이 보여도, 우리 사회가 정책 보다는 학연, 혈연, 지연에 관심이 많은 상황에서는 바보 만들기 십상이다. 기득권을 갖지 못한 마이너리티(소수)도 참여할 수 있도록 (대권 경쟁이) 콘텐츠, 알맹이 위주로 가야하는데 행사 위주로만 흘러간다.
다만 더 늙기 전에 나라의 미래를 위해 투신하라는 주변의 요청이 있는 만큼 심리적 압박감과 고통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 범여권 예비 대선주자 연석회의에 참석할 의사가 있나.
▲공식 제안을 받은 바 없다. 이름만, 얼굴만 필요하다면 가면 안 되는 것 아니냐. 갈 이유가 없다.
우선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고민이 전제가 돼야 한다. 이미 자신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해 온 정치권 인사들과 함께 모이면 국민들에게 자신의 비전을 말할 기회가 없던 외부 인사에게 발언 기회가 제대로 있겠는가. 재래식 방식이다.
외부 인사들이 모여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가 있다면 100번, 1000번도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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