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의원은 지난 7일 보도자료를 내 남윤인순 이사의 대책회의 활동을 문제 삼으며 "이사직을 내놓으라"라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심 의원의 행보는 신태섭 이사 때처럼 이번에도 역시 성향이 다른 이사의 꼬투리를 잡아 사퇴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새다.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행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남윤인순 KBS 이사는 현재 여성연합단체(여연)의 대표로서 1800여 개의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대책회의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심재철은 방송법도 모르나"
대책회의는 9일 오전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심 의원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먼저 이들은 "심 의원이 남윤인순 이사가 시민사회단체 대표로서 광우병대책회의 활동을 하는 것이 'KBS 이사'로서 결격 사유가 되는 양 주장했지만, 이는 악의적인 왜곡이다"라고 일축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민주언론시민연합 박석운 공동대표는 "한나라당이 촛불을 음해하고 흠집 내려는 데 광분하고 있다"라며 "심 의원은 수년 동안 언론과 관련해 일한 국회의원으로서 방송법도 모르느냐"며 꼬집었다.
한국PD연합회 양승동 회장도 "방송법을 모르시는 분이 심 의원의 발언을 들었다면 그럴 듯하게 들었을 테지만 KBS 이사는 KBS 프로그램과 뉴스에 관여할 수 없다"면서 "KBS 이사는 방송 공공성에 대해 고민하는 외부 인사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심 의원이 지적한 남윤인순 이사보다 오히려 한나라당에서 추천한 일부 KBS 이사들이 KBS를 이명박 정권에 갖다 바치려 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이 이 같은 일을 계속 내버려둔다면 현재는 지지율이 30%대이지만 10%대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대책회의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심 의원이 방송법과 KBS 이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이 이 같은 발언을 했다"라며 "KBS 이사가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다"라고 밝혔다. 방송법 4장 제46조에 따르면 KBS 이사들은 각계 대표성을 반영해 임명하도록 돼 있다. KBS 이사회는 각계 인사들이 참여해 공영방송 경영에 대한 '사회적 감시' 역할을 하는 기구이며, 이사는 3년 임기를 법으로 보장받는다.
"광우병이 위험하다고 말하면 공정하지 못한가?"
또 대책회의는 기자회견문에서 "공정성 논란의 한쪽 당사자인 광우병 대책회의의 주요 구성원으로 내놓고 활동한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라는 심 의원의 주장에 대해 "대책회의는 이명박 정부를 향해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건강권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는 국민과 함께해 왔다"며 "국민의 정당한 요구를 공정성 논란의 대상으로 몰고, 국민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활동한 것이 편향적 활동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전국학교급식네트워크 배옥병 대표도 "국민 건강권을 염려해 검역 주권을 회복하자며 재협상을 촉구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되었느냐"며 "(남윤인순 대표가) 여성으로서, 어머니의 이름으로 아이들 밥상을 지키려고 검역주권을 내준 한나라당과 정부에 대해 개탄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심재철 의원은 국민의 심부름꾼이 아닌가"라며 "남윤인순 대표의 사퇴를 운운하기 전에 먼저 건강권을 내준 이명박 정권이 먼저 사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대책회의는 결국 일련의 과정이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한나라당과 정부의 시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심재철 의원이 남윤인순 대표와 광우병 대책회의를 연결해 '사퇴'를 운운한 것이 광우병 대책회의를 흠집내려는 시도일 뿐만 아니라, KBS 이사회를 장악해 정연주 사장을 쫓아내고, 나아가 공영방송 KBS를 장악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되었음을 잘 알고 있다"며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민심을 외면한 채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시민사회에 대한 탄압으로 위기를 돌파하려 든다면 기다리는 것은 국민의 심판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논평을 내고 "남윤인순 상임대표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의 대표로서 한 분야의 대표성을 인정받아 KBS의 이사로 추천되고 선임된 것이며, 남윤인순 대표가 광우병 대책회의에서 활동하는 것이 KBS 이사직을 사퇴할 아무런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심재철 의원은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위협하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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