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는 전날에 이어 광우병 기독교대책회의가 주도했다. 경찰은 경찰버스로 서울광장을 둘러싸고 집회 시작 전까지 시민들의 통행을 허용하다 전날처럼 7시 이후 서울광장을 완전 봉쇄했다. 미처 서울광장에 들어오지 못한 60여 명의 시민들은 시청 역 4번 출구 앞에서 따로 촛불을 들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대체로 대책위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리고 자신들은 평일 집회에 계속 나오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학원강사인 박승희 씨(32)는 "집중이 되는 게 낫다"고 하면서 "끊임없이 계속 나아간다는 데 의미가 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작은 단위라도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유재형(40) 씨는 "대책위 측에서도 물리적 한계가 있었을 거다"라며 "국민들도 많이 지친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유 씨는 "소수의 인원이라도 움직이는 게 의미 있다"며 "체력이 되는 한 평일에도 계속 나오겠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장 모 씨 (24)는 "주최 측이 없어도 초를 들러 나올 사람은 있다"며 "초 하나만 태우고 가더라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들어가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대책위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시선도 있었다. 직장인 이 모 씨(39)는 이번 대책위의 결정을 두고 "대책위의 한계가 드러난 거다"라고 평가했다. 이 모 씨는 "대책위가 지난 달 20일을 이명박 퇴진 운동의 기점으로 삼는 등 시민들에게 믿으라고 했으나 유야무야됐다"며 "대책위와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 한가득 촛불로 채워놓아야"
단순히 쇠고기 재협상 뿐 아니라 정부의 태도를 견제하기 위해 촛불이 계속 타올라야 한다는 견해가 다수를 차지했다. 유 씨는 "쇠고기는 작은 문제"라며 "언론탄압 등 문제가 많아 주변에 우스갯소리로 방 한가득 촛불을 채워놓아야 한다고 말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장 씨는 정부의 정책도 문제지만 태도가 더 문제라며 "말바꾸기, 때리기, 무시하기"가 문제라고 했다. 그는 "촛불이 꺼지면 정부가 막 나갈 거 같고 일부 신문도 '드디어 꺼졌다'고 보도할 거다"라며 "그래서 조금 모이더라도 촛불은 계속돼야 한다. 아직도 촛불을 들고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평일에도 촛불집회에 자주 참여해왔다는 김덕엽(29) 씨는 "촛불의 힘이 두 번의 고시 연기와 기만적이긴 하지만 대통령의 두 번의 사과를 이끌어냈다"며 "지난 6월 10일 100만 명, 7월 5일 50만 명이나 모인 것은 쇠고기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정부의 설명을 믿지 않는다는 말 아니냐"고 말했다. 김 씨는 "정책에 맞서는 방법이 거리에 있다"며 "거리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정부가 막는 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해산은 경찰이 먼저
시민들은 경찰이 서울광장을 통제하는 것을 두고 "봉쇄"가 아닌 "불법감금"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이 경찰에게 "여기가 감옥이냐" "시민감금 해지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감금'을 항의하자 경찰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5조인 범죄예방법과 집시법에 근거하여 시민들이 서울광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대응했다. 그러자 시민들은 "통행권이란 게 있다. 집회에 참석할지 어떻게 알고 그러냐. 집회에 참석할 가능성만 갖고 통행을 막아도 되냐"고 항의했다. 경찰이 대꾸하지 않자 "경찰이 지금 묵비권 행사하는 거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촛불집회를 마친 8시 50분께 시민들이 인권위원회 쪽으로 나가려 했으나 경찰이 막아서자 전날처럼 시청광장을 안에서 세 바퀴 도는 것으로 대신했다. 9시 30분께 시민들이 자진해산하겠다고 하자 약간의 실랑이 끝에 경찰이 길을 열어줬으나 시청 역 쪽에서 촛불을 들던 시민들이 광장으로 들어오면서 경찰과의 대치가 1시간 가량 계속됐다.
광장에 들어선 시민들이 집회는 열지 않고 삼삼오오 촛불을 들고 모여 대화를 나누는 데 그치자 10시 30분께 모든 경찰버스가 해산했다. 해산하지 않은 일부 시민들은 서울광장에서 남아 계속해서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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