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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0억불, 투기세력 몰리면 금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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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0억불, 투기세력 몰리면 금방이다"

정부 외환시장 개입, 단기 처방이 문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7일 외환시장 개입을 공식 선언했다. 필요할 경우 외환보유고를 풀어서라도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그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최중경 차관 등이 구두개입을 한 적은 있지만 공식적인 시장 개입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지난달 말 현재 2581억 달러의 외환보유고에 대해 "정부의 달러 보유액은 세계 5,6위 수준으로 한때 과다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면서 '총알'은 충분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위한 개입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자칫 잘못했다가 외환보유액만 축나고 투기세력에게만 좋은 일 시켜주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이명박 정권 들어 계속된 정부의 단기처방식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환율을 끌어올리다가 고환율 정책의 부작용으로 물가 폭등으로 궁지에 몰리자 반대로 달러를 내다 파는 임기응변식 대응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부 개입에도 불구하고 환율 소폭 하락

정부의 초강수에도 불구하고 당장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달러당 7.50원 하락한 1042.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정부의 개입 선언으로 9.40원 떨어진 1041.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1036.50원까지 급락했으나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도가 계속되면서 1042.90원으로 급등해 거래를 마쳤다.

이처럼 정부의 대응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유가와 외국인 주식 순매도세 등 펀더멘털은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다.

모건스탠리 스튜어트 뉴핸 애널리스트는 이날 최근 한국, 인도, 베트남 중앙은행의 반복적 통화시장 개입에 대해 성장이 둔화되고 무역수지도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개입은 궁극적으로 실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기처방이 문제다

한편 정부가 자신하고 있는 외환보유고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현재 정부가 외환보유액이 많다고 하지만 2580억 달러는 투기 세력이 몰리면 금방"이라며 "외환보유고만 축내고 투기세력에게만 좋은 일 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외환보유고가 많다고 하지만 현금 자체를 많이 갖고 있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단기외채를 많이 갖고 있다"며 "정부도 작년부터 해외 부동산 투자의 금액 한도를 없애는 등 지속적으로 달러를 내보내는 정책을 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해외 펀드에 30조 원 이상의 돈이 빠져나간 사실도 지적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에 대해 "자산도 많지만 부채도 많은 상태"라는 것.

따라서 그는 "문제를 환율의 급락에 한정시켜 볼 게 아니라 이런 외환보유 상태와 연관된 근본적인 정책이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고환율정책을 무리하게 펴다가 이번에는 환율 끌어내리기로 정책 방향을 선회한 것에 대해 "단기적인 처방에 급급해서는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만수 장관 경질 없이는 백약이 무효"

한편 경실련은 이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질을 촉구한 성명을 통해 현 정부의 과도한 환율 개입 정책에 대해 비난했다.

경실련은 "강만수 장관은 7% 경제성장을 위한 단기부양책에 과도하게 집착하여 인위적인 환율상승을 통한 수출 증대를 꾀했으나 그 결과, 수입원자재 가격 급등과 물가 급등으로 귀결되어 국민들의 고통이 심화됐다"며 "강만수 장관의 인위적 고환율 정책으로 인해 지난 석달간 2조662억 원의 원유수입 추가 부담이 발생하여 일본, 대만보다 3배의 물가폭등을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고환율 정책을 고수하다가 물가에 발목이 잡힌 강만수 장관과 최중경 차관은 치솟는 원·달러 환율을 하향 안정시키기 위해 달러 매도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환율인하 유도가 전혀 안 먹히고 우리경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국의 개입여부에 따라 움직이는 '널뛰기 환율'은 지난 6월 내내 계속 나타난 현상"이라며 "오히려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 외환보유고에서 쏟아부은 달러 매도 액수가 약 100억 달러(10조 원) 안팎으로 추정되면서 국가에 피해만 주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외환보유액 감소 외에 환율헤지상품인 키코(KIKO)등의 손실까지 계산해 3개월 만에 20조 원 이상 한국경제에 손해를 입혔다는 주장도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경제원론 교과서에도 환율은 내버려 두라고 돼 있다.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리고 환 투기 조장 등 시장개입 폐해가 심각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제의 기본원리에 대한 이해조차 결여되어 있는 현재의 경제팀에 앞으로 우리 경제를 내맡겨 둘 수 없다"며 강 장관의 경질을 촉구했다.

이날 단행된 소폭 개각으로 최중경 차관은 경질됐으나, 강만수 장관은 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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