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가격 인상분 반영해야"…분양가 2% 추가 인상
7일 국토해양부는 공동주택 기본형 건축비를 종전보다 4.40% 인상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에 따라 8일부터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하는 공동주택 분양가는 종전에 비해 택지비 변동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이전보다 1.8-2.2% 가량 오른다.
변경된 기준에 따르면 전용 85㎡, 공급면적 112㎡인 공동주택 기본형 건축비는 지난 3월 1일 기준으로 세대 당 1억4836만 원에서 1억5490만 원으로 약 654만 원 가량 오른다.
이번 기본형 건축비 조정은 공동주택 기본형 건축비를 수시 조정할 수 있도록 한 단품슬라이딩제 적용에 따른 것이다. 단품슬라이딩제는 철근·레미콘·고강도 콘크리트(PHC)파일·동관 등 4개 품목 값이 매년 3월과 9월 두 번 이행되는 정기 고시 이후 3개월 동안 15% 이상 변동할 때 곧바로 기본형 건축비를 조정하는 제도로 올해 6월 30일부터 적용됐다.
이번 인상의 경우 철근 값이 전보다 62% 가량 인상된 데 따른 조치다. 나머지 3개 품목의 인상률은 15% 미만인 덕분에 단품슬라이딩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
분양가 인상에는 신경도 안 쓰더니…
국토해양부는 이번 조치 이행이 원자재 값 급등에 따른 가격 현실화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이번 건축비 인상은 9월 정기 고시에 반영될 것이었다. 철근 값 급등에 따른 현실화를 위해 이번에 실시한 것"이라며 "유연하게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실질적인 원가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설사의 과도한 고분양가 유지 기조가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에 따라 안 그래도 어려운 서민들의 내집 마련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는 지난 3일 '지방 미분양 이유 있다'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지방 분양 값이 지난해 하반기보다 60.2%나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지방 아파트에서 미분양 사례가 속출하는 데도 건설업체의 고분양가 정책이 지속되는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이날 정부 발표 후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 건설사 입장만 반영한 이번 조치 이행을 비판했다.
경실련은 "정부는 미분양 사태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분양가를 오히려 높이는 건설사를 규제하지는 않고 오히려 고분양가를 부추기는 단품슬라이딩제도를 실시했다"며 "이미 정부가 발표하는 기본형 건축비가 통상 건축비의 1.5배에 달하는 상황에서 단품슬라이딩제도로 건설사에 추가 인상 여지만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건설업계의 편의만을 봐주는 정책을 중단하라는 요구다.
경실련은 따라서 정부가 건설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근본적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방법으로는 전면적인 후분양제 도입을 들었다.
경실련 "건설업체가 주장하는 '위기'는 스스로 자초한 것" 건설업계 위기설이 연일 신문지면을 뒤덮고 있다. '하루에 한 곳' 꼴로 건설사가 도산한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쏟아져 나온다. 지방에서는 미분양 사태가 속출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이는 과장된 수치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미분양 사태의 1차 책임은 건설업체가 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실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현재 건설업의 부도율은 일반(종합) 건설업의 경우 0.44%로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12.41%에 달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다. 전문 건설업의 부도율 역시 0.27%로 지난 1997년 4.39%에 비해 턱 없이 낮다. 건설업체가 지금의 상황을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짐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미분양 물량은 오히려 외환위기 당시보다 늘어났다. 지난 1998년 10만 호였던 미분양 물량은 올해 들어 약 13만 호로 늘어났다. 건설사들이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하는 완공 후 미분양도 1998년 17.6%에서 올해 3월에는 15.5%로 큰 차이가 없다. 건설업체가 무리한 분양가 인상으로 주택 가격만 올려놓았음을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실련은 "최근 5년 동안 전국 아파트 분양가는 지난 2003년 3.3㎡당 603만 원에서 올해 6월 1214만 원으로 두 배(101.3%)나 상승했다"며 "결국 시세보다 1.5배 이상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건설사들의 미분양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분양이 집중되는 주택 형태 역시 서민용이 아닌, 중대형 평형에 집중됐다. 주택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서민평형으로 분류되는 60㎡(18평형)이하 소형 주택의 미분양률은 지난 2000년 5.4%에서 올해 1월 4.5%까지 낮아졌다. 반면 지난 2005년 말 25.2%에 불과하던 85㎡(25평형) 초과 주택의 미분양률은 올해 1월 들어 50.7%까지 늘어났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건설사가 건설 이익을 더 낼 수 있는 중대형 주택을 과도하게 공급한 결과"라며 "서민평형은 외면하고 중대형에 집중한 탐욕이 고분양가 양산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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