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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형'으로 '민주당 재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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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형'으로 '민주당 재건' 될까?

[김종배의 it] 기동력과 순발력, 지구력이 관건

민주당의 당면과제는 정체성 확립과 지지층 창출이다. 이건 자타가 인정하는 민주당의 절박한 과제다.

시간이 많지 않다. 2010년에 치러질 지방선거 전에 당면과제를 풀지 못하면 어떤 화가 닥칠지 모른다. 자칫하다간 표류가 난파로 귀결될 수 있다.

어떨까? '정세균 호'는 민주당의 이런 시급한 과제를 풀 수 있을까?

단박에 눈에 들어오는 건 잿빛 신호다. 부조화 현상이 눈에 띈다. 정세균 신임 대표의 '관리형' 리더십과 민주당의 '단일' 지도체제가 엮인 모습이 어설프다. '단일' 지도체제가 부여한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하기에는 '관리형' 대표의 콘텐츠가 밋밋해 보이고, '관리형' 리더십을 담기에는 '단일' 지도체제의 강력한 권한이 벙벙해 보인다.
▲ ⓒ 연합

오히려 '관리형'에 호응하는 건 최고위원이다. 손학규계, 구민주당계, 친노계 등이 분점한 최고위원과 '관리형' 대표가 그나마 구색이 맞는다. 그 어느 계파도 주도권을 쥐지 못한 당내 사정이 반영된 게 최고위원 경선 결과이고, 특정 계파의 주도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각 계파의 속내가 투영된 게 '관리형' 대표다. 다른 누가 한 말이 아니다. 정세균 대표 스스로 경선기간 내내 한 말이 '안정과 통합'이다.

대충 드러난다. 새 지도체제의 컨셉은 '병존'과 '분점'이다. 모양새는 '단일'이지만 속내용은 '집단'인 게 민주당의 새 지도체제다.

민주당의 당면과제를 실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느슨한 병존은 강력한 추진력, 그리고 기민한 정국 대응력과는 거리가 멀다.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거꾸로 읽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민주당 내의 '계파 병존' 현실을 감안해 '단일' 지도체제를 만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계파간 합의에 이르지 못할 때, 그래서 중구난방의 모습을 보일 때를 대비해서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항변이 전개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반박자료는 정세균 대표의 리더십에 붙는 또 하나의 딱지다. '관리형' 중에서도 '여당식'에 해당하는 그의 리더십이 문제다.

'여당식 관리'에는 몇 가지 원리가 있다. '소폭'이다. 대통령이란 울타리 때문에 '여당 관리자'가 자율 결정할 수 있는 폭은 극히 제한된다. '양보'다. 여당이 갖는 특수한 위치 때문에 의정의 기본 전략은 끌고 가되 양보하면서 끌고 가는 것이다. 간단히 정리하면 '여당식 관리'의 본질은 '온실 관리'다. 그래서 호미만 들어도 족하다.

하지만 민주당이 처한 현실은 다르다. 온실이 아니라 광야다. 그것도 거대 여당과 거리의 국민이 파열음을 내는 거치른 광야다. 그래서 곡괭이를 들어야 한다. 풍찬노숙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정체성과 관련해 '대안 정당' '정책 정당'을 언급하지만 구두선에 가깝다. 정부여당의 엇나간 정책 행보에 맞서 대안 정책을 제시하는 건 맞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그런 대안이 수용되지 않을 때의 대응전략이 더 큰 숙제다. 수시로 무시당하고 무시당하면서도 끌려가는 모습을 연출하면 대안·정책정당 구호는 무력·무척추 정당 이미지만 부른다.

그래서 간절하다. 경계를 넘나드는 기동력을 보이는 게 필요하다. 그 기동력으로 전선을 선점하는 순발력이 절실하고, 전선에 구축한 진지를 지켜내는 지구력이 간절하다.

담아낼 수 있을까? 이런 '야성'을 '여당식' 관리형 대표가 이끌 수 있을까?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아니오'에 가깝지만 그래도 단정은 피하자. 정치가 생물이라면 정치인은 생물체다. 생물체의 속성은 환경에 적응하면서 진화하는 것이다. 정세균 대표로부터 이런 가능성을 빼앗을 이유는 없다. 지켜보는 게 순리다. 시간이 얼마나 허락할지는 알 수 없지만….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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