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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명박, 부시만 믿지 말고 오바마를 봐라"

[인터뷰] 이해영 교수 "한미 FTA 연내 체결, 시간적으로 불가능"

이명박 정부가 지난 1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동의안을 재의결했다. 17대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한 FTA 비준동의안을 한나라당이 과반인 18대 국회에서는 일사천리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한나라당도 정부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태세다. 한나라당은 상임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전원위원회를 열어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거대 여당이 합심해 FTA 비준동의안을 7월 안에 처리하겠다고 서두른다. 연내 한미 FTA 문제를 마무리짓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이같은 바람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촛불' 때문이 아니다. 미국 때문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에서 빠르게 '한미 FTA'로 모드 전환을 하려는 것은 또 한번의 '대국민 사기극'이 아니면 '부시 대통령에 대한 눈먼 짝사랑', 둘 중 하나다.

시간 부족·미 민주당의 반대
▲ 이해영 한신대 교수. ⓒ프레시안

대표적인 FTA 반대론자인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1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한미FTA의 연내 처리가 불가능한 이유를 밝혔다. 우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미FTA는 TPA(Trade Promotion Authority.무역촉진권한)의 적용을 받아 이행법안이 미 의회에 제출 되면 90일 안에 처리를 해야 한다. 미 하원의 세입세출위에서 45일, 하원 표결에 15일, 상원의 재경위에서 15일, 상원 표결에 15일을 합쳐 90일이다.

올해는 미 연방총선과 대선이 있기 때문에 의회 회기가 9월 26일에 끝난다. 그 사이에 7월초는 미국 독립기념일이라서 일주일 정도 쉬고, 8월에는 휴가철이라서 한달 정도 휴회를 한다. 그리고 주말을 빼면 남는 기간이 40일도 안 된다. 이 기간에 절차를 다 마칠 수 없다."


또 미 민주당의 '한미FTA 반대'도 큰 걸림돌이다. 미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는 자동차 협상 등 문제를 지적하면서 "한미FTA 반대"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미 민주당 최대 지지세력 중 하나가 노조인데, 노조 쪽에서 한미FTA에 대해서 반대를 했고 오바마는 재협상까지 공언했다. 민주당 지도부 입장에서 보면 한표가 아쉬운 마당에 자기 당의 대선 후보가 공개적으로 반대한 한미 FTA를 찬성하기 힘들다."

MB, 부시를 믿나

이명박 대통령에게 FTA의 조속한 처리를 굳게 약속했던 부시 대통령이 민주당 지도부와 물밑 협상을 통해 '빅딜'을 할 가능성은? 부시 대통령이 원한다고 해도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다가 대선과 총선 승리가 유력한 민주당이 굳이 응할 개연성이 떨어진다.

"이명박 정부는 부시 대통령 임기가 남아 있는 동안 이걸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내년 1월에 처리한다 하더라도 의회를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조건이 바뀌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는 우리가 먼저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면 이걸 가지고 부시 행정부가 미국 의회를 압박한다는 '의회 압박론'을 믿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현실성이 있는 얘기가 아니다."

이 교수는 또 정부는 오바마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재협상을 요구해올 수도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서두르고 있지만,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해올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더욱 비준동의를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먼저 비준동의해버리면 오바마가 자동차 재협상을 요구했을 때 맞받아칠 카드가 없다. 어차피 쇠고기는 날려버렸으니까 비준동의라는 카드라도 쥐고 있어야지 않겠나.

오바마의 한반도 정책을 설계하는 사람이 허바드 전 주한미대사다. 허바드 전 대사는 자동차 협상 문제를 놓고 재협상을 요구하면 한국이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부속협정(side agreement)을 하자는 안을 제안했다. 오바마가 당선된다면 부속협정을 통한 자동차 문제 해결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재협상이 아니면서도 미국은 '재협상에 준하는' 실익을 챙길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FTA 비준 동의를 서두르고 있다."

오마바의 FTA 반대, 美 경제정책의 변화 시사
▲지난 4월 방미 당시 부시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이 대통령은 '쇠고기 협상'을 부시 대통령에게 정상회담 선물로 선사했고, 부시 대통령은 이에 '한미 FTA의 조속한 처리'를 약속했다. ⓒ연합뉴스

이 교수는 또 오바마와 미 민주당의 한미 FTA 반대를 단순히 선거에서 표를 더 많이 얻기 위한 '대선 전략'만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미국 내 여론이 FTA에 대해 등을 돌렸다는 것. 신자유주의의 결과로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면서 '일자리'가 노동계의 최대 이슈가 됐고, '일자리 해외 유출' 문제와 연결돼 반 FTA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공화당조차도 지지자들 중 절반 이상이 FTA를 반대한다. 일자리 해외 유출이 최대 쟁점이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의 노조와 시민단체들이 고용 안정 문제에 대해 일관되게 요구해온 것들이 이제야 오바마라는 후보를 통해 가시화된 것이다.

최근 일부 미 민주당 의원들이 새 통상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 중 제일 중요한 문제가 식품안전성 문제, 투자자국가제소권 문제, 또 일자리를 미국에 유지하는 기업에 각종 혜택을 주는 내용 등이다. 이 법안이 통과될 지는 모르지만 그만큼 FTA에 대한 미국 내 분위기가 변화됐다는 얘기다."

이는 곧 자유무역(free trade)에 대한 미국내 시각의 변화를 의미한다. 통상무역 정책에 있어 오바마 캠프 등 민주당은 '공정무역'(fair trade)을 '자유무역'에 대항하는 논리로 들고 나왔다.

"오바마가 한미FTA에서 자동차를 문제삼는 것은 한국은 자동차를 5000대 수입하면서 70만 대 수출하지 않냐. 이게 어떻게 공정하냐고 문제제기한다.

여기에다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 관점에서 말해봤자 얘기가 안 된다. 오바마의 FTA 반대가 '선거전략'이라고 치부하고 있는 우리 정부가 과연 이런 변화를 인식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오바마의 전략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미국의 내재적 관점으로 보자면 오바마의 입장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미 노동자들을 대변한 것이라는 점에서 진보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오바마의 통상정책이 갖고 있는 내용을 제대로 평가하고 이런 부분과 어떻게 관계를 설정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민주당은 투자자국가제소권의 경우 주권 침해적 요소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고, 식품안전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쇠고기 재협상이나 FTA 재협상의 문제를 선제적으로 제기하는 방법도 충분히 검토 가능하다는 것.

MB, '노무현의 거짓말' 반복해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FTA를 밀어붙이면서 이런 미국의 변화에 둔감하다. 또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 그것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미 해서 거짓말이라는 사실이 다 밝혀진 레파토리를 반복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한미 FTA가 체결되면 34만 개의 좋은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GDP(국내총생산)도 10년간 6%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이는 노무현 정부 시절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내놓은 결과다. 하지만 이 예상 수치는 이미 수차례 검증을 통해 의도적으로 부풀려진 것임이 밝혀졌다.

경기대 신범철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CGE(연산가능 일반균형 모형)에 의한 한·미 FTA 거시경제 효과 분석'이란 논문을 통해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10년간 GDP가 0.2-0.25%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신 교수의 연구 결과를 언급하면서 "이는 매년 GDP로 0.02% 효과가 있다는 것인데 매우 미미하다"며 "고용효과로 따지면 1년에 1500개 정도의 일자리가 증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장한대로 일자리가 34만 개 늘어나려면 한미 FTA를 200년 이상 해야 한다. 반면 우리가 지불해야할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다. 양극화 심화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문제를 논외로 친다고 하더라도 대미 무역 흑자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미국과 중국에서 발생한 무역흑자로 먹고 사는 구조다. 근데 올해 들어 11년 만에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고 하는데 한미FTA가 체결되면 경상수지 적자를 더 늘리는 셈이 된다. 과연 이런 FTA가 경제를 살리는 길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촛불의 '집단지성', 신성장동력이다
▲이 교수는 "미래학자들은 집단지성을 미래의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 중 하나로 본다"며 경제학적 측면에 있어 촛불의 의미에 대해 강조했다. ⓒ프레시안

이 교수는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촛불'을 탓하면서 FTA를 돌파구로 들고나온 이명박 정부에 대해 "촛불에게 길을 물어보는 게 빠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래학자들은 집단지성을 미래의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 중 하나로 본다. 위키피디아 모델이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다. 한미FTA가 0.02% 정도의 GDP 효과가 있다면 집단지성은 훨씬 더 큰 성장동력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이를 누르고, 억압하는데 급급하다. 방향을 국가가 지시하면서 가는 명령경제의 시대는 지났다. 박정희식 계획경제도 이미 끝났다.

집단지성이 가진 최대 장점은 자발성과 유연함, 창발성이다. 이를 제대로 착목하고 동력화내야 한다. 하지만 MB노믹스가 가는 길은 이런 방향이 아니다.

MB노믹스로 신자유주의가 국가 수준에서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경우 사회 양극화는 심화될 수 밖에 없다. '고용 없는 성장', '고용없는 수출'은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아래로부터 대중들의 불만과 압력이 커질 수 밖에 없고 경제문제가 정치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억압 수단을 강화하는 것이며, 이는 곧 민주주의의 퇴보를 가져온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촛불은 '경제의 소리없는 구조적 폭력'에 대항하는 하나의 상징이자, 이를 저지하려는 반경향(anti-tendency)으로 봐야 한다."

이 교수는 '촛불 탓'만 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혹시 앞으로 있을 위기 관리의 실패를 미리 촛불에 뒤집어 씌우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이런 잘못된 진단과 처방 때문에 경제가 더 어려워진다"며 "경제가 어려운 요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해영 교수는 마지막으로 한미FTA의 전면적인 재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쇠고기 협상을 통해 정부가 얼마나 엉터리로 협상을 해놓고 이를 포장하기에만 급급한지 여실히 보여주지 않았나. FTA도 마찬가지다. '졸속 협상'을 '졸속 비준'할 수 없지 않냐. 미국 정치 상황 때문에 연내 마무리하는 게 불가능하므로 시간을 갖고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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