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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주인은 잔디가 아니라 시민이다"

"조성 당시부터 논란 '잔디 광장', 발상 전환 필요하다"

서울시가 촛불 집회로 훼손된 시청 앞 광장 잔디 복원 작업을 지난달 30일부터 시작했다. 시는 교체 후 새 잔디가 뿌리 내리기까지 광장 출입을 통제할 방침이라고 1일 밝혔다. 그러나 이 때문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사제단)의 미사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광장 주인은 시민 아닌 잔디…"새로 까는 것 당연"

처음 청계천변에서 시작된 촛불 집회는 지난 5월 14일부터 시청 앞 광장으로 무대를 옮겼다. 한 달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시청 앞 광장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집회가 열렸으니 잔디가 상한 것은 당연하다.

실제 최근 시청 앞 광장의 모습은 매우 흉물스럽다. 잔디가 모두 죽어 흙바닥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곳이 많다.

이 때문에 시는 지난달 30일 오후부터 잔디밭 주변에 통제 라인을 설치하고 광장 중심부에 둥글게 심어진 잔디 제거 작업을 실시했다. 이번 주 중으로 잔디를 모두 걷어낸 다음 새 잔디 5000㎡를 오는 6일까지 옮겨 심을 예정이다. 총사업 비용은 5600여만 원 가량이 들 것으로 보인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새 잔디가 광장에 안정적으로 활착(뿌리내리기)해야 하는데 이 기간까지 공사 기간으로 잡으면 이번 달 20일 정도까지 통제될 것으로 보인다.

시가 잔디를 위해 광장을 통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경제정의실천연합 도시개혁센터가 서울시에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얻은 결과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04년 광장 개장 후 약 1년여 동안 총 210일간 시민의 광장 출입을 제한했다. 그 중 175일은 잔디휴식을 위해 광장 전체를 통제했고, 35일간은 잔디 복원을 위해 부분 통재했다.

이 기간 광장 관리비는 3억 2661만 원이었다. 절반 이상이 잔디보호를 위해 날아갔다. 많은 세금이 쓰였음에도 광장은 처음부터 시민을 위해 열린 것이 아니라 잔디 보호를 위해 닫혀있었던 셈이다. 서울시는 최근에는 관리비용이 2억 원 이내로 줄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총무과 관계자는 "잔디 복원 사업 소식에 '왜 광장을 막느냐'는 항의도 있지만 잔디가 다 죽어 흉물스럽다는 민원도 많다"며 "광장이 청계천에서부터 이어지는 관광코스인데 외국인 이목도 생각해야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1일 오전 서울시가 녹지사업소 인력을 투입해 훼손된 잔디를 걷어내고 있다. ⓒ뉴시스

'촛불 죽이기'는 음모론?

문제는 전날에 이어 오늘도 사제단의 미사가 시청 앞 광장에서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사제단뿐만 아니라 불교계와 개신교계에서도 시청 앞 광장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시작된 사제단의 미사는 한 동안 시위대와 경찰의 강경한 충돌이 계속되고 경찰의 집회 원천 봉쇄 의도가 이어지면서 촛불이 꺾일 가능성이 제기되던 순간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서울시가 사제단 미사일과 같은 날부터 잔디 복원 사업을 시작하면서 '촛불 죽이기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단 시는 오해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음모론' 같은 것이 제기되는 것은 알고 있는데 억측일 뿐"이라며 "우리도 미사 때문에 부담스러워 앞으로 상황을 봐가면서 향후 상황을 논의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음모론은 시가 지난달 23일 행정안전부의 협조 요청을 받아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측에 천막을 철거하고 시청 광장 사용에 대한 변상금을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시가 정부의 '촛불 죽이기' 총대를 메고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 총무과 직원들은 지난달 23일 대책회의 등 18개 시민단체를 찾아가 천막 33개를 철거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시는 또 광장 무단 사용에 대한 변상금을 대책회의에 물릴 예정이다.

시청 앞 광장 사용료는 1㎡당 한 시간에 10원이며 무단 사용에는 20%, 야간에는 30%가 각각 가산된다. 대책회의가 물어야 할 변상금 액수는 약 1000만 원 정도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천막에 대해 청구하는 비용은 얼마 되지 않는다"며 "우리 광장 전체를 한 시간 동안 쓴다 해도 13만 원 정도 밖에 안 되는데 수만 명을 동원하는 행사를 하면서 그 정도 생각도 없었겠나"고 반문했다.

애초에 잘못된 잔디 광장…"새로운 대안 고민할 때"

시청 앞 '잔디 광장'은 처음부터 논란을 안은 채 탄생했다.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하이서울페스티벌 일자에 맞추느라 갑작스럽게 광장에 잔디를 복원하는 결정이 난 것이라는 얘기다.

도시연대 김은희 사무국장은 "처음 공모를 통해 당선된 '빛의 광장'이 기술상 문제로 채택되지 않은 후 시청 앞 광장조성 시민위원회에서는 '다시 대안을 모색해야 하며 절대 잔디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가졌다. 그런데 서울시에서 하이 서울 페스티벌 일정을 맞추느라 무리하게 잔디 광장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3월 발표된 서울시의 설계안 공모 당선작인 '빛의 광장'. 박막액정표시장치(LCD)를 광장 바닥에 설치해 정보 광장을 만든다는 계획이었으나 기술상 문제와 공사 기간 문제로 취소됐다. ⓒ연합뉴스

김은희 사무국장은 "잔디를 깐 것 자체가 문제다. 광장이 가지는 의미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을 때 생긴다"며 "이념이나 쇠고기 문제에 대한 찬반 입장을 떠나 지금 시청 앞 광장이 겨우 광장의 본래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꼭 잔디 복원 사업을 밀어붙여야 하나"고 아쉬워했다.

그는 '잔디를 좋아하는 시민이 많다'는 물음에 대해서도 "잔디 광장을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잔디는 카펫이 아니다"며 잔디가 많은 사람이 모이는 광장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국장은 서울시가 말하는 '관광지로서의 의미'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애초 취지를 생각하라는 지적이다.

그는 "처음 광장을 만들 때 목적은 '자동차에 뺏긴 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주자는 것'이었지 관광지를 만들자는 게 아니었다"며 "서울시가 진지하게 시민을 위한 광장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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