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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시위, 낮의 청와대를 점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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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시위, 낮의 청와대를 점령하다

[현장] 고시철폐ㆍ공영방송 사수 투쟁, MB는 알까?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과 관련된 촛불집회가 거리시위로 번지면서 청와대 앞은 '난공불락'이었다. 촛불 시위대가 매일밤 국민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청와대 진입을 시도하지만 경찰버스, 물대포, 소화기 등으로 무장한 경찰들의 '철통 수비'를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낮의 청와대는 다르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조용한 시위가 청와대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27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는 다음 아고라의 유명 논객이 일인 단식 농성에 나섰고, 하늘에는 정부의 쇠고기 고시 강행을 비판하는 대형 애드벌룬이 떠올랐다.

아고라 논객 배성용 씨, 청와대 앞서 단식 시위

이날 오전 11시, 아고라에서 논객으로 유명세를 탄 배성용 씨(29, 한국디지털대 1학년)는 정부를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배 씨의 단식농성은 두 번째다. 그는 지난 달 8일부터 16일까지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단식농성을 벌이다 쓰러져 입원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는 "1차 시위가 끝나고 주변에서 '다시 할 계획이 있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정부가 국민의 말을 듣지 않고 고시 게재를 강행하면 다시 할 생각이었다"며 "재협상뿐만 아니라 민심과 반대되는 대운하 개발, 공기업 민영화, 언론통제 등을 확실히 멈출 때까지 단식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계속된 촛불 집회 참석과 단식 시위로 배 씨의 건강 상태는 좋지 못하다. ⓒ프레시안

그는 또 "정부가 고시 강행을 통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다"며 "그 동안 사과가 모두 국민을 기만한 것임이 드러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그는 최근 시위에서 시민들이 격렬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속았다'는 것을 안 시민이 어떻게 가만 있을 수 있냐는 뜻이다.

그는 "지난 네 달 간의 경험으로 '앞으로는 제대로 된 정치인을 뽑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현 정권은 물론 정치권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편 당초 10시로 예정됐던 시위 시작 시각은 배 씨의 이동 도중 계속된 경찰의 검문으로 늦어졌다. 이 때문에 처음 4개의 피켓을 준비했던 배 씨는 2개만을 목에 건 채 청와대 앞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청와대 상공에 뜬 고시 폐지 구호

청와대 상공에는 정부의 고시 강행을 비판하는 애드벌룬이 떠올랐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11시 30분 '생명 우선, 즉각 재협상'이란 구호를 매단 애드벌룬을 하늘에 띄웠다. 회원들은 건물 옥상에서 "사기 고시 폐지하라"고 외쳤다.

환경운동연합 생명안전본부 임지애 국장은 "정부가 강경 진압을 하며 촛불을 끄려하지만 고시 강행을 위한 논리가 빈약하기 짝이 없다"며 "국민의 먹을거리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를 듣고 즉각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국장은 "앞으로 회원들과 시민들에게 정부가 주장하는 '재협상'의 실체를 밝히는 데 노력할 것"이라며 "일단은 주말 촛불 집회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상공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촉구하는 글귀가 떠올랐다. ⓒ환경운동연합

박해정 간사는 "정부가 이번 주 들어 워낙 강경하게 나오니 우리도 단순히 촛불 시위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번 시위는 국민의 분노를 보다 효과적으로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라고 밝혔다.
"<YTN> 사수는 방송의 조·중·동化를 막는 것"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는 구본홍 전 <문화방송> 보도본부장의 뉴스채널 <YTN> 사장 임명을 반대하는 일인 시위도 열렸다. 구본홍 씨는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방송담당 상임특보를 지냈다. <YTN> 노조의 청와대 앞 시위는 지난 9일부터 시작됐다.
▲<교육방송> 송대갑 위원장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구본홍 씨의 <YTN> 사장 인사를 반대하는 일인 시위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

현장에서 만난 언론노조 <YTN>지부 현덕수 노조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앞장선 사람이 방송사의 사장이 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한번 정치권에 발을 담았던 사람이 언론사의 사장으로 내려온다는 것 자체가 현 정권이 방송사 사장 자리를 '대선 전리품'으로 생각한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현 위원장은 "1차 목표는 다음달 14일로 예정된 주주총회까지 시위를 이어가는 것"이라며 "방송의 공정성을 사수하고 방송의 조중동화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현 위원장은 <YTN>을 위해 촛불을 드는 시민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처음 '공영방송 사수'를 위해 <한국방송> 앞에서 촛불을 든 누리꾼들은 지난 15일부터는 <YTN> 앞에서도 촛불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현 위원장은 "그 분들이 인터넷 포털 다음에 '막둥이 YTN 지킴이'라는 카페까지 자발적으로 만드는 등 방송 사수를 위해 애를 쓰고 계시다"며 "국민들이 단순히 <YTN>의 보도가 마음에 들어 촛불을 드는 것이 아니라 방송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것임을 잘 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시청자의 성원과 지지를 따르는 방송이 되도록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시위에는 <교육방송>지부 송대갑 노조위원장이 나와 피켓을 들었다. 처음 1주일 간은 <YTN> 노조원이 피켓을 들었지만 이번 주는 각 언론사 노조 간부들이 나와 피켓 시위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을 시작으로 박승규 KBS본부장, 박정윤 한국경제TV지부장, 박성제 MBC본부장 등이 피켓을 들었다. 다음 주부터는 다시 <YTN> 노조가 청와대 앞으로 나올 예정이다.

송 위원장은 "언론의 생명은 권력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이라며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 <YTN>의 투쟁을 지지하기 위해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987년 민주화 이후 언론의 민주화도 확립돼간다고 생각했는데 이 정부 들어 그 가치가 무너지고 있다"며 "앞으로 또 어떤 도발이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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