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 논란의 중심은 지난 4월 29일 방송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다. 이 방송에 나온 주저앉는 소(다우너) 동영상이 광우병 소라는 증거가 없음에도 마치 광우병에 걸린 소인 양 편집됐고, 고(故) 아레사 빈슨 씨의 어머니 로빈 빈슨 씨와 인터뷰 자막에서 vCJD(인간 광우병) 자막을 넣은 것은 의도적이라는 게 <PD수첩>을 공격의 주요 논리다.
특히 해당 편 번역에 참여했던 정지민 씨가 지난 25일 <PD수첩> 게시판에 "주저앉는 소를 광우병과 연결한 것은 무리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제작진이) 번역자로 이름 올라간 사람한테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것이다"는 주장을 올리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보수 언론·정치권 "<PD수첩>, 잘 걸렸다"
보수 언론과 정치권은 기다렸다는 듯 공세를 펴고 있다. 조·중·동은 연일 기사를 통해 <PD수첩>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조선일보>는 '"'다우너=광우병' 연결 너무 오버한다…여러 번 얘기"'라는 기사 등 수 차례에 걸쳐 PD수첩 제작진을 성토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중앙일보>는 26일 'PD수첩, 57일간 국민을 광우병 공포 몰아넣고 "실수였다"'는 기사를 통해 이번 촛불 시위 책임이 PD수첩에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동아일보> 또한 전날 사설에서 "PD수첩이 의도를 갖고 국민을 우롱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공세 또한 매섭다. 이날 아침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 정병국 미디어발전특위 위원장은 일제히 <PD수첩>을 맹비난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홍 원내대표는 "PD수첩을 본 국민들이 광우병 의혹을 사실로 믿고 촛불 집회 현장으로 모였지만 지금 와서 보니 결국 허무맹랑한 보도였다"고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와 함께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표현을 쓰며 검찰의 개입을 촉구하기까지 했다.
정 위원장은 "PD수첩은 '오보논란의 진실'이란 코너에서 번역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고통스럽다고 한다. 참으로 뻔뻔하고 오만방자하다"고 공세를 폈다. 전여옥 의원 또한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개도 소도 웃을 일"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PD수첩> 제작진 "'광우병과 다우너 연결한 건 조·중·동 아니냐. 어이 없다"
한편 <PD수첩> 제작진은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 글을 통해 적극 해명에 나서고 있다.
이날 올린 'PD수첩 영어 번역자 J씨 관련 보도에 관한 입장'이란 글에서 제작진은 "제기된 번역을 둘러싼 모든 논란의 책임은 담당 PD에 있는 것이지 번역에 참여한 17명의 외부 프리랜서 번역가에 있는 게 아니다. 지난 24일 방송에서 제작진이 '영어 번역에 신경 쓰겠다'고 한 것은 J씨의 주장대로 번역자에게 뒤집어 씌우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J씨가 올린 글과 일부 신문에 의하면 다우너 소를 광우병에 직접 연결시키는 것은 왜곡이라는데 제작진은 이해할 수 없다"며 "광우병의 대표적 증세가 주저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작진은 나아가 조·중·동이 오히려 미국의 대규모 리콜사태를 보도하면서 광우병과 다우너 소를 연결시켰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PD수첩>은 "이들(보수언론)이 다우너 소와 광우병을 연결하며 '왜곡했다'고 대서특필하는 것을 보며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제작진은 이어 "<PD수첩>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쇠고기 협상이 졸속으로 이루어졌음을 밝히고자 프로그램을 제작했다"며 "이런 사실을 외면한 채 일부 언론이 '과장', '왜곡' 운운하며 끊임없이 <PD수첩>을 공격하는 것에 강한 유감을 재차 표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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