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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광우병 공화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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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광우병 공화국'인가"

[홍성태의 '세상 읽기'] 촛불을 끄고 싶지만…

캐나다에서 광우병 소가 또 다시 확인되었다. 13번째의 광우병 소라고 한다. 이런 와중에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장관 고시를 곧 관보에 게재하겠다고 나섰다. 이른바 '추가 협상'의 성과를 강력히 주장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에 관한 협상을 법적으로 확정하겠다는 것이다.

'추가 협상'이라는 것은 결국 미국 축산업계의 '자율 규제'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인데, 도대체 이것으로 어떻게 광우병 위험을 막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더욱이 계속 광우병이 확인되는 캐나다 소가 미국에서 100일을 머물면 미국 소로 수입될 수 있다. 미국 축산업계는 아주 신이 났고, 한국 시민은 참담한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은 오로지 미국을 위한 것이다.

지금 한국은 두 세력으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광우병 감수 세력이고, 다른 하나는 광우병 반대 세력이다. 광우병 감수 세력은 광우병 반대 세력을 가리켜 빨갱이는 물론이고 심지어 사탄의 무리라고 욕을 하고 있다. 한심해도 이렇게 한심할 수가 없다. '빨갱이 병'에 걸리면 자기와 뜻이 안 맞는 모든 사람들을 빨갱이로 본다.

잘 알다시피 이 병은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 죽을 때까지 세상을 올바로 볼 수 없으니 '빨갱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사실 아주 불쌍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람들이 세상을 올바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올바로 보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휘둘러서 위협하며, 나아가 광우병과 같은 극단적 위험마저 강요한다는 것이다. 광우병보다 더 무서운 것이 '빨갱이 병'인지 모르겠다.

얼마 전 촛불집회에 관해 모 방송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시민이 요구하는 것은 재협상이고 '추가 협상'으로 위험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으므로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 생각을 말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연구실로 전화가 왔다. 경상도 말씨를 쓰는 초로의 여성이었다. 전화번호를 보니 서울 시내였다. 나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장사가 안 돼 먹고살기도 힘든데 촛불 집회가 뭐 하자는 짓이냐며 소리를 질러댔다.

나도 화가 나서 항의전화를 할 거라면 애초에 잘못된 협상을 해서 국민을 엄청난 위험 속으로 몰아넣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이 여성은 급기야 이 새끼 저 새끼 욕을 하더니 '너 김정일에게 얼마나 받아 먹었어'라고 소리를 지른다. 한심하고, 불쌍하다. '빨갱이 병'에 걸리면 합리적 사고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법적으로 따지자면 그 여성의 말은 아주 끔찍한 의미를 담고 있다. 김정일에게 돈을 받고 국가를 혼란에 빠뜨릴 목적으로 촛불 집회를 참여하거나 옹호한다면, 그 사람은 국가보안법에 의해 '간첩'으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간첩'이라는 말은 이 나라에서 개새끼나 문둥이보다 훨씬 무서운 욕이다. 독재 정권은 무고한 사람들을 '간첩'으로 몰아서 옥살이를 시키고 처형하는 방식으로 정권을 유지했다.

이 반민주적 통치 방식의 가장 무서운 결과는 '빨갱이 병' 환자들을 양산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사람들은 광우병을 발생하지 않을 것처럼 주장하며 사람들에게 광우병 위험을 강요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추가 협상'으로 광우병 위험이 과연 해소되었는가? 광우병 위험이 아주 큰 내장과 등뼈를 대대적으로 수입하게 되는데 어떻게 광우병 위험이 해소되었다는 것인가? 소장에 대한 조직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인력도 장비도 모두 턱없이 모자라지 않는가?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서 50일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촛불을 밝혀든 이유는 광우병 위험 때문이다. 광우병 위험은 사실상 그 누구도 회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보편적이고, 또한 생명에 대한 위협이라는 점에서 근원적이며, 따라서 중간지대가 없다는 점에서 양자택일적이다. 시민들은 이처럼 보편적이고 근원적이며 양자택일적인 광우병 위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절박한 심정에서 거리로 나왔다. 자신과 가족에게 가해지는 죽음의 위협에 맞서야 한다는 절박감이 촛불집회의 원동력인 것이다.

나는 얼마 전에 경향신문사에서 주최한 촛불 집회 관련 토론회에서 발제를 했다. 이 자리에 청중으로 참석한 경상도 말씨의 한 60대 여성은 자신은 평생을 '보수'로 살아온 사람이지만 광우병 위험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는 절박한 생명의 문제라고 말했다. 나는 박수로 화답했다. 그렇다. 광우병을 둘러싼 대립은 생명과 죽음, 생활과 탐욕, 평화와 폭력 사이의 대립이다.

생명과 생활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촛불을 밝히고 거리고 나선 시민들에게 빨갱이(김홍도, 서경석), 난동꾼(이문열), 천민(주성영), 사탄의 무리(조용기, 추부길)라고 욕하는 자들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그들이 시민들에게 던지는 저열한 욕설은 바로 그들 자신에게 되돌려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들은 일반 시민과 운동권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그저 시민들을 분열시키기 위한 정치적 술책일 뿐이다.

그들이 운동권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시민으로서 촛불 집회에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 자체가 정치적으로 결정된 것이며, 촛불 집회는 잘못된 정책을 강요하는 이명박 세력에 대해 정치적으로 저항하는 것이다. 문제는 정치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올바른 정치인가 그릇된 정치인가이다. 그들은 대책위가 배후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저 독재시대의 낡은 관점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른바 '1 + 5', 즉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에 반대하는 것에 덧붙여서 대운하 등 5대 의제를 함께 제기하는 것을 두고 광우병 감수 세력은 촛불이 변질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민들은 촛불이 진화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어느 쪽이 옳은 것일까? 당연히 시민들이 옳다. 잘못된 협상이 야기한 광우병 위험에 맞서는 것으로 시작된 촛불 집회에 대해 광우병 감수 세력은 무식한 시민들이 과장과 선동에 속아서 거리로 몰려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험을 느낀 시민들의 정당한 저항에 대해 오히려 잘못을 저지른 자들이 성을 내고 욕을 해댔던 것이다. 그야말로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격이었다. 이렇듯 잘못에 잘못이 거듭되는 수십 일의 시간을 보내며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 결과가 바로 '1 + 5'인 것이다. 문제는 '1 + 5'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게 있다.

광우병 감수 세력은 이명박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세력이다. 이런 점에서 이들을 이명박 세력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이명박 세력은 '추가 협상'으로 시민들이 안심하게 되었으며, 따라서 이제 서둘러서 '장관 고시'를 관보에 게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대체 이들이 말하는 시민들이 누구인지 모르겠다. 변화의 근거로 제시하는 통계도 도무지 믿기 어려운 것이다. 뭐가 구린지 '추가 협상'의 원문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2일 청계광장에서 처음 촛불을 든 학생. 이들의 촛불은 그냥 꺼질 것인가? ⓒ뉴시스

거리와 인터넷에서 다수의 시민들은 여전히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당연하다. 결국 미국 축산업자의 양심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하는데, 어떻게 이런 식으로 우리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말인가? '원산지 표시제'를 강화한다고 선전하지만, 60만 곳이 넘는 식당들을 겨우 몇백 명의 인력으로 어떻게 감독할 것인가? 불안은 여전하고, 따라서 불신은 더욱 더 커지고 있다.

이명박 세력의 하는 짓은, 잘못은 자신들이 저지르고 책임은 국민들이 져야 한다고 우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누가 잘못을 저질러서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면 어떻게 하는가? 즉각 잘못을 바로잡도록 하고, 잘못을 저지른 자를 처벌할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광우병 위험이 엄청나게 큰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의 잘못에 대해서는 상식적으로 요구되는 두 가지 사항이 모두 실행되지 않고 있다. 너무나 몰상식하고 비상식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을 뿐이다. 나는 광우병 위험에서 벗어나고 싶다.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내 심정은 더욱 더 절박해진다. 재협상이라는 쉽고 명확한 시정책이 있는데, 이명박 세력은 왜 이 시정책을 한사코 거부하고, 이 나라를 '광우병 공화국'으로 몰고 가는가?

이명박 세력은 '선진화'를 외치고 나왔다. 그래, '광우병 공화국'이 선진화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 대통령'을 자임하고 나왔다. 그래, '광우병 공화국' 만들기가 '경제 대통령'의 목표인가? 이명박 세력이 원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은 '광우병 공화국'인가? 도대체 누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미국과 FTA를 체결하고 경제성장을 추진하라고 했는가?

여기서 주성영 의원의 확률론에 잠시 눈을 돌려 보자. '천민 민주주의'와 '생명 상업주의'를 주장해서, 그리고 김지윤 학생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새삼 '악명'을 떨치게 된 주 의원은 방송에서 확률론을 다시 거론했다. 그러나 확률이 아무리 낮다고 하더라도 광우병은 실재하는 병이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을 강행하는 것은 국민들을 '광우병 룰렛'의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나는 이런 짓은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추가 협상'을 내세워서 이명박 세력의 촛불 끄기 공세가 거세게 펼쳐지고 있다. 김종훈 본부장은 일약 최고의 '구원 투수'로 떠올랐다. 그러나 시민들은 그가 쓴 비행기 값이 아깝다고 말한다.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추가 협상'이 아닌 '논의'였으며, '품질 시스템 평가(QSA)'가 '보증'이 아닌 '지지'일 뿐이라고 밝혔다. 미국 축산업계는 이명박 대통령이 갖다 바친 잔칫상을 돌려줄 생각이 전혀 없고, 시민들은 무시무시한 '광우병 룰렛'으로 계속 내몰리고 있다. 이명박 세력의 언론 장악 정책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으니, 이제 문제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자유롭게 얘기하는 것조차 어려워질 판이다.

지치고 힘들어서 시민들은 촛불을 끄고 싶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김종훈 본부장이 아무리 웃는 얼굴로 '홍보'한다고 해도 광우병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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