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5시 50분경, 10여 명이 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KBS 본관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던 박모 씨(50, 충남 천안)를 집단 폭행했다. 이들은 각목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박 씨를 구출하려던 강모 씨(40대 추정) 역시 머리에 큰 부상을 입었다.
한강성심병원 응급실에 후송된 박모 씨는 "KBS 본관 앞 노변 주차장 인도에서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고 있었는데 길 건너편에서 갑자기 내가 있는 방향으로 많은 노인이 몰려왔다"며 "설마 했는데 그들은 내 앞으로 오자마자 '이런 빨갱이년 다 죽여야 된다'고 소리를 지르며 들고 있던 피켓으로 내 머리를 가격했다. 피켓에는 고엽제 전우회'라고 쓰여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 후 한 동안 정신을 잃었다고 진술했다.
박 씨는 현재 엑스레이 촬영을 하고 입원 진단을 끊은 상태다. 목과 허리 부위를 다쳤으며 전신에 타박상을 입었다.
현장을 목격하고 박 씨를 보호하며 응급실로 온 신모 씨(37, 회사원)는 "박 씨를 구출하는 과정에서 강 씨도 집단 구타를 당해 큰 부상을 입었다"며 "가해자들은 모두 60, 70대 노인들이었으며 앞에 나섰던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주동자로 보인다"고 전했다. 강 씨는 후송 과정에서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으며 현재 두통을 호소하고 있다. 청력에도 이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누리꾼 사이에는 현장에 출동한 영등포경찰서 여의도 지구대 경찰이 가해자 신병을 인도받았으나 고의로 놓아주었다는 얘기가 번지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영등포경찰서 수사과 관계자는 "가해자들이 모두 도망쳐 현재 오리무중인 상태"라며 "최초 출동 경찰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인터넷 상에 떠도는 얘기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없는 얘기가 침소봉대되는 일이 너무 많다"며 "지금 집회 꼴이 있을 수 없는 일을 사실인 양 유포하는 사람들 때문에 엉망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씨에 따르면 경찰이 폭력충돌 가능성을 미리 알았을 가능성이 있어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박 씨는 "폭행이 일어나기 몇 분 전에 경찰 정보과 간부라는 사람이 '당신, 지금 본관 앞 우측에 있는 아고라 텐트로 피해라. 맞을지 모른다'고 내게 말했다. 당시에는 과장인 줄 알고 흘려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 변호를 맡은 민변 이광철 변호사는 "가해자들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2조에 의해 처벌할 수 있으며 2인 이상이 공동으로 흉기를 들고 상해했을 경우 가중 처벌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또 "만약 누리꾼 주장대로 경찰이 현행범인 줄 알면서도 가해자를 놓아줬다면 직무유기죄와 범인도피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사상으로도 책임을 물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변호사는 "가해자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며 국가를 상대로도 책임을 물을 방도가 있는지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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