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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없는 대한민국'을 상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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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없는 대한민국'을 상상하자"

[인터뷰] 하승우 교수 "촛불집회의 '연속성'에 주목해야"

모두가 촛불집회의 '새로움'에 주목했지만 하승우 한양대 연구교수는 촛불집회의 '연속성'을 얘기한다. "촛불소녀들과 유모차 부대가 촛불집회를 통해 거리로 나온 게 아니다. 학교(어린이집) 급식 문제나 두발자유화, 아르바이트생 착취 등 문제와 관련해 이미 그들은 저항의 주체였다"는 것이다. 다만 '국가적 의제는 성인 남성들의 몫'이라는 기존의 '남성 정치'의 시각으로 봤기 때문에 여성과 청소년이 처음 눈에 보였을 뿐이다.

촛불집회에서 분출된 대중들의 에너지를 '새롭다'는 측면에서만 보니까, 많은 이들은 '불안감'과 '조급증'에 빠져 서둘러 결론을 내리려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항의 연속성'에 주목하고 있는 그는 지금 '촛불'들에게 필요한 것은 결론보다는 '상상력'이라고 이야기한다. "비가 오면 '재택 촛불'을 할 수도 있고, 동호회나 마을 주민들끼리 촛불을 켤 수도 있다.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재협상'이라는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촛불을 꺼뜨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는 또 제도정치인, 학자, 언론 등 지식인들이 해야할 역할에 대한 고민에 대해서도 다른 주장을 폈다. '촛불정국'이라는 대중들의 주도하는 판을 서둘러 정리하고 대중들을 대신하겠다는 생각은 '엘리트주의적 발상'이다. 이런 대중들의 힘을 제도로 흡수하고 싶다면 정당구조 자체를 바꾸는 '당내 민주주의'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데, 이 문제에 대해선 어느 정당도 고민하지 않는다. '이명박 퇴진'이나 '개헌' 문제를 고민한다.

▲ 하승우 한양대 제3섹터 연구교수. ⓒ프레시안

하지만 현재 대중들 사이에 팽배한 정치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 한 '촛불'은 어떤 정당의 지지로 수렴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 교수는 주장했다. 투표율은 점점 더 낮아질 것이며, 정치적 냉소주의는 더 확산될 수도 있다는 것. 보수진영을 똑같이 복사하고 있는 소위 진보진영을 정치적 대안세력으로 인정하지 않는 민심은 이어질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주말 추가협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거듭 국민들의 재협상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촛불집회 피로증' 내지는 '무용론'이 대중들 가슴에 파고들 여지가 커졌다. 정부와 보수세력의 '역공'은 시간이 갈수록 교묘하면서도 강력해질 것이다. 새로움이 강조돼야할 대목은 바로 이 지점이다. "재협상이 될 때까지 정부와 우리는 따로 놀겠다"는 대중들이 흩어지지 않을 수 있는 전략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대한민국 최상층부를 위한 '당신들의 대한민국'에 복무하고 있다면, 그들이 없는 '우리들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고 하 교수는 주장했다. 이런 생각이 너무 현실성이 없다고?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100만이 모이는 촛불집회는 '꿈 같은 얘기'였다.

다음은 지난 18일 진행된 하 교수와 인터뷰 전문.

촛불소녀, '성인 남성 정치'의 눈으로 봤을 때 새로울 뿐

프레시안 : 촛불집회를 해석하는 시각은 학자들 사이에서도 참 많이 다르다.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해석을 하는 것 같다. 하 교수가 특별히 주목하는 대목이 있다면?

하승우 :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주체의 등장을 얘기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촛불소녀'를 얘기하는데, 청소년들의 시위 참가가 이번만의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두발자유화나 아르바이트생 착취 문제로 이미 활동을 벌여왔다. 유모차를 앞세운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지역적인 차원에서 생활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여성들이 갑자기 정치 주체로 등장했다고 하는데 편향된 시각이다.

국가적 의제는 성인 남성들의 몫이라는 기존의 시각으로는 이들이 안 보였던 거다. '남성 정치'의 시각으로 봤을 때는 이들이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이다. 그러다가 판이 커지니까 '성인 남성'들이 등장해 '우리가 너희를 지켜주겠다, 대신해주겠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관점이 잘못된 것 아닐까. 왜 자꾸 누군가를 대신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성인이 청소년을 대신하고, 남성이 여성을 대신하고, 정당이 대중을 대신하고.

프레시안 : 하지만 촛불로 대변되는 민심과 현실정치와는 큰 괴리가 존재한다. 민의는 저만큼 앞서가는데 현실정치구도는 한나라당이 행정 권력과 의회 권력을 모두 갖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 구도는 4년이나 계속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촛불의 힘이 제도정치로 흡수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 아닌가.

하승우 : 제도로 풀어야 하는데 제도정치로 풀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물론 거리에서 외치는 게 피곤하다. 거리로 나와야 하고 밤도 새야 하고(웃음). 하지만 재미있어서 하는 것이다. 예전처럼 동원했다면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인데 이건 각자 하고 싶어서 자기가 나와서 하는 건데, 이걸 왜 굳이 누군가 대신하겠다는 것인지.

학생들은 학교, 노동자들은 공장, 여성들은 가정, 각자의 공간에서 싸울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주는 게 정당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공간으로 들어가서 싸우는 게 정말 어려운 문제고 누군가 지원해줘야 하는 문제다. 이번 촛불집회 때문에 그럴 가능성도 있는데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싸우다 잘린다. 이럴 경우 정말 정당과 시민단체의 그러면 정말 정당과 단체의 힘이 필요하다. 제도정치로 흡수하려는 게 아니라 일상적인 공간에서 풀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자기들의 정당 지지로 흡수하려고 하니까 그런 식의 발상이 나오는 거 같다. 저는 사람들이 그렇게 안 갈 거라고 본다. 대중과 정치권 사이에 신뢰관계가 없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개인의 카리스마로 대중적 지지를 받는다. 하지만 강기갑 의원이 민노당을 지지해달라고 해서 그들이 민노당을 지지하느냐. 결코 아니다.

사람들이 제도정치가 자기들 의견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명박 정부를 통해서 충분히 잘 알게 된 것이다. 그걸 자꾸 제도정치에 대한 신뢰로 전환시켜 달라는 것은 엘리트주의가 아닌가 싶다. 대중들이 주도하는 게 불안한 거다.

또 소통과 계몽은 다르다. 내가 바뀌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게 소통이다. 내가 생각하는 걸 설득력 있게 전달해 주자는 건 계몽이다. 이런 식으로는 대중과 신뢰관계가 절대 안 생긴다.

어제는 이명박 찍고, 오늘은 촛불 들고 나왔다?

프레시안 : 제도정치로 흡수돼야 한다는 걸 정치구도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지적인가.

하승우 : 그렇다. 제도로 흡수하고 싶다면 정당 구조 자체를 바꿀 생각을 해야 하지 않나. 그 말 많은 당내 민주주의 어떻게 할 것이냐. 아무도 얘기 안 하고 있다.

프레시안 : 당내 민주주의와 관련해 어떤 식으로 변화를 찾아볼 수 있나.

하승우 : '직접 민주주의'를 얘기할 때 선거가 아니라 추첨을 많이 애기한다. 근데 이 얘기를 하면 다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얘기한다. 내가 보기에는 정당 내부에서부터 시작하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초록정치연대, 풀뿌리자치연구소 등 일부 단체는 소장을 추첨을 통해 뽑는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정당의 가장 문제가 계파다. 추첨은 계파구도해결에 매우 유용하다. 지금 정당에서 추첨으로 당 대표 뽑아라, 대의원 뽑아라, 그러면 난리가 날 것이다. 애들 장난하냐고. 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라도 못하는 것 아니냐.

두 번째는 지구당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근본적으로 다시 고민해야 될 것 같다.
▲ 6.10 촛불집회에 아이들과 함께 나온 여성들. ⓒ프레시안

독일 녹색당의 실패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나는 독일 녹색당이 초기에 가졌던 원칙이 깨지면서 실패했다고 본다. 녹색당은 지구당에서 재미있는 장치를 많이 썼다. 공천권도 지역 시민단체들이 들어와서 행사할 수 있게 한다든지, 정당이 가진 고급정보도 지역사회와 나눠가졌다. 하지만 현실파들이 득세하면서 이 원칙들이 다 깨졌다.

진보신당 토론회에 한 지구당원이 왔는데 당원으로서 촛불집회 때 할 일이 없다. 그런데 아고라가면 할일이 있기 때문에 지구당원들이 아고라가서 활동하고 있다는 거다. 그러면 사람들은 진보신당에도 아고라 같은 거 만들면 되지 않냐는 건데, 이게 만든다고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나는 정치권에 대한 신뢰는 갈수록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 촛불집회가 있다고 해서 다음 선거 투표율이 올라갈 거냐. 그렇게 안 본다. 오히려 떨어지면 더 떨어질 수 있다.

프레시안 : 투표율의 '함정'인데, 사실 이명박 정부가 엄청난 표차로 당선됐지만 실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지지는 과거 정부에 비하면 낮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승수 : 맞다. 투표율과 지지율 따지면 신통치 않았다.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언론 등에서 어제 이명박 지지했던 사람들이 오늘은 촛불 들고 나온다고 얘기하는데 이건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촛불집회 나온 사람들 중 이명박을 찍었던 사람들이 있겠지만 이는 일부다. 안 찍었던 사람이 더 많이 나올 거고, 반대했던 사람들이 더 많이 나온다. 이런 주장은 대중이 그만큼 믿을 수 없는 존재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 동원된다. 그래서 안정성과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어떻게든 제도로 가야 한다고 하는데 이게 참 위험한 발언이다. 뭘 믿고 대중들이 그런 존재라고 과감하게 얘기할 수 있나.

프레시안 :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압승을 가능하게 한 동력 중 하나로 '욕망의 정치'가 얘기됐다. 개인의 이익이 정치적 선택의 중요한 잣대가 됐다는 얘기인데, 사실 쇠고기 문제나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반대도 마찬가지 관점에서 해석할 수도 있다. 소비자로서의 개인과 연관된 문제다. 혹자는 '욕망의 정치'가 '생존의 정치'로 비화됐다고도 하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 대중에 대해 의심을 던질 수 있지 않나.

아고라를 분석만 하는 지식인

하승우 : 과거에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 대중들이 찬성했던 것은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사람들이 변한 것은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면서 '민영화가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구나'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전의 민영화와 지금은 다르다. 신자유주의라는 표현을 안 쓰더라도 지금같은 경우는 재벌중심으로 독점화돼 있고 이런 체제에서 민영화하겠다는 거는 사업을 재벌들 갖다주겠다고 하는 거다.

사람이 성장하는 것 아닌가. 의식도 확장하는 거고. 주체가 제한되고 중단된 상태를 보는 게 아니라 학습하면서 성장한다.

촛불집회는 사실 대중이 어떻게 학습하고 어디로 움직일 지를 모르는 것이다. 아고라를 보면 대중들이 학습을 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을 보면 예전 같으면 발끈할텐데 이제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이 사람들 삶을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식인들이 여기에 좀 개입해야 한다. 아고라를 자체를 분석한 글을 많았던 것 같다. 근데 아고라를 분석만하고 자기가 아고라에 직접 들어가서 글을 쓰면서 같이 애기하지는 않는다. 지식인들이 분리돼서 견인하려고만 하지 말고 자기가 들어가서 글을 쓰고, 논의하고, 싸움도 하면서 자기도 자기 아젠더를 대중의 언어로 풀어서 말하는 걸 연습해야 한다.

또 촛불집회에서 분출된 흐름을 다른 정치적 사안으로 확장시키기 위해서도 지식인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촛불집회를 통해 제기된 문제가 먹을거리의 문제, 건강권의 문제, 생명의 문제라고 하면서도 전체적인 생태의 문제로 확장되지 않을 경우, 애초 생각했던 만큼 정치적 변화를 가져오기는 힘든 측면이 있다. 애국주의적 흐름으로 흐를 우려는 다분히 크다.따라서 이 사안을 다른 이슈와 맞물려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 촛불집회가 6.10 이후로 큰 국면을 넘었다. 하지만 정부는 뭉개고 시간만 흘러가기를 바라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중들은 지쳐간다. 그래서 전략을 짜기 위한 '머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하승우 : 별로 대책이 없죠. 할 건 다 해봤다. 운동사회에서 쓰는 언어가 비대중적이다. 운동사회는 자기 방식의 소통을 고집하고 대중들은 그 소통 방식을 거부하고 있다. 대중들은 말도 잘 안하고 사진 찍고, 스티커 붙이고, 자기가 만든 거 집회에 갖고 나와 보여주고. 양자의 소통방식에 대해 서로가 적응을 해야 한다. 둘다 자기 방식만 고집하면 안된다고 본다.
▲ 10일 '명박산성'에 스티커를 붙이고 기념사진을 찍는 시민들. ⓒ프레시안

저는 대책회의가 너무 수위를 높이는 거 같다. 이명박 정부 퇴진 운동하겠다. 이는 법률적으로도 방법이 없고, 모두가 동의하기는 힘든 과제다. 대중들이 '우리가 싸우니까 되는구나' 하는 정도의 수위를 내걸어야 한다. 그래서 싸우니까 되는구나 생각하고, '어 우리말을 안 들어, 그러면 싸워야지' 또 나설 수 있게 된다. 이 정도까지 되는 경험이 중요하다. 87년에는 '호헌철폐, 독재 타도'를 내걸어 독재 타도는 안 됐지만 헌법은 바뀌었다. 하지만 이런 승리의 경험을 386들이 독점했다. 대중들은 소외되고.

지금은 대중들이 그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다. 자꾸 그 수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일정정도 그 수위를 조절하면서 우리가 이걸 해냈다는 승리의 자신감을 가지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 자신감이 없으면 더 냉소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내가 촛불들고 나갔는데 안 되더라'는 식의.

사람들이 지금 지도를 거부하는 게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게 아니라 지도하겠다는 사람들을 신뢰를 못하는 것 아닌가. 그 신뢰를 못하는 이유가 무슨 운동 하면 그 성과는 단체들이 다 가져버리고, 난 열심히 몸만 대주는 게 되니까. 이번에도 승리의 경험을 광우병 대책회의가 가져가서 다른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안 되는 거고 대중들이 성과가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항상 나오는 사람들이 공동대표를 맡고, 항상 나오는 단체들이 나오고, 이런 것은 좀 문제다. 다음 아고라 이런데서 주도적으로 활동한 사람들이 지도부를 맡고, 10대들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이러면 대중들이 보기에도 '아, 이번에는 다르구나' 이런 신뢰를 줄 수 있고, 또 정부 입장에서도 '재들은 뭔가' 파헤져야 하는 일도 생긴다.

처음에는 관망하고 있다가 나중에 부랴부랴 뛰어들어서...진보진영이 운동 방식의 문제도 근본적으로 짚어봐야 한다.

이명박 'OUT' 되면 누구? 박근혜? 손학규?

이명박 정부 퇴진 운동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명박 정부 퇴진하면 누구? 박근혜? 손학규? 강기갑? 강기갑 의원이 되면 좋아질까.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 정치적 불복종의 문제의식은 누가 싫다는 게 아니고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였고, 이게 제일 강력하다. 간디나 마틴 루터 킹이 했던 비폭력운동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었다. 그당시 문명, 산업, 지배구조에 대한 비폭력, 그러면서 정부에 협력하지 말 것을 얘기했다.

비폭력에서 단순히 집회에서 폭력을 쓰냐, 마냐는 사소한 문제다. 그때그때 알아서 하는 것이다. 지금 비폭력을 쓰는 게 좋다면 그렇게 가고, 경찰들이 미친듯이 달려드는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써야하면 쓰는 거고. 왜 폭력을 써야하는가에 대한 근거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썼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 것 아니냐.

저는 상황에 따라 취할 수 있는 전술은 굉장히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비가 오면, 또 집회가 길어지면서 힘들면 재택 촛불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중요한 것 아니냐. 끝까지 수긍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 마음을 지키는게 가장 중요하다. 그게 근본적인 비폭력과 불복종이라고 생각한다. 국가가 하는 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되는거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군대도 가지 말고, 정부 없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지 구상하는 것이다.

제가 볼 때는 만들어서 대안을 주려고 하니까 답이 없다. 생각해보면 원래 대안은 정부가 만들어서 제시해 국민들이 선택을 하는 것이다. 왜냐면 권력은 우리가 주는 것이니까. 우리는 이렇게 계속 버티고 말을 안 듣는 거다. 그러면 정부에서 고민고민을 해서 안을 만들어서 내놓지 않겠냐. 우리가 지금 그것까지 하려고 하니까 머리가 아픈 거 아니냐. 공무원들 우리가 그거 하라고 세금 걷어서 월급 주는 거 아니냐. 대안을 이명박 정부를 왕따 시키고 말을 안듣고 배제하고 복종하지 않고. 이게 '당신들의 대한민국'이라면 '우리들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보는 것이다.

이전에 부안에서 핵폐기장 반대 투쟁을 할 때 그런 시도가 있었다. 김종규 군수 반대 운동을 하다가 '군수 없는 부안'을 만들어보자는 식으로 따로 놀았다. 이게 굉장히 긍정적이고 위협적이었다.

프레시안 : 하지만 재협상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미국도 대선을 앞두고 있어 재협상을 받기가 쉽지 않은 거 아니냐. 그래서 운동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고민이 되지 않겠냐.

하승우 : 계속 싸울수 밖에 없다. 재협상이라는 목표를 철회하는 순간 모든 게 다 사라지고 내부가 분열할 것이다. 이건 결코 승리의 경험이 안 될 거다. 오히려 더 상처를 주고 받은 경험이 될 것이다.

프레시안 : 그러면 미국 대선 때까지 계속 싸워야 되는 거 아니냐.

하승우 : 그건 정부가 고민해야 되는 것이다. 이 사람들을 만족시킬만한 내용이 뭘까. 제가 보기엔 결코 쉽게 꺾이지는 않을 거 같다. 숫자의 문제는 아닌 거 같다. 100명이든, 50명이든, 모이는 사람이 있으면 어느 시점에 또 모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모이면서 재미있어 한다. 참여하는 게 재미있다는 걸 알게된 거고, 그 자체가 경험이 된 것 같다.

어떤 계기가 있으면 부활할테고,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이걸 찢어놓으려고 할 것이다. 지금 정부가 하는 식이 민간단체를 동원해서 민-민 갈등을 유도하는 거 같다. 권력 대 시민 구도로는 안 되니까, 시민 대 시민 구도로 몰고가려는 것 같다.

프레시안 : 재협상이라는 것 말고는 묶이기 힘든 사람들이다. 촛불집회는 다양하기 때문에 강력하기도 했지만 다양하기 때문에 허약한 부분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생의 정치'를 얘기할만큼 우리사회가 성숙했나.

하승우 : 집회 나온 사람은 다양할 수 밖에 없다. 촛불집회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내부소통이 잘 안된다. 옛날 집회를 가면 정말 다양한 형태의 유인물이 돌아다닌다. 지금은 그게 없다.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의 주제로 모였지만 그 속에서 다른 목소리를 학습하면서 알아가는게 있는데 지금 촛불집회는 그 소통의 과정이 단절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만 선택적으로 한지 타인들과 어떻게 소통할 지는 고민이 없는 거 같다.

대중들의 정치적 잠재력을 감소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풀뿌리 운동을 복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촛불시위는 한국이 표방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어떤 관련을 맺을 것인가. 지금 '거리의 정치'가 '공론장'을 구성할 수는 있지만 한국에서 그 공론장이 입법이나 행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참고 : 하승우 "직접행동의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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