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방패 불법적으로 휘둘러 사람을 패서야…"
23일 오후 1시 광우병국민대책회의(대책회의)와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추모연대)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지난 주말 추모연대 이승헌 기획국장이 경찰의 방패에 눈 주위를 심하게 다쳤다며 "어청수 청장이 근본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모연대 박중기 의장은 "경찰은 6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국민의 지팡이가 된 적 없이 몽둥이질만 했다. 여기 도열하신 전·의경에게는 미안하지만 사실"이라며 "(경찰) 여러분 스스로가 자성해야 하며 특히 책임자인 어청수는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획국장이 폭행당한 현장을 목격한 민주동문회 회원 국경일 씨는 "이승헌 국장은 인권활동가로서 경찰의 폭행을 막기 위해 시위대 앞으로 나섰는데 순간 소화기가 뿌려져 잠깐 고개를 돌린 사이 경찰이 휘두른 방패에 눈 주위를 크게 다쳤다"며 "안경을 쓴 상태에서 방패에 맞아 눈 주위 부상이 더 커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이 국장은 백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국경일 씨에 따르면 이 기획국장은 왼쪽 눈 주위 다섯 군데가 찢어진 상태다. 안구를 감싸는 뼈도 깨져 안구함몰 가능성도 있다고 국 씨는 말했다.
"어청수 청장 '사퇴'아닌 '파면'해야"
참가자들은 폭행을 하는 전·의경만의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근본적으로 경찰 수뇌부의 잘못이라는 말이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시민들은 비폭력 시위를 하고 있다. 엊그제 경찰 차량에 방화시도를 하던 사람은 시민이 체포해 경찰에 신병을 인계했다. 이런 시위를 본 적이 있나"며 "경찰의 책무는 성숙한 시민이 안전한 집회를 치를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인데 현재 행동은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오 국장은 "그렇다고 현장에 있는 전·의경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전투경찰 설치법 상 전·의경은 치안업무 '보조'를 위해 존재하는데 경찰 지휘부는 이들에게 치안업무를 전담시키고 있다"며 "위계질서가 분명한 경찰 조직에서 실제 현장 지휘의 책임은 결국 어청수 청장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사무국장은 또 "경찰 수칙에 따르면 방패는 사람의 목 부분 위로 사용할 수 없게 돼 있다. 소화기를 사람에게 직사하라는 규정 또한 없다"며 "지난 한 달 간 경찰의 행동은 모두 법률 위반이다"고 성토했다.
대책회의 임태훈 의료지원팀장은 "지난 한 달여간 600여 명의 시민이 연행됐다"며 "이런 식으로 인권옹호자를 경찰이 계속 공격한다면 정식으로 UN이사회에 이번 일에 대한 담당자 파견을 요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어청수 청장이 사퇴하도록 둬서는 안 된다. 파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자회견장 주변에는 의경 수십 명과 정보과 경찰이 출동했다. 한 정보과 형사는 회견장에 나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가 누구냐고 대책회의 관계자에 물어보다 면박 당하기도 했다.
대책회의 측은 이번 일에 대한 손해배상을 경찰에 요구하고 민변 등을 통해 책임자를 고소·고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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