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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촛불'을 '대하드라마'로 만들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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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촛불'을 '대하드라마'로 만들 셈인가"

[현장] 1만여 촛불, 같은 자리에서 타오르다

어느 정도 수그러 들리라던 일부의 예상, 촛불이 갈 길을 모르고 방황하고 있다는 일부 보도는 너무 성급한 판단이었다. 대통령의 사과도, 정부의 추가 협상도 촛불은 그 본질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20일부터 시작된 '48시간 비상국민행동'의 마지막 밤, 촛불은 다시 1만 여 불꽃으로 타올랐다. "당초 16부작 미니시리즈로 기획됐던" 촛불이 "100부작 대하드라마"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엄마 손을 이끌고 나온 아이도, 부인과 함께 나란히 앉은 남편도,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자들 생각에 잠기곤 하는 할아버지도, 건강하게 사랑하며 살 날을 꿈꾸는 여고생도 "이 자리에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가고, 겨울이 왔다 가고, 또 봄이 오더라도 이 정부의 오만과 독선을 반드시 심판하겠다"고 소리쳤다.
▲"이 자리에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가고, 겨울이 왔다 가고, 또 봄이 오더라도 이 정부의 오만과 독선을 반드시 심판하겠다." 1만 여 촛불의 외침이었다.ⓒ프레시안

"국민 말 들었으면 됐을 걸, 안 듣고 적당히 해보려다 또 당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전날 발표된 정부의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에 대해 나름의 평가와 분석을 내놓으며 성토했다. 제각각 강조하는 부분도 다르고, 해석도 달랐지만 요지는 하나였다.

"추가협상으로 국민 건강권 우려 해소? 웃기지 마라!"
▲ "추가협상으로 국민 건강권 우려 해소? 웃기지 마라!"ⓒ프레시안

특히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쇠고기 전문 의원' 답게 추가 협상의 문제점을 조목 조목 비판했다. 강 의원은 "30개월 이상은 수입 안 한다고 하지만 지금 협상 결과만으로는 미국 축산업자들이 30개월 이상을 30개월 미만으로 속여 팔아도 알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품질체계평가(QSA)의 문제점을 꼽은 것이었다.

강 의원은 "결국 우리 정부는 또 미국에게 속아 넘어갔다"며 "국민이 시키는 대로 재협상 했더라면 또 속지 않았을 것을, 국민 말 안 듣고 적당히 해보려다가 또 당했다"고 비판했다.

"'미국 정부와 축산업자 믿으라'는 김종훈을 파면하라"

박원석 국민대책위 상황실장도 "추가 협상은 결국 미국 정부를 믿고, 미국 축산업자를 믿고 먹어라는 얘기였다"고 평가했다. QSA가 미국 수출업자들이 스스로 보증하는 것이고, 이를 감독하는 곳도 미국 농무부라는 것이 그 근거였다.

박 실장은 또 "뇌, 눈알, 척수를 수입 못하게 했다고? 그건 애초부터 우리 국민 수요가 없는 부위"라며 "수요가 많은 사골, 꼬리뼈는 고스란히 수입하면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게 됐다고 말할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실장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파면'을 요구했다. "또 한 번 국민을 속인 주범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라는 것이었다.

이날 당정협의회는 고시의 관보 게재를 당분간 유보하겠다고 했다. 민심을 다독인 뒤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50일 가까이 달려 온 촛불은 쉬이 다독여질 수 있을까.

"또 속았다"는 국민들에게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또 무슨 '꼼수'를 시도할까? 촛불은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 이 아이들은 훗날 이날의 사진을 보며 어떤 기억을 떠올리게 될까. ⓒ프레시안

촛불집회 말! 말! 말! "전하, 아니 되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 촛불집회를 휴대폰으로 촬영하던 한 소녀.ⓒ프레시안

시민들의 발언으로 채워진 촛불 집회는 여전히 다채로운 발언으로 이어졌다. 이날 촛불 집회에 나온 이색 발언들을 소개한다.

■ 중학교 3학년 남학생

"한국근현대사에 관심이 많다. 근현대사를 보고 최근 이명박 대통령을 보면 역사가 반복된다는 생각이 든다. 2학년 때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글을 보고 눈물을 흘렸는데, 얼마 전 6월 1일 새벽에 일어난 경찰의 폭력을 보고 너무 닮았다고 생각했다.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이 언론탄압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KBS, MBC에 대한 정부의 탄압이야말로 진짜 언론탄압이다. 과거 민족일보를 말살하기 위한 조용수 사형과 무엇이 다른가."

■ 얼마 전 방학한 대학생

"오늘 낮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점 앞에 다녀왔다. 홈에버는 지난해 여름 캐셔들을 대량해고 시키고 최근에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속여 판, 바로 그 곳이다. 광우병 쇠고기도 문제지만 그만큼 비정규직 문제도 심각한 문제다. 비정규직이 늘어날수록 우리 힘도 줄어들고 민주주의가 후퇴된다."

■ 실버회원 할아버지

"이번에 세계 각국 신문에 '코리아는 미국 쓰레기 치워주는 곳'이라고 대문짝만하게 나왔다. 국민 위상이 실추됐다. 코리아가 국제 사회에서 '쪼다'가 됐다. 실추된 위상을 되찾으려면 재협상밖에 길이 없다. 미국은 세계에서 소를 제일 많이 기르는 나라다. 당연히 축산업자도 세계에서 제일 많다. 더 말하지 않겠다. 여기까지만 말해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다 알 것이라 생각한다."

■ 남성 시민

"옛날 얘기를 다루는 사극을 보면 왕이 신하들의 뜻과 반대되는 것을 하려고 하면 이런 대사가 항상 나온다. '전하 아니 되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그런데 MB에게는 지난 4개월 동안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예스맨 말고 노맨이 있어야 한다."
▲ ⓒ프레시안


"747 공약? 지지율 7.4%, 7월 퇴진을 말한다"

이날 촛불집회에 앞서 오후 5시부터는 같은 장소에서 '1%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99%를 위한 민주주의, 촛불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광장 토론회가 열렸다.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박상표 정책국장은 정부의 추가협상 결과에 대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90점이라고 자체 평가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1000점 만점에 90점이었다"고 혹평했다.

뇌, 머리뼈, 척수, 눈알도 '수입업자의 주문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가 붙었고, 품질체계평가(QSA)도 민간 자율일 뿐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박 국장은 "정부는 결국 사소한 문구 한 두 개 바꿔놓고 잘 했다고 우기고 있을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공공성과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선 강남훈 한신대 교수는 "우리나라가 OECD 가입국 가운데 안 좋은 건 모두 앞에서 1등, 좋은 건 뒤에서 1등"이라고 밝혔다. 그런 나라에서 공기업의 민영화는 공공성을 더욱 후퇴시킬 것이라는 예측은 너무 당연한 말이었다.
▲ "747 공약? 지지율 7.4% 아래로 떨어지면 7월에 퇴진하는 것."ⓒ프레시안

언론은 어떨까?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촛불집회의 진정한 배후는 조·중·동"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퍼주기식 협상을 해도 조중동이 문제없다고 하니까 이명박 대통령도 착각하고 뭐가 뭔지도 모르고 앞장서 춤추다 결국 세게 당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 위원장은 "한국방송광고공사, 아리랑 국제방송, 한국언론재단까지 모두 이명박 라인을 사장으로 앉힌 것도 모자라 이제는 KBS 사장까지 자기 사람으로 앉히려 한다"며 "이것만 보더라도 이 대통령의 두 번의 사과가 모두 거짓말임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와 민주주의' 발제를 맡은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공약인 '747 공약'의 실체는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지지율 7.4% 아래로 떨어지면 7월에 퇴진하는 것"이 진짜 747 공약이라는 것.

정 교수는 특히 물가 폭등의 3적으로 이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경부 장관, 최준경 기획재정부 차관을 꼽았다. 이들 '무능 3인방'의 공통점은 "수출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다 하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한 정 교수는 "상반기 물가상승의 40%는 이들의 수출을 위한 환율정책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 참석자들은 언제나처럼 이날도 거리 행진을 한 뒤, 내일을 기약하며 해산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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