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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시장경제가 싫은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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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시장경제가 싫은가보다"

'82쿡닷컴' 회원들 "내가 '선동꾼'이라고요?"

"두 가지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조선일보가 시장경제의 원리를 하나도 모르거나, 아니면 시장경제 체제를 싫어하거나. 만일 잘 알고 싫어하지도 않는다면, 우리 주부들을 만만하게 보는 거죠."

가정주부 김지영 씨(33. 가명)는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조선일보가 김 씨가 회원으로 있는 '82쿡닷컴(www.82cook.com)' 등에 보낸 공문에 대한 나름의 분석이었다. 조선일보는 지난 12일 주부 대상 전문 사이트 '82쿡닷컴' 등 인터넷 사이트에 공문을 보내 광고주 불매 운동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었다. (☞관련 기사 : 조선일보 "광고주 불매 운동 법으로"…누리꾼 '발칵')

이에 대한 김 씨의 비판은 계속 이어졌다.

"내가 돈을 내고 사는 물품을 만드는 기업이 광고를 하는 비용도 결국 내가 낸 돈에서 나오는 거잖아요. 당연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 돈의 쓰임새에 대해 의견을 피력할 권리가 있죠. 물론 내 의견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결정하는 건 그 기업의 자유지만요. 대체 그게 어떻게 '테러'며 '불법'이죠?"
▲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1가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150여 명의 주부들은 한 목소리로 외쳤다. "조선일보는 사과하라!" ⓒ프레시안

김 씨 뿐 아니었다.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1가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150여 명의 주부들은 한 목소리로 외쳤다.

"조선일보는 우리의 명예를 훼손한 것을 공식적이고 진심이 담긴 방법으로 사과하라!"

"조선일보 공문, 아무리 뜯어봐도 뭔 소린지…"
▲ 82쿡닷컴 회원들은 "기업에 광고와 관련된 의견을 제시하는 일은 정당하고 건전한 소비자 운동의 일환"이라고 조선일보에 맞섰다.ⓒ프레시안

이들은 조선일보가 보낸 공문에 담긴 주장이 "당최 뭔 소린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 사이트 운영자 앞으로 보낸 공문에서 "일부 네티즌들이 특정신문의 광고주 리스트를 게시하고 연락처를 명시한 뒤 집단적으로 대량 전화를 걸어 불매운동을 빌미로 협박을 자행하고 홈페이지를 마비시키는 등 불법 사이버테러행위를 선동하고 있다"며 "신문사와 광고주에 대한 이같은 전대미문의 테러는 정당한 경제활동을 하는 신문사와 광고주의 권리를 짓밟는 명백한 폭력행위이며 심각한 범죄"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82쿡닷컴 회원들은 무엇이 위법이고 범죄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기업에 광고와 관련된 의견을 제시하는 일은 정당하고 건전한 소비자 운동의 일환"이라고 조선일보에 맞섰다.

이들은 "내가 쓰고 있는, 혹은 쓸 수 있는 생산품의 가격에 포함된 광고비용의 쓰임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과 소비자 간에 소중한 대화 통로가 된다"며 "이런 소비자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은 장기적으로 기업을 더욱 건강하게 하고 시장경제의 바탕을 탄탄하게 만든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많은 언론학자와 법조계에서도 인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이트 회원들은 조선일보의 법적 대응 방침이 알려지자 자발적으로 주위의 전문가들에게 자문 등을 요청해 그에 대한 대답을 공유했다.

한 회원은 "내 남편이 언론·저작권법 전문 변호사인데 법적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하더라. 도움이 필요하면 직접 변호를 맡아줄 수도 있다"고 나서기도 했다.

"조선일보, 근거도 없이 무시무시한 추상적 단어만 나열했다"

더욱이 조선일보가 보낸 공문에는 '협박', '폭력행위', '테러', '선동', '범죄행위' 등의 "무시무시한 단어"만 있을 뿐 그 어떤 구체적인 예시나 근거도 없었다는 점도 이들을 분노하게 한 이유였다.

82쿡닷컴 회원 이수민 씨(37. 가명)는 "사이트 자유게시판에 올라 온 조선일보의 공문을 읽고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 대한 논쟁은 온 국민이 다 아는 일인데, 이에 대해 내 의견을 피력하는 행위에 어떻게 '테러'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이 씨는 "이런 무지막지한 단어로 가득한 공문을 보낸 조선일보야말로 평범한 가정주부들의 당연한 개인 의사 표시에 대해 협박과 폭력을 자행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82쿡닷컴 회원들은 "회원 대부분이 주부들이고 요리와 살림이 주된 관심사인데도 이런 과민 반응의 공문을 보낸 것은 조선일보가 가정 주부들을 무시하거나 만만하게 봤기 때문은 아닌지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 "모정보다 강한 힘은 없다."ⓒ프레시안

"이번 사태가 어디서 시작됐는지부터 파악하라"
▲"대한민국의 SRM, 조선일보는 폐간하라." ⓒ프레시안

최근 소비자들의 광고주 불매 운동에 대한 '협박'은 조선일보만의 행위는 아니다. 전경련 등 경제 5단체도 최근 네이버 등 주요 포털 사이트에 공문을 보내 광고주 불매 운동과 관련된 게시물을 철저하게 관리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검찰도 나섰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의 특별지시에 따라 대검찰청이 직접 나서 적극 대응 입장을 천명했다. 하지만 피해 기업의 고소나 고발도 없이 검찰이 먼저 수사에 나서겠다는 것이어서 벌써부터 '과잉 대응' 및 '정치 수사'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이날 82쿡닷컴 회원들이 조선일보에 한 조언은 경제5단체 및 검찰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듯 보인다.

"조선일보는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음식 이야기와 자식 키우는 이야기를 주로 하던 주부들이 왜 조선일보에 광고를 내는 기업의 홍보 방법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게 됐는지, 그 본질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대응하기 바랍니다."

이들은 이어 이렇게 경고했다.

"그런 노력 없이 회원들의 의견과 행동에 그저 압박만 가하는 미봉책으로 일관할 경우, 우리 회원들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는 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기 바랍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유모차를 끌고 모처럼의 휴일에 조선일보 앞에 모여 외치는 이들의 '경고'를 조선일보가, 경제5단체가, 검찰이 귀담아 들을지 여전히 '무시'하고 '협박'을 이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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