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어느 한국인 여행자의 시선으로 본 '발칸'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어느 한국인 여행자의 시선으로 본 '발칸'

[화제의 책] <오후 5시 동유럽의 골목을 걷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9년 해외여행을 자유화 시켰다. 그 전 까지만 해도 해외여행은 유학생들이나 상사맨, 일부 특권층들의 전유물인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1989년은 노 전 대통령이 '북방외교'를 천명하며 폴란드, 구 체코슬로바키아, 구 유고슬라비아,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과 국교를 수립한 해이기도 하다.

해외여행의 빗장이 풀리자 사람들이 주로 몰려간 곳은 서유럽이었다. 당시만 해도 여전히 동유럽은 '가기 불편한 곳'이기도 했지만, 반공·자본주의 체제 교육 하에서는 영국, 프랑스, 서독 등 서유럽을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서유럽 국가들에 관심이 더 많고 친숙했다. 하다못해 음악, 미술 등 문화에 대한 교육과 관심도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서유럽 중심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구 예술을 전파한 전문가들 대부분이 서유럽 유학파이다.

당시 유행하던 '세계를 간다' 류의 가이드북들도 서유럽 중심이었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은 권별로 나뉘어져 있었지만, 동유럽은 '동유럽' 한 권이었다. 그나마 프라하가 독일에서 오스트리아로 넘어가는 길의 '들르는 곳' 정도로 유명했다.

그렇게 1989년 국교 수교와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가 일어났지만 동유럽은 우리에게 여전히 먼 곳이었다.

해외여행 자유화 20년

그로부터 20여년이 흐른 지금. 배낭을 짊어진 젊은이들은 세계 곳곳을 누비며 '정복'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인도, 티벳, 남미, 쿠바 등등 한국의 젊은이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어졌다. 동유럽도 그 중 한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유럽은 여전히 낯선 곳이다. 간간이 해외 언론을 통해 들어오는 동유럽 소식은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변화하는 과정에서의 혼란이나 독재정권에 맞선 혁명이나 유고 내전과 같은 민족 분쟁의 비극과 같은 살벌한 풍경들이었다.

정보 위주의 '가이드북' 일색이었던 여행서적 시장에서도 지역별로 풍부한 '진짜' 여행기들이 다양하게 선을 보였지만, 본격적인 동유럽 여행기를 찾기 힘든 것이 사실.
▲ ⓒ프레시안

그런 면에서 20일 출간된 이정흠 씨의 <오후 5시 동유럽의 골목을 걷다>(즐거운 상상 펴냄)라는 책은 동유럽 여행기에서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책이다. 특히 '한 소심한 수다쟁이의 동유럽 꼼꼼 유랑기'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단순한 '훑어보기'에 그치지 않고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사회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발칸을 우리의 시선으로 보고 싶다면

해외여행을 할 때 한국인 여행객에게 현지인들이 "한국에서 사는 것이 위험하지 않습니까?"라고 묻곤 한다고 한다. 외국 언론들이 주로 보도하는 한국에 관한 내용이 북한의 핵 문제 때문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동유럽, 특히 구 유고연방 지역인 발칸 반도는 여전히 분쟁과 내전의 위험이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작가는 그 곳들을 열심히 누비고 다녔다. 최근 분쟁을 겪고 있는 코소보에 들어갈 때는 유엔군으로부터 "저널리스트인가?"라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여행자가 뜸한 곳도 그는 용감하게 발을 내딛었다.

그가 전하는 그 곳의 일상은 평온했지만 곳곳에서 발견한 전쟁의 상처와 흔적을 통해 꼼꼼하게 아픈 내전의 역사를 기술했다. 그런 점에서 여느 기행문 형식의 여행기와 달리 상당히 공을 많이 든 저작임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에서 굳이 동유럽에 대한 여행정보를 얻고자 하지 않는 이들도 외국 언론이 아닌, 어느 한국인의 시선으로 동유럽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또 <프라하의 소녀시대>를 읽다가 베오그라드에 대한 묘사 부분이 너무 근사해 쿠바 대신 '동유럽 여행'을 결심했다는 작가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농담>과 같은 소설과 <십계>(키에슬롭스키), <아빠는 출장중>, <집시의 시간>, <언더그라운드>(에밀 쿠스투리차)와 같은 영화로 예습을 하고 떠나는 인문학적 여행 스타일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