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떡없다. 다른 수석들이 경질 대상에 오르내리는 동안에도 이주호 교육과학문화 수석은 무풍지대에 남아 있었다. 내일로 예정된 청와대 비서진 개편에서도 그의 이름은 발견되지 않는다. 심지어 <중앙일보>는 이런 보도까지 내놨다.
"이주호 수석 빼고 전원 교체"
도대체 비결이 뭘까? 다른 수석들이 인적 쇄신 바람에 사시나무 떨듯 하는데도 이주호 수석은 어떤 비결로 '뿌리 깊은 나무'로 우뚝 서서 바람에 아니 뮐 수 있는 걸까?
알 도리가 없다. 이주호 수석이 이명박 대통령의 애정을 듬뿍 얻어낼 수 있었던 비결이 뭔지 알아낼 방법이 없다. 상식선에서의 추론이 불가능하다.
알 도리는 없지만 알 만큼은 다 안다. 애정전선의 실상은 몰라도 그 애정이 뒤틀린 것이라는 사실은 웬만큼 다 안다.
바로미터가 있다.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다. 청와대 비서진 개편에 뒤이을 내각 개편에서 경질대상 1순위로 지목되는 사람이 바로 김도연 장관이다. 스승의 날에 모교를 찾아가 '지원'을 약속한 처신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무리한 교육정책으로 교육계에 혼란을 가중시킨 점이라고 한다. 바로 이 사유가 김도연 장관을 일찌감치 '마속'으로 규정짓게 만든 요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주호 사랑'이 뒤틀린 것이라고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경향신문>이 보도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아니라 이주호 수석이 주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주호 수석의 "수렴청정" 때문에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부 의견수렴조차 안 되는 단순행정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주호 수석의 측근이 "훗날 책임을 지더라도 앞으로 1년간 다른 의견은 듣지 않고 원안대로 간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교육정책이 '학교자율화' '영어공교육' '고교다양화 300' 등이라고 했다. <경향신문> 보기
<경향신문>만의 진단이 아니다. 보수적인 입장에서 전교조와 각을 세워온 교총마저 이주호 수석 교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지난 9일 성명을 내 "정부의 교육정책 혼선, 인사 파열음, 일관성 없는 정책 추진 등으로 교육정책의 큰 방향이 흔들리고 있다"며 "교육정책 혼선을 바로잡으려면 이명박 대통령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과감하게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상이 이렇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거꾸로 달리고 있다. '몸통'은 놔두고 '깃털'만 뽑으려 한다.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의 이런 '쇄신'을 누가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도대체 누가 이걸 국민의 뜻을 받든 '쇄신'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까?
오히려 정반대다. 이렇게 이해하게 돼 있다. 갖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나의 길을 가련다'를 선언하는 것으로 이해하게 돼 있다. '공교육 포기' 비판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학교에 '경쟁 넝쿨'을 심으려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돼 있다.
참고로 <한겨레>가 오늘 보도한 소식을 전한다. 이주호 수석의 "다른 의견 듣지 않고" 행한 "수렴청정"의 결과일 수도 있는 우리 교육계의 편린이다.
경기 ㅊ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ㅂ씨는 이달 초, 아이의 학교 전학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학교에서 수준별 이동수업을 한다며 수학시험을 치른 뒤 학생들을 상·중·하 세 반으로 나눴는데, ㅂ씨의 딸은'하' 반에 들게 됐다. ㅂ씨는 "어깨가 축 처져 집에 온 아이가 공부를 못해서 미안하다며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너무 속이 상해 같이 울었다"고 말했다. ㅂ씨는 맞벌이를 하는 처지를 탓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단지 수학을 좀 못한다는 이유로 '하' 반에 들어가면 그 아이가 받을 마음의 상처는 누가 책임질지 억장이 무너진다"며 "아무래도 학원에 보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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