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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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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했나

"내수부문 이미 감소세" VS "속단하긴 이르다"

물가 상승 추세가 심각하다. 지난 달 수입물가 총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4.6%나 뛰었다. 외환위기 시절인 지난 1998년 3월(49.0%) 이후 가장 큰 오름세다. 원자재 가격 상승률은 무려 83.6%에 달한다. 사상 최고다.
  
  물가 폭등 추세에 반해 내수 경기는 고유가와 고환율의 이중고를 겪으며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의 경기 전망도 밝지 않다.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진단마저 나온다.
  
  새사연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한 것이나 다름없다"
  
  18일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은 "이미 소비, 투자 등 내수부문 지표가 감소세로 전환했고 경기 후행 지표인 고용률도 감소추세다. 이는 수출 부문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지만 내수부문은 사실상 경기 하강국면에 진입했다는 증거"라며 "우리 경제는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새사연은 "소비자 기대지수가 지난 달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경기 기대지수는 93.8에서 77.9로 15.9포인트나 하락했다"며 "소비자평가지수의 하락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반면 취업자 증가율은 4개월 연속 1% 이하로 저조하다는 점도 불안 요소"라고 평가했다.
  
  반면 물가 오름세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8%, 전년동월대비 4.9% 올라 상승세가 확대됐다. 7년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3.9%에 달했다. 밀가루값이 1년 전에 비해 66.1%나 올라 라면ㆍ과자ㆍ빵 등 가격도 무더기로 뛰었다. 정부가 초기 다짐한 3% 초반대 물가상승률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새사연은 앞으로의 상황도 밝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달 이후 환율효과의 소진과 수출대상국의 경기침체 확대,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금융 불안정성 증대 때문에 이제껏 경기동향을 이끌어 온 수출 부문도 침체를 보일 것이라는 게 근거다. 유가상승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하반기 들어 고용 지표도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점도 악재로 꼽았다.
  
  민간경제연구소의 전망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2008년 하반기 세계경제 진단 및 국내경제 전망'에서 "하반기에는 수출이 점차 둔화되고 내수회복도 지연되면서 경제성장률이 3.8%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환율ㆍ고유가가 주범
  
  물가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고환율과 고유가다.
  
  한국은행은 이번 수입물가 상승률 44.6%에서 환율변동효과를 제거할 경우 계약통화기준으로는 27.6%가 상승했다고 밝혔다. 환율효과가 17.0%포인트 가량 반영됐다는 말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강 장관은 취임 초 수출 기업의 고성장을 위해 고환율 정책을 일관되게 고수했다. 덕분에 수출 기업은 상반기 최대 실적을 올리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내수가 죽은 데 대한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도 마찬가지다. 수입물가 상승률 중 원유효과는 20.2%포인트에 달한다. 환율과 함께 경기를 망친 주범이다. 두바이유 거래가격은 지난 달 기준으로 1년 사이에 무려 84.8%가 급등했다. 유가급등으로 인상된 경유값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관련 산업에 연쇄 파급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새사연은 "최근 정부의 추경 편성은 일정부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면서도 "경유가 상승의 직접 피해 계층에 대한 구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속단은 이르다
  
  하지만 함부로 경제 위기를 논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도 많다. 섣부른 주장이 경기심리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정의도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학술적인 정의는 아직 없다. 다만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현상 표현'만이 있을 뿐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성권 선임연구위원은 "근래 보기 드물게 물가가 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상반기 경제성장률만 놓고 보면 견조함을 보인 만큼 아직은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을 말할 때는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고유가 종합 대책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확대, 저소득층 이동전화 요금 감면 등은 의미 있는 정책으로 판단된다"며 "잘만 진행된다면 최대 1.5%포인트 정도 경제성장률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경제 여건에 대해서는 "달러가치 회복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국제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을 상당부분 완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전날 발행한 '2008년 하반기 국제유가 전망'에서 "최근 국제유가의 상승세는 투기수요와 지정학적 불안요인이 주도하는 것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진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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