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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내에서 성추행은 없다?

인권단체 "대법원은 동성애와 성폭력에 몰인식"

지난 10일 대법원이 군대에서 부하 병사의 젖꼭지를 비트는 등의 행위를 한 상사의 행위가 '추행'이 아니라는 원심을 확정하자 인권단체, 변호사단체 등이 대법원의 비인권적 처사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법원의 성폭력 기준은 도대체 무엇이냐"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이 모인 '군대 내 성소수자 인권증진 및 차별법령개정을 위한 프로젝트팀'은 16일 성명서를 통해 "명백한 성폭력을 무죄로 선고한 것은 반인권적 처사"라며 "더구나 대법원의 '추행' 규정은 동성애에 대한 몰인식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육군 대위 장모(29) 씨는 중대원 3명의 젖꼭지를 틀고 성기를 손등으로 때리는 등의 가혹 행위와 추행 혐의로 기소돼 보통군사법원(1심)에서 모든 혐의가 인정되었으나 고등군사법원(2심)에서 폭행을 제외한 다른 혐의들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에 대법원은 항소심에서도 2심의 형을 확정한 것.
  
  인권단체는 "명백히 성폭력 피해를 입은 당사자 다수가 있는 사건에 무죄를 선고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성폭력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행해지는 강제적 성적 행위 모두를 포함하는 것으로 성적 자기 결정권의 침해로 정의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이 사건을 해결하는 대법원의 태도를 보면 구시대적이고 자의적인 판단 기준을 내세우면서 실질적으로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의 인식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이에 앞서 원심 역시 성폭력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쉽게 단정하고 있는데 이렇게 판단하는 법원의 근거는 도대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추행 장소가 중대 복도나 행정반 사무실 등 공개된 곳이고 다수인이 왕래하는 상태였으며 피해자도 불특정 다수인 점 등에 비춰 피해자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거나 이러한 행위가 일반인의 입장에서 성적 수치심 내지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의 변을 밝힌 바 있다.
  
  "동성애 인식 수준, 대법원과 군방부가 똑같이 후진적"
  
  대법원의 '추행'에 대한 규정을 놓고도 인권단체는 대법원이 동성애에 대한 몰인식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판결은 동성애를 '객관적으로 혐오감을 일으키는 것', '선량한 성적 도덕 관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판단함으로써 동성애가 자연스럽게 이성애와 동등하게 다뤄줘야 한다는 성장한 인권 의식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들은 "동성애가 '비정상'이 아니라는 정신의학계와 심리학계의 입장 역시 조금도 고려하지 못한 채 동성애를 불건전, 비정상적인 성적 행위로 낙인찍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추행'을 "계간(항문 성교)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애 성행위 등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 관념에 반하는 성적 만족 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 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대법원이 국방부가 가지고 있는 잘못된 선입견과 편견에 손을 들어주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군대 내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를 받고 있는 동성애자들을 더욱 음지로 몰아세울 것이다"라며 "군대 내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을 근절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 오히려 성폭력 피해를 덮고 넘어가는 법원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사법부 본연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들은 "대법원의 판결은 최고 법원의 결정으로서 추후의 사법적 판단에 있어 준거로 작용하여 계속해서 인용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대법원이 반인권적 시각으로 군형법상 '추행'을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은 군대 내 성폭력 및 동성애와 관련한 심각한 인권 침해를 대법원이 앞장서서 보장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법원이 이번 판결의 반인권성을 깊이 인식하고 군형법상 '추행'에 대한 입장을 조속히 올바르게 변경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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