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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집회 탓에 장사 안 되는데…뒤통수를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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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집회 탓에 장사 안 되는데…뒤통수를 쳐"

[현장] 청소년 노동인권 사각지대, 신림동 '순대촌'

청소년 아르바이트가 점점 늘면서 그들의 노동 인권이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청소년 인권단체는 지난 4일 아르바이트 청소년의 열악한 노동 인권 실상을 고발한 데 이어 직접 거리로 나섰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와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는 12일 오후 청소년을 착취하는 곳으로 유명한 서울 신림동의 이른바 '순대촌'을 직접 찾아가 업주를 직접 만났다. 이 곳에서 일하는 청소년은 주로 법정 최저임금에 모자라는 2000원대의 시급을 받으면서 늦게까지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이 정한 시급은 3770원이다.

아르바이트 청소년 다그치는 업주들
▲ 한 업주는 못 받았던 임금을 받으러 온 학생에게 결국 돈을 줬지만 돌아서는 학생을 건물 밖까지 따라 나와 "학교로 찾아가겠다" "너 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고 학생을 몰아세우고 으름장을 놓았다. ⓒ프레시안

활동가와 취재진 10여 명이 우르르 순대촌으로 들어서자 순간 웅성거리는 분위기가 됐다. 업주들은 "요새 촛불 집회 때문에 사람도 없는데 이렇게 와서 업무 방해하면 어떡하냐"며 "우리는 영세민이고 먹고 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어떤 업주는 "대기업 세금도 제대로 못 걷으면서 왜 우리한테 와서 이러냐"고 항의했다.

사전 조사를 통해 시급 2500원을 준다고 알려진 한 순대집을 찾아가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아르바이트비를 물어봤다. 학생이 "처음엔 2000원을 받았고 지금은 3000원을 받고 있다"고 대답하자 업주가 "똑바로 말하라"며 "정말 2000원 받았냐"고 학생에게 따져물었다.

학생이 놀라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업주는 끝내 "2000원은 준 적 없다"며 "도대체 누가 그런 말을 했냐"고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몰아세웠다. 업주가 큰 소리로 다그치자 아르바이트 학생은 아무 말도 못했다.

다른 업주에게 '시간당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아느냐'고 묻자 업주는 "최저 3000원이지, 그래서 3000원씩 줬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다른 활동가가 최저임금이 시간당 3770원이라고 알려주자 바로 업주는 "우린 3800원, 4000원씩 줬어"라고 말을 바꿨다.

최저임금 이상을 주고 있다고 말하던 다른 업주는 "다 알아보고 왔다"고 말하자, 그때야 말을 바꾸기도 했다.

험악해진 분위기

최저임금에 못 미쳤던 임금을 받으러 단체와 함께 온 학생에게 업주들은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며 크게 화를 냈다. 다른 업주들까지 몰려들자 순대촌 일대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일부 취재진이 플래쉬를 터뜨리며 촬영하자 업주들은 민감하게 반응하며 왜 사진을 찍냐고 항의하고 방송 기자가 들고 있던 녹음기를 땅바닥으로 던져버리기도 했다.

한 업주는 동행한 아르바이트를 했던 학생에게 "인간성을 그렇게 살면 안된다" "자식같이 잘해줬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치냐"는 등 거칠게 말했다. 한 업주는 "개인적으로 따로 찾아오면 그 때 돈을 주겠다. 지금은 못 준다" "학교로 찾아가서 직접 돈을 주겠다"고 말하는 등 학생에게 위협적으로 말했으나 결국 활동가들의 성화에 못 이겨 돈을 줬다.

그러나 한 업주는 돌아서는 학생을 건물 밖까지 따라 나와 "학교로 찾아가겠다" "너 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고 학생을 몰아세우고 으름장을 놓았다.

스티커 붙일 때도 실랑이
▲ 한 활동가가 스티커를 업소에 붙여버리자 업주가 다시 떼고 하는 과정에서 업주가 경찰에 신고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프레시안

최저임금 홍보 스티커를 붙일 때도 업주와 활동가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일부 업주는 흔쾌히 법정 최저임금 스티커를 붙였지만 다른 업주들은 최저임금을 앞으로 준수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스티커는 결코 붙이지 않겠다고 거세게 저항했다. 그 업주는 "먼저 붙이면 욕 먹는다"며 "다른 집이 전부 다 붙이고 나면 나도 붙이겠다"고 말했다.

그 와중에 활동가가 스티커를 업소에 붙여버리자 업주가 다시 떼고 하는 과정에서 업주가 경찰에 신고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업주들은 "나만 그러는 게 아닌데 왜 나한테만 그러냐"며 "더한 데도 있지 않냐"고 항의했다.

한 업주는 아예 대놓고 "학생들에게 최저임금을 주는 게 부당한 게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업주는 "전례가 그래왔다. 2500원 아니 3000원 줬다. 알바가 일하다가 금방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서 많이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을 배우는 데 두 달은 걸리니까 돈을 많이 못 준다. 손이 빨라져야 돈을 많이 줄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동행했던 이수정 노무사가 "최저임금법 제11조에 따라 최저임금을 고지해야 하고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100만 원을 내야 한다"고 하자 그제서야 잠잠해졌다. 업주의 거센 항의로 결국 경찰까지 들이닥쳤으나 경찰과의 충돌은 없었다. 경찰 외에도 덩치 좋은 남성이 나타나 '왜 영업방해하냐', '신고한 청소년을 데려오라'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순식간에 사라진 아르바이트 청소년들

업주 외에도 아르바이트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려고 했으나 쉽지 않았다. 순대촌 일대에 시민단체에서 감시를 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주인이 아르바이트 학생을 다 내보낸 것.

업주들은 한결같이 "우리는 아르바이트 안 쓴다"며 손사래를 쳤다. 시민단체 감시단이 업주와의 길고도 거친 실랑이를 마치고 나오자 한 무리의 교복 입은 청소년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뒷문에 숨어 있던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다시 들어온 것.

이들은 활동가들이 다가가자 하나같이 "아르바이트 학생 아니에요" "친구 기다리고 있는 거에요"라고 말하며 시선을 피했다. 또 아르바이트 학생이라고 답한 학생도 하나같이 입을 맞춰 4000원, 5000원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지나가던 다른 학생에게 확인해본 결과 하루 전날인 11일 노동부에서 순대촌을 다녀갔고 이후 업주가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시간당 3800원을 받는다고 말하라고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교육센터 '들' 배경내 활동가는 "법률을 제정하고 실태 보고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주들을 직접 만나 최저임금에 대해 알리고 교육시켜 이런 흐름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라며 "또 불시에 다시 한 번 방문해서 업주들에게 최저임금을 주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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