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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 '경찰의 인권 침해' 인권위에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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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 '경찰의 인권 침해' 인권위에 진정

'전ㆍ의경제 폐지' '어청수 경찰청장 퇴진' 요구

계속되는 촛불 집회 정국에서 여대생이 군홧발로 짓밟히는 등 심각한 인권 침해가 잇따르자 인권단체들이 인권 침해 사례를 직접 수집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기로 했다.

전국 38개 인권단체가 모인 인권단체연석회의는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의 경찰청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촛불 집회 과정에서 일어난 경찰의 인권 침해 사례를 공개한 후, 전·의경 제도 폐지와 어청수 경찰청장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지난 달 25일 새벽 경찰이 시민의 첫 거리 행진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일이 발생하자 경찰폭력/인권침해 감시단을 꾸려 26일부터 촛불 집회에 참여해 인권 침해 사례를 수집해왔다. 이와 더불어 시민들의 이메일 등을 통한 제보를 취합하여 이 날 모두 공개했다.

진압, 연행·조사 과정 등에서 빈번한 인권 침해
▲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지난 달 25일 새벽 경찰이 시민들의 첫 거리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일이 발생하자 경찰폭력/인권침해 감시단을 꾸려 26일부터 촛불집회에 참여해 인권침해 사례를 수집해왔다. 이와 더불어 시민들의 이메일 등을 통한 제보를 모두 취합하여 이 날 모두 공개했다. ⓒ프레시안

감시단은 경찰이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집회를 방해하고 감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노상 구금과 불법 채증, 시위대를 가장한 사복 경찰의 투입 등은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에 위반하는 행위이며 차벽과 컨테이너 설치는 집회의 권리와 이동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경찰 진압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문제도 제기됐다. 이들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대부분의 경찰은 진압 과정에서 소속과 이름을 숨겼으며 고무 패킹이 없는 방패(날카롭게 간 방패)와 곤봉 등을 이용해 시위대를 위협하고 폭력을 휘둘렀다.

또 경찰은 살수차를 이용해 사람에게 바로 내리꽂는 직격 살수를 가하고 3분 간격으로 연속 발사하는 등 규정을 어겼다. 이런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저체온증, 쇼크 환자와 실명 환자가 속출했다. 시민의 눈에 직접 소화기를 분사해 눈이 안 보이는 일이 발생한 사건 등도 구체적인 인권 침해 사례로 지적됐다.

인도 위에 있는 시민까지 연행하는 등 무차별 연행과 장애인, 청소년에게 폭력이 행사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14살 소년을 경찰이 뒤에서 방패로 가격한 사건은 언론을 통해 크게 보도된 바 있다. 또 충분한 해산 시간과 안전 거리를 주지 않아 해산 과정에서도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연행과 조사 과정에서도 인권 침해는 끊이지 않았다. 감시단은 "연행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은 채 전경 차에서 일괄 고지하는 등의 불법 사례도 다수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조사 과정에서 경찰이 접견을 방해하고 십지(손가락 10개 모두) 지문을 찍게 하며 다시는 집회에 참여하지 않는겠다는 내용의 반성문을 쓰게 하는 등 인격을 모독하고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사례들도 다수 포착됐다고 밝혔다.

"전·의경 부대 내 구타, 성추행… 수면 부족으로 시달려"
▲ 자신을 전·의경 출신이라고 밝힌 한 활동가가 부대 내에서의 비인간적 처사를 폭로하고 나서자 주변의 경찰들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프레시안

한편, 인권침해감시단은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던 전·의경의 인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인권단체는 "기강 유지를 이유로 전의경 부대 내 구타, 가혹행위나 선임병에 의한 성추행 등 인권 침해와 이로 인한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전·의경들에게 수면 부족과 열악한 식사 환경, 길고 격심한 노동 강도 등의 혹독한 노동 환경이 강요되고 있으며 이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에 따라 '강제노동'으로 규정된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무엇보다 시민들의 정당한 집회 시위를 부당하게 탄압하는 과정에 전의경들이 동원됨으로써 전·의경들의 양심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자신을 전·의경 출신이라고 밝힌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활동가는 "경찰 고위 간부들이 전의경을 인간이 아닌 소모품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며 "타격대끼리의 경쟁을 유도하고 외박·휴가를 미끼로 순종을 강요하는 행태가 전·의경을 과격하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의경 제도 폐지는 전 김대중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2012년 폐지를 결정했으나 경찰은 치안공백 우려 및 재원 확보의 어려움을 들어 부정적인 견해를 주장해왔다. 최근 어청수 경찰청장도 전·의경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인권단체는 경찰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시위 참가자보다 더 많은 경찰 병력을 동원하는 등 불필요하게 과잉 대응하는 관행을 없애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며 "또 현재 복무 중인 전·의경들을 더 이상 시위 진압 업무에 동원하지 말고 필요한 경우 전문성과 책임감이 높은 직업경찰관을 시위진압에 투입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 촛불 집회 보장 △ 전·의경제도 폐지 △ 어청수 경찰청창 퇴진을 요구했다. 이들은 11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와 협의한 뒤 공동으로 자료를 취합하여 이번 주 내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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