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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민심에 '사탕' 물리는 정부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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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민심에 '사탕' 물리는 정부여당

[김종배의 it] 어르고 달래면 시간은 간다?

'우는 아이'로 여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민을 그렇게 여긴다. 그래서 '사탕'을 꺼내든다. '사탕발림'을 한다.

어제 발표했다. 당정협의회를 가진 다음에 경제·민생대책을 쏟아냈다. 저소득층의 통신비를 깎아주고, 수도권 규제를 풀어주고, 창업을 지원하고, 미분양 아파트 취득·등록세를 깎아준다고 했다. 대운하와 공기업 민영화 추진 시기를 늦추겠다고도 했다.

왜 '어제'였는지는 자명하다. 그저께 '100만 촛불대행진'이 있었다. 한 고비를 넘겼다고 보고 다음 판을 깔아놓으려고 한다. 오늘 발표한다. 쇠고기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면서 수출·수입업체의 자율규제를 한미 두 나라 정부가 문서로 보증하는 방안을 발표한다. 이 걸 기점으로 끝내기 판에 들어가려고 한다.

그래서 꺼내든 것이다. '우는 아이'의 울음소리라도 죽여보려고 '사탕'을 꺼내들고 '사탕발림'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먹혀들 것 같지가 않다. 민심이 분명하다. '오직'이다. '오직' 쇠고기이고 '오직' 재협상이다. 이런 민심에 '사탕'을 물린다고 울음을 그칠 것 같지가 않다. 울음소리를 죽일 것 같지가 않다.
▲ ⓒ뉴시스

그럼 뭔가? 정부와 한나라당이 벌이는 일의 정체는 뭔가? 둘 중 하나다. '바보짓'이거나 '꼼수'다.

<조선일보>는 '바보짓'이라고 했다. 오늘자 사설에서 "눈이 펄펄 내리는데 눈을 쓸겠다고 빗자루를 들고 마당에 나서는 인간들은 십중팔구가 바보들"이라고 힐난했다. "얄팍한 수"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 아까운 정책을 왜 무용지물로 만드느냐는 투다.

하지만 이렇게 보면 어떨까? 민심을 잠재우려는 게 아니라 민심을 완화시키려고 하는 거라면 어떨까? '바보짓'으로 볼 게 아니라 '꼼수'로 보면 어떨까?

내칠 수 없는 가정이다. 현실이 그렇다. '오직' 쇠고기 재협상을 원하는 민심을 잠재우려면 그대로 따르는 길 밖에는 없다. 재협상을 선언하는 길이다. 하지만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어제 하루 만해도 미국의 농무장관과 차관, 그리고 상무장관이 일제히 '불가'를 외쳐댔다.

현실이 이렇다면 지구전 태세로 대응 모드를 바꾸는 게 현명하다. 유격전술을 통해 민심의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떼어내는 게 현명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민심이 제 풀에 지치도록 만드는 게 상책이다.

이렇게 보면 경제·민생대책은 '사탕'으로 손색이 없다. 재협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낙담한 국민 일부가 실리에 눈을 돌리기만 한다면 달콤하게 유혹할 수 있다.

대운하·공기업 민영화 연기는 '사탕발림'으로 하자가 없다. 그렇게 바람을 빼면 쇠고기를 넘어 이슈 릴레이를 하려는 국민 일부의 시도를 차단할 수 있다.

그 뿐인가. 청와대와 정부의 인적쇄신을 준비하고 있다. 이 보따리를 풀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연출하면 국민 일부의 노기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이렇게 나아가는 것이다. '낮은 포복'으로 조금씩 기어가는 것이다. 스타일은 좀 구겨지지만 이처럼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책은 없다. 팔꿈치로 기어 경계선에 다다를 수만 있다면 그 다음은 해볼 만하다. 임계점까지만 나아갈 수 있다면, 굴욕과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임계점까지만 기어갈 수 있다면 그 다음엔 우뚝 설 수 있다. '낮은 포복' 자세에서 '서서 쏴' 자세로 바꿀 수 있다.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시간이 낙담을 불러오고 패배주의를 유포시킬 것이다. 사회심리가 그렇고 아동심리가 그렇지 않던가. 펄펄 끓다가도 금방 식어버리는 게 냄비 근성 아니던가. 세상이 떠나갈 듯 울다가도 순식간에 방긋 웃는 게 아이 심성 아니던가. 바로 그 임계점까지만 버티면 된다. 그 때까지만 '사탕'으로 달래면 된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삐쳐서 우는 게 아니라 아파서 우는 거라면? 부질없는 짓이다. 토라져 우는 게 아니라 목에 가시가 걸려 우는 것이라면 '사탕'이 아니라 '설탕'을 숟가락 째 퍼줘도 울음을 그치게 할 수 없다.

방법은 '오직' 하나, 심리가 아니라 병리에 입각해 푸는 것뿐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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