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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뭘 그렇게 잘못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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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뭘 그렇게 잘못했나요?"

[현장] "이명박 옳다" 외치는 그들을 만나다

"촛불 집회 참석하는 사람만이 국민을 대표하나요?"
"그럼 당신만 국민을 대표하는 겁니까?"


'72시간 릴레이 촛불 집회'의 마지막 밤을 앞둔 7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는 난상 토론이 한창이었다.

"대운하 건설은 대한민국을 금수강산으로 만드는 것"

발단은 청계광장 인근에서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가는 길목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 자신을 '한반도 대운하 지지 국민운동본부'의 사무총장이라고 밝힌 최옥석 목사는 "쇠고기 협상 촛불 시위는 이제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프레시안

'한반도 대운하 지지 국민운동본부'의 사무총장이라는 최옥석 목사는 "쇠고기 협상 촛불 시위는 이제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최옥석 기도혁명교회 목사의 앞에는 "대운하 건설은 대한민국을 금수강산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눈치 저 눈치 보고 국가 대사를 그르쳐서는 안 됩니다" 등의 피켓을 든 사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모두가 이명박 대통령이 내 놓은 정책을 옹호하는 피켓이었다.

촛불 집회에 참석하고자 지나가던 시민들은 그들을 에워싸고 저마다 제각각 질문을 던지며 토론을 벌였다. 일부 시민은 "이게 다 명박이 때문이다" 등의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최 목사의 곁에서 함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시위를 물끄러미 지켜보던 고등학교 2학년 박희연 학생은 들고 있던 종이를 찢어 그들 앞에 조용히 "나라 꼴 엉망"이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또 다른 고등학생 김모 양도 "대통령을 잘못 뽑아 국민끼리 이런 대립까지 해야한다 생각하니 참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 양반, 이명박이랑 똑같은 말을 하네"

장신대 출신이라고 자신을 밝힌 최 목사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국가적으로 마음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협상 문제는 정치권에게 맡기고 국민 화합을 이뤄야 한다"는 것.
▲ 최 목사는 "국민이 분열되고 있는 이 정국을 타개하려면 촛불 드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발은 거셌다. ⓒ프레시안

최 목사는 "국민이 분열되는 이 정국을 타개하려면 촛불 드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시민의 반발은 거셌다. 한 시민은 "정치권에 맡기니 이 모양 이 꼴이 돼서 국민들이 직접 나선 것 아니냐"고 최 목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한 시민은 "같은 기독교인인 것이 부끄럽다"며 최 목사를 비난했고, 또 다른 시민은 "운하 옆에 땅 가진 사람들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촛불 집회에 반대해 또 다른 '시위'에 나선 이들은 최 목사 일행만이 아니었다. '밝은인터넷운동'이라는 단체에서는 문화방송(MBC)의 <PD수첩>에서 방영한 광우병 관련 방송이 왜곡됐다며 항의하는 1인 시위도 벌였다.

1인 시위자와 시민들의 토론은 날이 서 있었다.

"이명박이 취임 100일 동안 잘한 게 대체 뭐가 있습니까."
"아, 글쎄. 기다려달라는 얘깁니다. 노무현도 5년 기다려주지 않았습니까."
"기다리는 건 좋은데 방향이 잘못됐다는 거죠."
"그럼 내가 결혼을 잘못했으면 불과 3개월 만에 무조건 물러야 하는 겁니까?"
"잘못되면 고쳐야죠. 왜 오기를 부립니까."
"싫으면 당신이 안 사먹으면 될 것 아닙니까?"
"이 양반, 이명박이랑 똑같은 말을 하네."


이 대화에서 보여지듯, 이들의 주장은 대개 이명박 정부와 보수 언론의 논리를 그대로 담고 있었다.

"한 사람의 의견도 소중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나왔다"는 여고생 박모(17) 씨도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면 미국과 교류를 못하고 그러면 나라가 망한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미국 사람도 미국산 쇠고기를 많이 먹었지만 광우병 걸린 사람은 별로 없다"며 "너무 과장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주장은 대개 이명박 정부와 보수 언론들의 논리를 그대로 담고 있었다. ⓒ프레시안

"광우병 걸려 죽을 확률보다 담배 피다 폐암 걸려 죽을 확률이 높다"

시청 앞 광장으로 가는 길에서는 "이제 그만 촛불을 끄자"는 취지의 1인 시위를 하는 사람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프레시안>은 그 가운데 "여러분의 뒤에 국민이 있듯이 저의 뒤에도 국민이 있습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대학생 박길동(가명·30) 씨를 만나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박 씨는 "그동안 인터넷과 신문을 통해 보면서도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의견을 피력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 오늘 처음 1인 시위에 나섰다"며 "국민 불안을 조장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왜곡됐다는 말이었다.

박 씨는 "촛불 집회에 나온 중·고등학생들이 담배를 피다가 폐암으로 죽을 확률보다 광우병에 걸려 죽을 확률이 훨씬 낮다"고 말했다.그는 "국민 80%가 반대한다고 하는데 인터넷을 장악한 세력들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촛불 집회 변질의 배후를 생각해야한다"

박 씨는 "솔직히 나는 쇠고기 수입 협상을 찬성한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발언을 언급하며 "(쇠고기 수입 협상을 비롯한 한미 FTA가) 우리가 손해 보는 장사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박 씨는 이 대통령이 연거푸 주장하고 있는 '배후설'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쇠고기 수입 협상 반대가 이제는 반(反) 이명박 시위로 변질되고 있다"며 "중·고등학생이 나와서 하던 것이 그렇게 변질되는 것은 배후가 어딘지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 솔직히 어린 학생들이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 뭘 알겠냐"고도 덧붙였다.

박 씨는 "형평성" 문제도 언급했다. "이명박 정부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그전에 좌파 정권 10년 동안 일어났던 일까지 이명박 대통령보고 책임지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그는 "납꽃게, 납굴비와 같이 더 더러운 것도 있었는데 쇠고기 협상만 가지고 문제 삼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박 씨와의 인터뷰를 지켜보던 고등학교 2학년 최가은 학생은 이 씨의 주장을 놓고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최 양은 "우리가 아무 것도 모르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욕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국민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밀어붙이는 이명박 대통령을 보면서 화가 난다"고 반발했다.

박 씨가 든 피켓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박 씨를 향해 "당신 뒤에도 국민이 있긴 있어요. 근데 16%뿐"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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