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내 남편이 '재개발 이주비' 때문에 분신했다고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내 남편이 '재개발 이주비' 때문에 분신했다고요?"

분신 김경철 씨 아내 분통…'산더미' 치료비도 걱정인데

5일 오전 서울 영등포 한강성심병원 화상환자 중환자실. 지난달 25일 전주에서 분신을 시도한 이병렬(40) 씨 옆 침상에 이날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분신을 시도한 김경철(56) 씨가 실려왔다.

김 씨는 전신 45%의 2도 화상을 입은 상태로 당장 생명은 위독하지 않으나 화기에 의한 기도 손상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치의는 "40%가 넘으면 중화상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이병렬 씨는 전신의 80%는 3도 화상, 8%는 2도 화상을 입었다.

"남편 15일 동안 촛불집회 참석"
▲ 이병렬, 김경철 씨가 입원 중인 한강성심병원 화상중환자실. ⓒ프레시안

남편이 화마와 싸우고 있는 동안 한강성심병원 앞 광우병대책위 농성장에는 충격에 휩싸인 김 씨의 아내가 남편이 무사하길 학수고대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김 씨의 아내는 "남편은 일용직 노동자로 1년 전부터 한우 농장에 일을 다녔다"며 "매일 새벽 5시에 일을 나가며 성실하게 일하던 남편이었지만, 임금은 줄어드는데 물가는 매일 높아지고, 그나마 날이 갈수록 일자리가 줄어들어 불안해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김 씨는 1년 전부터 경기도 일대의 농장을 다니며 일을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의 아내는 "남편이 '이명박 정부가 너무나 독선적이다', '이명박의 정치는 국민들을 이해하는 정치가 아니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서민들 일자리는 줄어든다'라는 말을 수차례 했다"고 전하며 "최근에는 광우병 위험이 있으니 미국산 쇠고기는 절대 먹으면 안 된다며 촛불집회에 나갔다"고 말했다. 김 씨는 15일가량 하루도 거르지 않고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이 밝힌 '재개발 이주비 불만'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광우병 대책위 관계자는 "현재 말을 할 수 없어 '눈 깜빡임'으로 대화를 했는데, 재건축 문제에 대해 김 씨가 '아니다'라는 의사표시를 했다"고 말했다. 김 씨의 아내도 "예전에 있었던 문제지만 요즘 그 문제로 갈등을 겪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가정불화' 문제에 대해서도 그의 아내는 "절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서민들 감당하기 힘든 화상 치료비
▲ 한강성심병원 앞에 걸린 플래카드. 막대한 비용이 드는 화상치료비를 위해 대책위는 활발한 모금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프레시안

한편 분신 시도 환자들의 병원비 부담이 엄청난 것으로 알려져 광우병 대책위가 모금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한강성심병원 현인규 교수는 "환자들이 자발적 호흡을 하고 있어 당장 생명의 큰 위험은 없지만 치료비가 막대해 개인이 부담하기 힘든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현 교수에 따르면 피부 이식을 위한 인조피부의 경우 손바닥만한 크기가 500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고, 장기간 계속해서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비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 교수는 "부자들보다는 서민들이 더 많이 화상을 입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제도적인 화상치료 지원 대책 요청을 시사하기도 했다.

광우병 대책위 관계자도 "고(故) 허세욱 씨의 경우 치료비가 2억 원 가량 들었다"며 "이병렬 씨는 현재까지의 치료비만 5600만 원이 나왔다"고 밝혔다. 광우병 대책위는 현장모금과 은행계좌 모금을 통해 3800만 원을 모았지만 현재까지의 치료비에도 못 미치고 앞으로 들어갈 치료비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

이 관계자는 "앞으로 현장 모금 등을 강화해나갈 생각이고, 김경철 씨도 경제 형편이 안 좋기 때문에 김 씨의 가족과 협의해 김 씨의 치료비도 모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세는 기울었다. 살아서 싸우자"

광우병 대책위는 "쇠고기 재협상에 대한 전 국민적인 반대 여론이 형성돼 우리 국민들의 힘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며 "분신이라는 극단적 선택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 꼭 살아서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강조했다.
손학규 대표 방문 "이명박 대통령. 제발 민심을 들어라"

한편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김재윤, 송영길, 안민석 의원 등은 이날 오후 중환자실의 김 씨와 이병렬 씨를 방문했다.

손 대표는 "힘없는 노동자들이 호소할 길이 없어 분신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며 "축산농가와 농민들, 서민들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어 "이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며 "우리 자신도 민심의 절실한 현실에 더욱 더 귀를 기울여야한다는 걸 깨달았다. 적극적으로 대처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는 진보신당 심상정, 노회찬 공동대표도 병원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