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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샴페인 터뜨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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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샴페인 터뜨리지 마

[김종배의 it] 재보선 승리가 부도어음 될 수도

염치도 알고 분수도 아는 모양이다.

6·4 재보선에서 승리한 민주당이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단다. 선거 승리가 기정사실이 되자 방송사 카메라 기자들이 손학규 대표에게 "박수를 쳐 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냥 웃기만 했단다. "민주당이 잘해서라기보다 더 잘하라는, 제대로 야당 역할을 하라는…채찍이자 격려로 받아들인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 그게 도리다. 민주당의 재보선 승리는 성취가 아니다. 자기들이 땀 흘려 일군 열매가 아니다.

수치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15% 안팎, 그런데도 재보선에서 승리했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30%대 초반, 민주당의 갑절에 이르는데도 재보선에서 참패했다. 민주당이 재보선에서 승리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볼 이유는 어디서도 찾기 어렵다.

거리 현상도 그렇게 웅변하고 있다. 민주당이 열고 있는 장외집회는 썰렁하다. 몇몇 의원들이 촛불집회에 참여해도 소 닭 보듯 하는 게 촛불을 든 시민들의 반응이다. 민주당이 유권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 2008년도 상반기 재·보궐선거가 4일 실시됐다. 서울에서 유일한 선거지역이었던 강동구 강동구청장에 당선된 통합민주당 이해석 후보(가운데)가 성내 3동 선거사무소에서 부인과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왼쪽)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뉴시스

그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민주당의 승리 비결을 어떻게 분석해야 할까?

가장 속 편하고 일반적인 분석이 '이삭줍기' '어부지리' '반사이익'이다. 하지만 이 건 반쪽짜리 분석이다. 이 점을 놓고 보면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에 즈음해 상당수 언론사가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민주당은 '제자리 맴맴', 민노당·진보신당은 '소폭 상승'이었다.

이 여론조사 결과에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국민 정서가 녹아있다. 촛불집회를 정치 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점, 그래서 촛불집회의 경험을 정당 지지로 연결 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제자리 맴맴 도는 민주당이야 그렇다 쳐도 촛불집회에 '올인'하다시피 하는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지지율이 '소폭 상승'에 그치고 있는 점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럼 이 점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왜 하필 민주당이 '어부지리'를 얻은 걸까? 비록 소폭이긴 하지만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의 당 지지율 상승폭이 민주당보다 컸는데 왜 '반사이익'은 민주당으로 돌아간 걸까?

해답은 두 개다.

먼저 투표 연령층. 재보선 투표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장년층의 투표성향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

이들에게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은 낯선 존재다. 낯설 뿐 아니라 믿음이 가는 존재가 아니다. 이들 눈에는 두 당의 족적보다는 왜소한 당세가 먼저 들어온다. '반이명박' 정서를 대변하기엔 당세가 약하다고 평가한다.

장년층의 이런 성향이 민주당의 승리를 가져다 줬다고 봐야 한다. 좋아서가 아니라 달리 믿고 의지할 데가 없어서, 울며겨자먹기로 밀어줬다고 봐야 한다. 비유가 뭣하지만 '홧김에 서방질' 했다고 봐야 한다.

다음은 후보군.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은 모든 선거구에서 후보를 내지 않았다. 기초단체장의 경우 6곳의 선거구 가운데 경기 포천에만 민노당이 후보를 냈을 뿐이다. 광역의원의 경우에도 부산·경남에 집중해 후보를 냈다.

유권자가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민주당까지 배제하고 싶어도 배제할 여지가 거의 없었던, 다시 말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던 선거라고 봐야 한다.

이 점에 기초하면 민주당의 재보선 승리는 '현금'이 아니라 '어음'에 불과하다. 만기일인 2년 후 지방선거에 가서 수금을 하지 못하는 '부도어음'이 될 수도 있다.

민주당이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전혀 아니라는 얘기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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