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 16일 파견업종 확대 등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의 비정규직 관련 법안 폐기를 요구하며 열린우리당 의장실을 기습 점거했다. 지난 10일 노동부가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입법예고한 후 노동계의 첫번째 행동인 셈이다.
***"공식발표후 공청회가 왠말이냐"**
점거농성은 16일 열린우리당이 개최한 정부 비정규직 입법안 공청회에 참여한 비정규직 노동자 대표자들 10여명이 오후2시40분께 기습적으로 이부영 당의장실에 들어가면서 시작했다. 의장실 점거에 들어간 비정규직 노동자 대표자들은 "비정규 개악안 폐기하라"란 플랭카드를 걸고, 이부영 당의장 또는 노무현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다.
이날 공청회는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강한 노동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자 당 차원에서 폭넓은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이런 설명과 달리 비정규직 당사자인 노동자들은 이번 공청회를 단순한 '요식행위' 혹은 '면피용'으로 보고 있다.
류재운 전국에니메이션 노조위원장은 "파견법 개정과 철폐를 위해 노동계가 지난한 투쟁과 대화를 진행해왔지만 이를 묵살하고 발표한 것이 지난 10일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다"며 "법안이 마련되기 전에도 묵살하던 정부가 하물며 공식발표 한 뒤 무슨 의견 수렴인가"라고 말했다.
류 위원장은 이어 "10월초에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국무회의에 상정되고 이후 정기국회에서 정식 논의된다고 들었다. 이처럼 비정규직 법안은 예정된 수순에 따라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며 "공청회를 수십 번 연다고 해도 실질적인 여론 수렴 과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열린우리당, "농성 풀면 대화하겠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이날 당의장실 기습점거에 대해 적잖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열린당은 일단 농성을 풀고, 대표자를 선출하면 면담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은 "공청회 참석차 당사를 찾아서 의장실을 점거한 것은 온당치 못하다"며 "하지만 우선 철수하고 대표를 선출하면 당 지도부와 면담을 주선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보장하겠다. 대화채널이 막힌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부영 의장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농성 노동자들이 먼저 퇴거하고 사과를 해 온다면 대화를 할 수도 있다"며 농성을 풀기 전까지 대화에 나설 의향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점거농성 노동자들은 열린우리당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세다. 농성 이틀째인 17일 오전 농성 노동자들은 식사를 거부한 채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식사 반입 거부, 지지방문도 막아**
한편 열린우리당이 농성단을 자극하는 행위를 잇따라 하고 있어 반발을 사고 있다. 식사반입을 거부하고, 농성단 지지방문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농성단 한 관계자는 "당은 16일 저녁 식사 반입 요청을 거부했다"며 "점거 사태를 조기에 마무리하기 위해 강경하게 나오는 것 같은데, 이는 농성단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16일 밤에는 박대규 농성단장이 잠시 담배를 피우기 위해 3층 야외 옥상에 갔다가 다시 들어오지 못해 밤새 밖에서 지내기도 했다.
류재운 에니메이션 노조 위원장은 "식사 반입 요구 거절과 농성단장을 밤새 밖에서 지내도록 한 것은 집권 여당의 행위라고 볼 수 없는 비인간적인 처사"라며 "경찰력을 동원해 농성단을 지지하러 찾아오는 사람들조차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점거농성단은 1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계획과 구체적 요구사항을 밝힐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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