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쇄신책은 중요하지 않다. 더 엄밀히 말하면 본질적이지 않다.
시민이 청와대로 가려는 상황에서 장관 몇 명, 수석 몇 명을 경질하는 건 '총알받이'를 내세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유가가 뛰는 마당에 선별적으로 세제 지원을 하는 건 찔끔 생색내는 것에 불과하다.
해법은 문제가 발생한 곳에서 찾아야 한다. 문제의 본질이 검역주권과 국민건강이라면 그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 쇠고기 재협상을 선언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푸는 건 그 다음이다. 그건 문제의 본질을 치유한 다음에 국민을 위무하고 자신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취해야 할 후속조치에 지나지 않는다.
오해의 소지가 있다. 청와대를 향해 주문하는 게 아니다. '재협상 불가'를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청와대를 향해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우이독경이다.
헌법재판소를 주목한다. 어쩌면 이곳이 해결 창구가 될지 모른다.
살펴보면 안다. 설령 청와대가 재협상을 선언한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미국이 '일수불퇴' '낙장불입' 입장을 거두지 않는 한 재협상은 실행에 옮길 수 없다.
현재로선 기대난망이다. 미국의 최근 사정은 오히려 '일수불퇴' '낙장불입'을 강화하고 있다.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오바마가 자동차 협상을 문제 삼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따 낸 쇠고기 협상마저 뒤로 물리는 걸 용인할 리 없다. 미국 행정부는 이미 힘이 빠진 상태, 행정부의 힘으로 돌파하는 것도 기대할 수 없다.
공식화하는 게 상수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려 장관 고시를 원천 무효화하고 재협상을 기정사실화 하는 게 상책이다.
어쩌겠는가. 미국이라고 해서 다른 수가 없다. 위헌 결정이 내려진 사안에 대해 '일수불퇴'를 고수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건 상대국 정부에게 초헌법적 행정을 펼치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 미국은 좋든 싫든 재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시간도 끌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 장관 고시 자체를 재고할 수 있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국회 동의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며 미국 대선이 끝나기를 기다리면 재협상 여지가 넓어진다. 미국의 새 대통령이 누가 되든 표의 중압감에서 벗어나게 되고 그만큼 미국 행정부의 재검토 여지는 많아진다.
순진한 생각이라고 욕할지 모른다. 이렇게 가정하는 게 미국의 속성을 간파하지 못한 소치라고 힐난할지 모른다. 미국처럼 자국의 이익을 철두철미하게 지키는 나라가 없다는 사실을 망각한 소치라고 비판할지 모른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시민이 이 사실을 몰라 쇠고기 재협상을 주장하는 게 아니다. 장관 고시 무효를 외치는 게 아니다. 요구는 아주 명징하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검역 주권이고 나와 내 가족의 건강권이다. 이런저런 사정을 헤아리며 능수능란하게 전략을 짜자고 거리로 나가는 게 아니다.
보고 또 봐도 해법은 하나 밖에 없다. 재협상이다. 그래서 새로 살핀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경계 반 기대 반의 눈빛을 고정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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