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낮부터 시위를 벌이던 시민들은 저녁부터 세종로 광화문 네거리를 점거하고 경찰과 대치를 벌였다. 경찰 버스로 바리케이트를 치고 대기 하던 경찰이 본격적으로 해산 작전을 개시했다.
방패 가격 여전
이 과정에서 유모차에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나온 어떤 부부는 경찰 병력 앞에 주저 앉아 농성을 벌였으나 속수무책. 일부 시민들은 "갑자기 들어오면 사람들이 다친다"며 "뒤로 빠질테니 천천히 들어오라"고 적극 중재를 하며 부상자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많은 시민들이 '비폭력'을 외치며 경찰에 항의하는가 하면 경찰에게 과격한 행동을 하는 시민들을 말리는 모습도 많이 목격됐다.
그러나 일부 경찰 병력은 등을 돌리고 후퇴하는 시민들을 향해 방패를 들어 뒷통수와 등을 가격하는 장면이 목격됐고, 급하게 시민들을 인도로 몰아낼 때는 인도의 무단횡단 방지 펜스에 시민들이 펜스에 걸려 넘어지고 서로 엉키며 크고 작은 부상들을 당했다.
이 과정에서 H대 여학생 한 명이 방패에 가격당해 앞니가 모두 부러지고 콧등이 3cm가량 찢어지는 중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여학생은 앰뷸런스에 실려 인근 병원 응급실로 호송됐다.
이밖에 보건의료단체 등으로 구성된 현장 의료진은 거리를 누비며 쉴새 없이 부상자들을 치료해야 했다.
경찰의 진압에 시민들은 인도에 서서 "이명박은 물러가라", "독재 타도", "고시 철회" 등의 구호를 외치는가 하면 애국가는 물론 '돌아와요 부산항에', '만남' 등의 노래를 합창하며 경찰에 항의하기도 했다.
경찰이 광화문을 일대를 완전히 장악한 새벽 2시 이후에도 수천 명의 시민들은 귀가하지 않고 "평화 시위, 보장하라" "폭력 경찰, 물러가라"를 외치며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일부 시민은 귀가하면서 경찰을 향해 "오늘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며 "내일도 모레도 나올 것"이라고 외쳤다.
대치 상황이 완전히 종료된 것은 새벽 5시께. 프레스센터 앞에서 대기하던 경찰 병력은 오후 4시 5분쯤 본격적으로 시민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연행됐고, 크고 작은 몸싸움들이 일어났다. 대책위 측에서 집계한 바로는 약 70여 명이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시민들을 밀어내는 과정에서 "서울광장으로 가라. 인도에 있어도 체포할 것"이라고 경고해 시민들이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해산 뒤에도 '횡단보도 시위'
또 경찰 병력이 시민들을 밀어내는 과정에서 인도 위까지 점령하고 올라와 일부 시민들은 "차도에 안 내려갈테니 경찰도 인도에 올라오지 말라. 경찰이 인도 위까지 올라와 시민들을 밀어내는 것은 불법 아니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경찰의 밀어내기에 일부 시민들은 귀가하며 "오늘 저녁에 다시 보자"며 돌아갔고, 일부 시민들은 서울광장에 남아 촛불을 켜고 다시 농성을 벌였다.
특히 100여 명의 시민들이 서울광장과 덕수궁을 잇는 횡단보도 양편에 각각 50여 명씩 대기하고 있다가 파란 신호등이 들어오면 서로 길을 건너며 "이명박은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합법 시위'를 벌여 시민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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