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하나 없이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고 있지만 시민은 우산을 꺼내 쓰고 신문으로 만든 모자를 쓰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곳곳에서는 이날 아침까지 경찰과 대치하느라 밤을 샌 일부 시민들이 잔디밭에 되는 대로 누워 잠시나마 눈을 붙였다.
경찰 진압 현장에 직접 있었거나, 인터넷 동영상으로 지켜본 시민들은 하나같이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이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서 떠도는 확인이 되지 않은 소문을 열거하면서, "충분히 그럴 만한 상황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새벽 진압 현장에 있었다는 김병모(가명) 씨는 "1987년 6월에는 시민들이 돌도 던지고 그랬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정말 빈 손 아니냐"며"시민은 폭력을 쓰지 않는데 경찰만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학생이 실명하고 예비군이 갈비뼈가 부러졌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최정일(가명) 씨도 "경찰특공대까지 투입되고 경찰이 곤봉을 휘두르고 있지만 시민들의 투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6월 항쟁도 20일 가량 계속되지 않았나. 6월 내내 이런 투쟁이 계속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새벽 진압 현장을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지켜봤다는 이석(가명) 씨는 한숨도 자지 않고 이 곳 서울광장으로 나왔다. 그는 "여태까지 촛불 집회에 안 나왔다는 게 아주 부끄러웠다"며 "테러범을 잡아야 할 경찰특공대가 평화 시위를 하는 시민을 때려잡다니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지방에서 올라오는 관광버스를 톨게이트에서 경찰들이 회차시키고 있다고 들었다"며 "전두환 때보다도 지금이 더 심하다"고 말했다.
은평구에서 온 이상환(가명) 씨 부부는 아이 둘을 데리고 이곳에 왔다. 그는 "아침까지 일하고 한숨도 못자고 이 곳에 왔다"며 "촛불 집회까지만 다 같이 있다가 가족들은 먼저 들여보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눈 감고 귀 닫고 있나 보다"며 "일반 사람도 보수언론만 보는 사람들은 촛불집회를 문화제 정도로만 알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곳에 모인 시민들은 언론을 향한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취재를 하는 기자를 상대로 소속 언론사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방송(KBS), 서울방송(SBS), YTN 기자의 촬영을 불응했다. 이들은 이날 7시에 있을 촛불 집회가 시작될 때까지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지방에 사는 시민들도 현재 서울로 속속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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