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11시 환경운동연합 소속 회원 두 명이 인사동 맥도날드 간판 위에 올라가 약 16분가량 고공농성을 벌였다. 다른 회원들은 농성장 밑에서 피켓을 들고 "고시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농성은 맥도날드 측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중단됐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한·미 대통령의 합작품
오전 11시가 되자 고공농성용 소품을 준비한 두 명의 간사를 태운 사다리차가 맥도날드 앞에 도착했다. 사다리차 도착 직후 두 명은 곧바로 맥도날드 간판 위로 올라갔다.
현수막을 거는 작업이 예상보다 늦어지자 밑에서 대기하고 있던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은 곧바로 모여 "고시 철회, 협상 무효", "정부는 즉각 재협상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간판 위로 오른 이들은 각각 부시 미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얼굴 사진이 그려진 가면을 뒤집어썼다. 그들은 뇌에 구멍이 난 소를 묘사하는 상징물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거리를 지나가는 한 노인은 "또라이 이명박이 거기 와 올라가 있노?"라고 호통을 쳐 시위를 구경하던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환경운동연합 임지애 국장은 "국민의 의견을 안 듣고 정부가 고시를 강행하니 좀 더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표시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졌다"며 "앞으로도 촛불 문화제 참여를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 개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공농성 장소로 맥도날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맥도날드가 호주산 쇠고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안다"면서도 "미국을 상징하고 음식의 상업화를 대표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안전한 먹거리를 지키기 위해 올라갔습니다"
맥도날드 측은 농성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한 맥도날드 직원은 환경운동연합 회원들과 몸싸움을 하며 "여기가 당신 땅이냐"며 "우리 로고가 나올 경우 무조건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위 현장을 촬영하는 사진기자들을 막아서기도 해 기자들과도 말다툼을 벌였다.
하지만 맥도날드 측은 공식입장을 통해 "경찰서에 어떠한 고발조치도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한국맥도날드 홍보팀 관계자는 "직원이 현장에서 조금 흥분한 것 같다"며 "어떠한 법적 대응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약 16분 정도가 지난 후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다. 정보과에서 나왔다는 한 경찰은 "인적 사항 확인을 위해 연행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방차량의 도착이 늦어져 고공농성자 연행은 계속 미뤄졌다.
11시 50분이 돼서야 올라가기 시작한 소방차 사다리가 농성자들을 차례로 끌어내렸다.
이명박 대통령을 흉내낸 한 회원은 경찰차에 연행되는 도중 올라긴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큰 목소리로 "안전한 먹거리를 지키기 위해 올라갔습니다"고 답했다. 다른 회원 역시 "국민들의 안전한 밥상을 위해 올라갔습니다"고 대답했다. 경찰이 두 명을 연행해 자리를 뜬 시간은 12시 정각이었다.
몰려든 시민들 "올라갈 만하니 올라간 것"…출동한 소방관도 "화이팅"
인근 직장인과 행인들이 현장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많은 시민이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정부 잘못이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근 회사에서 근무하는 최모 씨(35)는 "올라갈 만하니 올라간 것"이라며 "장관고시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황을 지켜보던 농협중앙회 소속 한 직원도 "앞으로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날 것 같다"며 "농성 방식이 조금 과격해보이지만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현장을 지나가던 한 시민은 "고시 철회" 구호를 따라 외치며 박수를 쳤다.
하지만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는 시민도 있었다. 한 중년 남성은 불편한 표정으로 "빨리 고시 해버려야 돼"라고 혼잣말을 했다. 차량을 끌고 온 한 여성도 "저 사람들 때문에 길이 막혀서 불편하다"며 동료와 얘기를 나눴다.
친구와 함께 현장을 지나가던 양모 씨(26·대학교 4학년)는 "개인적으로 쇠고기 반대시위는 찬성하지만 법을 지켜가며 해야 한다"며 "고공농성을 하는 사람이나 도로로 나오는 사람들은 너무 정치적으로 보여 불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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