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6시 8분,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민공노) 산하 농림수산식품부지부 지부장인 이진 씨는 조합 게시판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은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즉각 재협상해야 합니다"는 글을 올렸다. (☞ : 바로가기)
이 글은 지부 홈페이지에서만 현재까지 1만 3000여 건이 넘게 조회됐다. 27일 다음 아고라로 옮겨진 글 역시 1만 명이 넘는 누리꾼이 조회하며 토론 게시판 최다 추천 글 중 하나로 올랐다.
글에서 이진 지부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 발표를 자제해 달라는 기관 측의 지속적인 부탁이 있었고 지부에 닥칠 탄압과 어려움도 고민해야 했다"면서도 "국민의 녹을 먹는 공무원으로서 더 이상 침묵하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것으로 판단해 입장을 밝힌다"고 전했다.
이 지부장은 "농림부 장관이 그토록 되풀이 했던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규정과 과학적 기준, 안전성이라는 말에 이제는 신물이 난다"며 "OIE에서 정하는 통제국가 등급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장관은 알기나 하는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정부는 고시를 무기한 연기하고 재협상에 임할 것을 밝히고 미국과 즉각 재협의해야 한다"며 "중·고교생과 아줌마로 대표되는 촛불 문화제의 개최를 적극 보장하는 등 국민의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부장은 공무원으로서 느끼는 자괴감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많은 동료들도 같은 심정일 것이라는 말을 전하며 "농식품부 공무원으로서 이렇게 자괴감이 많이 든 시기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최근 공무원 사회는 머슴론, 전봇대 및 구조조정 등으로 심한 혼란과 사기 저하에 빠져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하지만 앞으로는 "지난 반세기 정권의 하수인으로 살아온 공무원으로서의 자세를 버리고, 진정하게 국민과 민중을 위해 거듭나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주무부처 발칵 뒤집어졌다" 현재 이 지부장은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상태다. <프레시안>은 그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외부 접촉을 바라는 상태가 아니라고 민공노 이상식 대변인은 전했다. 대변인을 통해 이 지부장이 게시판에 글을 쓰게 된 이유를 전해 들었다. - 글을 쓰게 된 계기는? "해당 주무부처 공무원으로서 이 일을 알리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다. 민공노 단위로 다양한 사업을 하는 중에 주무부처 공무원도 뭔가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었다. 하지만 노조원의 신분 상 중요한 정보에 접근할 권한은 없었다. 글을 봐서 아시겠지만 새로운 내용은 없다. 다만 해당 부처 공무원이 직접 이 사실을 알린 데 의의를 두길 바란다." -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지부장이 오랜 기간 심사숙고했다. 공무원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입장 표명을 한 것이라고 본다." - 현재 연락을 피하는 상태인 것 같다. "개인 전화기를 꺼 놓았다. 현재 중앙 부처가 발칵 뒤집어졌다. 하지만 부처가 무리하게 신분상의 불이익을 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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