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장 취임 11년. 무엇이 부족한지 더 해먹겠다고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해 그런 만행을 저지를 수 있는지...그와 우리는 같은 사람이 아닌 듯 하다."
"그 순간은 두려움과 공포였다. 정신을 차리고 나자 왜 그 때 제대로 문제제기 못하고, 싸우지 못하고, 그 흔한 사진 한 장 찍지 못했는지 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8일 새벽, 정립회관 농성장, 쇠파이프 든 괴한 수십명 난입**
9일 오후 광진구 구의동에 위치한 정립회관 체육관 앞. 정립회관 노조원들과 장애인들 그리고 이들의 상급단체인 공공연맹 노조원들 50여명이 집회를 갖고 있다. 위의 말은 지난 8일 새벽 복면을 쓴 괴한과 사측 곰두리 봉사대 요원에 의해 농성장이 침탈된 것을 두고 이 자리에 있던 한 노조원과 장애인이 한 말이다. 정립회관은 노조가 관장 유임반대 회관 민주적 운영을 요구하며 80일째 장기농성 중이다.
지난 8일 새벽 정립회관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어떤 상황이었길래 이들은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였고, 이 때문에 사진 한 장 찍지 못했다는 걸까. 조직폭력배·쇠파이프·절단기는 또 어떤 맥락에서 사용된 단어일까.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다.
사건의 과정은 이렇다. 정립회관 농성단 20여명(정립회관 노조원, 장애인, 연대지원차 온 도서전력노조원 등)은 남녀 따로 나뉘어 깊은 잠에 들어 있던 8일 새벽 2시50분 경 정체를 알 수 없는 건장한 남성 30여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검은 색 복장에 마스크 거기다가 얼굴에는 군대에서나 사용하는 검은색 위장크림을 바른 모습이었다.
한 여성노조원은 "시끄러워 눈을 떠보니 처음 보인 것이 군화발이었다. 그래서 경찰들이 들이닥친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경찰도 아니고, 좀도둑도 아니었다. 현장에 있던 노조원들은 이들을 '용역깡패', '조직폭력배'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들이 자행했던 행동을 추적해보면 노조원들의 의심에는 일리가 있어 보인다. 이들은 쇠파이프와 절단기 등 흉기를 소지하고 무차별 폭력을 행사했다. 남성 노조원들은 윗옷을 벗기고 무릎을 꿇렸다. 고개를 들거나 눈이 마주치면 다시 한 번 폭력을 행사했다.
중증장애인들에게도 서슴없이 폭력이 행사됐다 했다. 어떤 장애인들은 전동휠체어에서 들려 짐짝처럼 팽개쳐 지기도 했고, 어떤 장애인은 잠을 자던 스티로폼째 들려 내려가기도 했다. 중증장애인에게 휠체어는 몸의 일부와 마찬가지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무자비한 행동을 하던 '괴한'들은 경찰이 출동하자 슬그머니 사라졌다. 현재 경찰은 9일 사건을 접수하고 이날 폭력 사태를 비롯 괴한의 정체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폭력사태로 11명(장애인 2명 포함)이 2~3주 진단을 받았다.
***이완수 회관관장, "폭력사태 예견 못했다", "곰두리봉사회가 스스로 한 것"**
한편 이번 폭력 사태에 대해 이완수 관장은 사전인지는 물론이고 용역깡패들이 들어왔다는 사실조차도 몰랐다는 입장이다.
이 관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당일(8일) 새벽에는 미사 중이었다. 여러차례 회관에서 전화가 온 것은 사후에 알았다"며 "관장이 배후에서 폭력행위를 유발했다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이 관장은 폭력사태에 가담했던 곰두리 봉사회에 대해서는 "곰두리 봉사회와 본인과는 어떤 관계도 맺지 않고 있다. 곰두리 봉사회 사람들이 스스로 나섰다고 말하더라"고 답변했다.
곰두리 봉사회는 지난 1988년 정립회관에서 처음 발족한 장애인 중심의 봉사단체로 전국적 조직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정립회관 사태가 장기화되자 "노조에 이용당하는 장애인들을 구출하겠다"며 정립회관에 수차례 들이닥쳐 긴장감을 유발한 바 있다. 곰두리 봉사회 회장은 정립회관 운영위원장이기도 하다.
***이 관장, 중증장애인 직접 가해 논란**
한편 폭력사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새벽 폭력침탈에 항의하러 8일 오전 이완수 관장을 만나러 갔던 한 장애인은 이 관장에게 직접 가해를 당하기도 했다. 중증 장애인 이광섭씨는 "이 관장에게 이번 폭력 사태에 대한 책임을 추궁했지만, 이 관장은 대답 대신 뺨을 때리고 온몸을 꼬집고 할퀴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입으로 휠체어를 운전하는 중증장애인이다.
하지만 이 관장은 이에 대해서도 사실이 왜곡된 노조의 억지주장이라고 항변했다. 이 관장은 "이광섭씨가 전동휠체어로 마구잡이로 들이닥쳐 직원 여러명이 다치기도 했다"며 "폭력을 행사했다면 본인이 아니라 바로 이씨이고, 본인은 오히려 피해자"라고 항변했다.
관장 직접 가해 사건에 대해 정립회관 노조는 "한 인간으로 가져야 할 기본적인 도덕성마저 상실한 인권유린 행위"라고 분노하고 있다.
이번 정립회관 폭력사태는 피해자와 가해자간 진술이 엇갈리는 등 경찰 조사가 마무리된 후에나 진상이 정확히 드러날 전망이지만, 이 관장 유임사태로 벌어진 정립회관 장기 농성사태는 이번 폭력 사건으로 이 관장은 한 층 난처한 입장에 처한 셈이 됐다. 국내 대표적인 장애인 복지시설인 정립회관은 관장 임기 편법 유임 시비와 더불어 이번에 발생한 폭력사건으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은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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