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1개 대학 한의학과 학생 700여 명 참석
이 날 촛불 집회에서는 전국 11개 대학에서 공부하는 한의학과 학생 700여 명이 참석했다. 중·고등학생이 사라진 자리를 20대 대학생이 대신한 것. 이들이 저마다 준비해온 퍼포먼스 등을 펼치는 동안, 하나둘씩 나타난 시민들이 구석구석에 앉았다. 어느새 촛불 집회는 일상이 되었다.
전국한의과대학학생회연합 사정윤(22) 씨는 "오늘은 원래 전국한의대 학생의 축제 행림제가 열리는 날"이라며 "학생의 의견을 수렴해 축제를 취소하고 촛불 집회에 참석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한련은 국민 건강권 확보, 민족 의학 정립을 강조해왔다"며 "미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건강을 희생하는 정부를 비판하고자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앞서 오후 2시 전국약학대학학생회연합 등 다른 보건・의료 전공 대학생 모임과 함께 서울 광화문 외교통상부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국민의 건강권을 확보하고자 공부하는 입장에서 국민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입장을 밝혔다.
부산 동의대에서 버스를 타고 온 서이종(22·가명) 씨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아예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라며 "정부가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협상 결과를 내놓아야 하는데, 지금의 협상 결과는 미국의 요구만 일방적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씨는 "이런 졸속 협상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촛불 집회는 계속돼야 한다. 쭉~"
이날 촛불 집회는 차분했다. 자유 발언에 나선 이들도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논리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비판했다. 차분하지만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청계광장 구석구석으로 퍼지자, 오고가는 시민이 발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어느새 시민들도 자연스럽게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자신을 서른한 살의 누리꾼이라고 소개한 한 남성은 지난 22일 이명박 대통령이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다기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며 "이 대통령의 말은 '미안하지만' '계속할 테니' '참아라' 이렇게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해 큰 호응을 얻었다.
자신을 진보신당 당원이라고 밝힌 30대의 이영미(가명) 씨도 "이번 담화문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본인의 울분만 표현했다"며 "본인의 잘못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으니 어떻게 해야 하냐"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한반도 대운하 역시 국민이 비판하고 나서면 일단 '현재는 계획 없다'라고 해놓고, 슬그머니 뒤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촛불 집회에서 만난 이들은 저마다 "장기전"을 강조했다. 직장인 김지선(35) 씨는 "광우병 쇠고기 외에도 한반도 대운하, 보건의료 민영화 등 앞으로 우리를 절망하게 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라며 "이렇게 국민을 괴롭히는 MB가 절대 편히 잠을 잘 수 없도록 앞으로도 촛불 집회는 쉼 없이 꾸준히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부터 절대로 촛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24일 청계광장에서는 이런 다짐을 확인하는 열일곱 번째 대규모 촛불 집회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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