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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아 모여라! 바뀔 때까지 모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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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아 모여라! 바뀔 때까지 모여라!"

[현장] 버티는 MB, 그러면 안 된다는 촛불!

조촐했다. 벌써 10번째니 그럴 만도 했다. 이명박 정부는 '촛불의 힘'에 밀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장관 고시도 연기했다. 촛불 시위의 주역인 중·고등학생을 단속하기 위한 교육당국과 경찰의 움직임도 날로 치밀해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촛불 집회가 예정된 16일 저녁 7시 서울 청계광장은 한산했다. 곳곳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서명 운동을 벌이는 사람과 홀로 피켓을 들고 나와 선 사람만 눈에 띄었을 뿐이었다. 시민들이 가득 메우던 청계광장 옆 도로도 차들의 차지였다.

하지만 촛불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먼저 와 기다리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초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 들린 촛불은 뒤늦게 청계광장을 찾은 사람들의 손으로 옮겨갔다. 400여 명의 사람들은 그렇게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람이 적다고 약한 것은 아니었다. 참석자들은 "조금만 시간을 벌면 알아서 우리가 물러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입을 모았다.

"민영화? 없는 사람만 더 못 살게 하려는 것"
▲비록 소수였지만 여전히 교복을 입고 거리에 선 10대부터, 전남 완도에서 찾아 왔다는 50대 농부까지 "우리가 든 촛불은 이명박 정부의 총체적인 국정 운영을 향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프레시안

비록 소수였지만 여전히 교복을 입고 거리에 선 10대부터, 전남 완도에서 찾아 왔다는 50대 농부까지 "우리가 든 촛불은 이명박 정부의 총체적인 국정 운영을 향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정부의 '거짓말'이 싫다고 했다. 따지고 보면, 촛불 집회의 첫 시발점도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정부의 거짓말에서 비롯됐다. 완도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 황종수(50) 씨는 "이명박 대통령은 여러 가지 문제가 많지만 무엇보다 거짓말을 하는 게 너무 싫어 촛불집회에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황 씨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의 기조는 전체적으로 없는 사람을 더 못 살게 만드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우를 사먹을 여력이 안 되는 서민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여러 사람들의 공통된 우려였다. 하지만 황 씨는 한 가지를 더 지적했다. 바로 공공 부문의 민영화 문제였다.

정부는 효율성 제고를 통해 공공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고 국민들에게 공언했다. 하지만 황 씨는 "그것도 거짓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민영화가 되면 당연히 가격이 올라가고 돈 없는 사람들은 질 낮은 서비스만을 받게 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공기업 민영화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유호근(28) 씨도 "하지만 지금의 민영화는 지나치게 성급해 서민에게만 피해를 줄 수 있는 독과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 정부의 실정은 너무 많아 다 얘기하기조차 힘들다"는 사람도 있었다. 인천에서 찾아 온 대학생 박민희(24) 씨는 "의료보험 민영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기업 민영화 등 결국 본질적으로는 이명박의 '극단적 시장주의'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명박은 구멍가게 하듯 나라 운영하려 한다"
▲ 시민들은 연일 계속되는 촛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충고했다. 장관고시 연기로 '버티기 작전'을 펴거나 배후세력 운운할 때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프레시안

"이명박 정부는 복지의 개념조차 모른다"는 것은 참석자들의 공통된 비판이었다. 중학교 1학년 딸 아이를 둔 가정주부 강모(47) 씨는 "이명박 대통령은 구멍가게 하듯 나라를 운영하려 한다"고 혹평했다. "장기적인 철학은 없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것.

서울 구로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강봉준(31) 씨도 "문제는 (쇠고기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상식이 안 통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명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선호(25) 씨는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은 대통령이 어떤 일을 저지를 지 알 수 없어 가장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미국산 쇠고기에서 시작된 국민들의 저항이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에 대한 비판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은 연일 계속되는 촛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충고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장관 고시 연기로 '버티기 작전'을 펴거나 배후 세력 운운할 때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서울 신촌에 거주하는 대학생 박혜강(23) 씨는 "지금은 추진력이 필요한 시대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촛불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국민과의 소통"의 중요성을 말하면서도 거리로 나선 국민들의 진심을 보지 못하는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촛불은 더 강해져야 한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30대지만 살면서 처음으로 '시위'라는 것에 참여해봤다는 강봉준 씨는 "우리도 방법이 없다"고 했다. "정부가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있으니 계속 촛불을 들고 '좀 들어라'고 말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거센 촛불 시위에도 꿈쩍 않는 정부를 보며 안타까움이 든다"는 강 씨는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촛불은 더 강해져야 한다"는 것은 20대도 마찬가지였다. 박혜강 씨는 "시민들이 계속 나서면 정부도 국민을 더 기만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내일은 친구들을 더 설득해 함께 나오겠다"고 말했다. 10대와 달리 주저하고 있는 같은 20대를 향해 박 씨는 "취업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이 '먹고사니즘'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김장훈·문소리와 함께 17일 전국 곳곳에서 더 거센 촛불이 타오른다
▲"국민과의 소통"의 중요성을 말하면서도 거리로 나선 국민들의 진심을 보지 못하는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촛불은 더 강해져야 한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프레시안

조촐했던 이날 촛불 문화제는 한편으로는 17일 있을 대규모 집회 때문이기도 했다. 교육 자율화 문제와 함께 치러지는 이날 촛불문화제는 본행사에 앞서 서울 시내 곳곳에서 다채롭게 치러진다.

가장 먼저 오후 4시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의 주최로 여의도공원에서 '국민이 뿔났다' 행사가 열린다. 서울 명동에서는 오후 4시 30분부터 '미친소 때려잡기 청소년 거리행진'이 진행된다. 덕수궁 앞에서는 오후 5시부터 '5·17 청소년 행동의 날' 행사가 '5.17 청소년행동 공동준비모임'의 주최로 진행될 예정이다.

본격적인 촛불 문화제는 저녁 6시 30분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다. 특히 이날은 '미국산 쇠고기 반대'에 동감하는 예술인도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촛불 문화제에 참여가 예정된 가수 및 대중예술인은 △윤도현 밴드 △김장훈 △문소리 △블랙홀 △트랜스픽션 △손병휘 △레이시오스 등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촛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울산에서는 롯데백화점 앞에서 저녁 7시부터 2차 촛불 문화제가 열린다. 같은 시각 강릉시 선프라자 앞, 경주시 황성공원, 순천시 조은프라자, 대구시 칠곡 동아백화점, 포항시 육거리 우체국 앞, 부산시 서면, 제주시 시청 앞에서도 촛불 문화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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