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참여연대의 명의를 도용해 '부정부패 공직자 명단 통보'라는 충격적 내용의 e-메일을 보낸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24일, 정부부처에 참여연대 명의 '부정부패공직자명단통보' e-메일 전송**
지난 24일 각 정부부처에는 '부정부패 공직자 명단 통보'라는 제목의 e-메일이 전송됐다. 이 메일에는 "수년간 수집한 자료를 근거로, 부패공무원들의 추적을 통하여 부정부패 공직자 명단을 작성하였습니다. 민감한 사항이니만큼 홈페이지 및 언론 공개에 앞서 공무원들에게 소명기회를 주고자 합니다"란 내용과 함께 메일 발신처로 '참여연대 홍보실'로 밝혀져 있었다.
각 정부부처 공무원들은 곧바로 e-메일의 진위 여부를 알기 위해 참여연대에 문의를 해왔고, 참여연대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청와대, 산자부, 철도청, 기상청 등 상당수 공공기관에서 25, 26일 이틀에 걸쳐 확인전화가 계속 걸려왔고, 일부 공무원들은 자신의 소속도 밝히지 않은 채 메일의 진위 여부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참여연대는 e-메일 파문이 확산되자 이번 사건과 관련 지난 26일 각 정부부처 공보관실에 공문을 통해 이번 e-메일과 참여연대와는 무관하다는 요지의 공문을 발송하는 한편, 종로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따라 지난 27일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는 이번 사건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국정원, 29일 명의도용 메일 발신자 고백..."사이버전 모의훈련 때문" 해명**
이처럼 경찰청이 수사에 착수하자, 지난 29일 국정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참여연대 명의도용 e-메일 살포의 당사자임을 토로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국정원 산하 국가사이버안전센터는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응역량 강화를 위해 사이버전 모의훈련을 실시하면서 참여연대 명의의 '부정부패 공직자 명단 통보'라는 e-메일을 국가 공공기관에 발송했다고 29일 발혔다.
국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국가기관 통신망에 국내 인물이나 단체명의의 위장 e-메일을 이용, 첨부파일 열람과 동시에 해킹하는 사례가 빈발, 이에 대비한 훈련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국정원은 "비록 훈련용으로 위장, 전자우편을 발송한 것이었으나 사전 동의 없이 참여연대 명의를 임의로 사용한 데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덧붙였으나, 국정원이 왜 참여연대의 명의를 도용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경위를 밝히지 않았다.
***참여연대, "공신력과 명예 심각 훼손", "법적조치 취할 것"**
참여연대는 국정원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동시에 국정원의 공식적인 사과와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참여연대는 이번 사태와 관련 성명을 내고 "국정원의 해명내용의 진위 여부를 떠나 '부패공직자명단통보'라는 매우 민감한 사안을 담은 메일을 정부부처에 배포하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참여연대의 공신력과 명예를 심각히 훼손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참여연대는 "국정원의 공식적인 사과와 책임자에 대한 문책을 요구할 것이며 명예훼손과 관련 법적인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며 나라 안팎 정보수집활동이라는 임무의 특성상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국정원이 이번 '명의도용'사건을 통해 심각한 '도덕 불감증'에 빠져있음을 확인케 하고 있어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다음은 지난 24일 전송된 문제의 e-메일 전문이다.
***참여연대 명의를 도용해 보내진 메일**
제목 : 부정부패 공직자 명단 통보
작성일 : 2004.08.24 14:20:51
보낸사람 : 참여연대(홍보실)
참여연대는 수년간 수집한 자료를 근거로, 부패공무원들의 추적을 통하여 부정부패 공직자 명단을 작성하였습니다.
민감한 사항이니 만큼 홈페이지 및 언론공개에 앞서 관련 공무원들에게 소명 기회를 주고자 합니다.
저희 단체의 조사결과를 개인별로 첨부합니다. 이 자료에 대한 시정 또는 오류사항이 있으시다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별 이의가 없는 한, 8월 28일부로 언론공개 및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등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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