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무분별한 감세는 안 된다'는 경계심이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소득세는 오히려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세부담률 20%대로 낮출 것"
강만수 장관은 16일 국세청에서 열린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 참석해 "지속적으로 감세를 추진해 조세부담률을 2012년까지 20%대로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부분의 국가가 감세조치로 조세부담률을 낮추고 있다"고 언급했다.
강 장관의 발언은 경기 진작 카드로 감세를 선택했음을 뜻한다. 감세의 조기 추진으로 기업 부담을 완화하고 이를 통한 내수 확충을 유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강 장관은 이를 위해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법인세율을 대폭 인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이와 함께 연구·개발(R&D) 시설투자와 중소기업 지원 확대 등을 병행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정기국회에서는 근본적인 세제개편을 추진할 계획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이 이날 조기 감세 결정을 내림에 따라, 단기 경기부양을 위해 추경 편성까지 밀어붙일지가 관심이 됐다.
당장 성장률 높이기에는 추경이 감세보다 더 효과적이다. 조세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추경의 경제성장률 효과는 0.14%포인트다. 0.05%포인트에 불과한 감세에 비해 즉시적인 성장 효과가 더 높다. 정부 입장에서는 훨씬 매력적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추경 편성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추경 편성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이영 교수는 "추경은 국가재정법 범위 자체를 벗어나는 인위적 정책"이라며 "국내 경기가 추경까지 필요한 정도로 위기는 아닌 만큼 하지 않는 게 옳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1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금은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추경편성을 할 때가 아니다"고 못박았다.
감세는 인기영합주의…"경제 왜곡하는 공제제도부터 손봐야"
감세 정책에 대한 비판도 많다. 조세 제도에 구멍이 많은 상황에서 단순히 감세 정책만 밀어붙이는 것은 일부 계층에만 혜택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다. 공제제도 손질이 필요한 이유다. 강 장관의 이날 발언에 공제제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이상민 간사는 "지금도 상속세, 양도세 등 각종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는 상황"이라며 "특히 대다수 서민 계층에는 감세 정책의 효과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간사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상속세 부과율은 실질적으로 0.7%에 불과하다. 기초공제, 배우자 상속공제, 가업상속공제, 금융재산 상속공제 등 각종 공제제도가 많아 10억 원 미만에 대해서는 세율 30%와 관계없이 세금이 전혀 붙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양도소득세도 마찬가지다. 현행법상 6억 원 미만의 1세대 1주택자에게는 비과세 혜택이 돌아간다. 대다수 서민 계층은 주택을 양도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세금 감면 효과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셈이다.
소득세의 경우 국민의 절반이 과세미달로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역시 소득순위 하위 50% 계층에는 이번 정책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 간사는 "상속세 완화에 찬성하는 국민이 70% 가까이 된다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감세 정책은 한 마디로 '이미지 조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다양한 공제제도는 자원 분배를 왜곡해 자율 시장 경제 자체를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경우 공제가 많이 되는 분야에 투자가 몰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자원 배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장 임시투자세액공제의 경우 올해에도 소급적용이 결정돼 연장이 확정됐다. 임시투자세액공제에 지원되는 조세액은 2조 원대에 달한다. 이 때문에 감세 정책과 발맞춰 적절한 공제제도 개선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영 교수는 "현재 개인소득세수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국가에 비해 대단히 낮은 수준"이라며 "개인소득세와 상속세 등 공제로 인한 허점이 많은 부분은 실질부담분을 늘려 소득계층별 형평성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감세 정책의 경기 진작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법인세 인하 등은 중장기 정책으로 단기에는 큰 효과가 없다"며 "고유가·원자재값 상승 등이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때는 유류 탄력세율 추가 인하 등을 통해 악화된 부분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좀 더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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