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에서 예기치 못한 극한충돌이 발생했다. 청와대 앞에서 이런 충돌사태가 발생한 것은 지난 수십년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오전 한때 경찰-시위대 극한 대치, 한상렬 통일연대 대표 실신하기도**
3일 오전 7시 자이툰 부대가 출발한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시위를 벌였던 '파병반대국민행동', '민주노동당', '한총련'등 3백여명의 대오가 오전 10시 청와대 앞 기자회견을 위해 상경했다. 당초 청와대 앞 기자회견은 1박2일동안의 장기간의 노숙투쟁으로 집회 대오가 상당부분 체력적 저하를 보여 경찰과의 극한 대치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측됐다.
청와대로부터 반경 3백여 미터 떨어진 청운 새마을금고 옆에서 자리를 잡은 집회측은 오전 10시30분부터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이 30분여분 진행된 직후 행진이 시작되면서 다소간의 경찰들과의 충돌이 벌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격렬시위라고 부르기에는 적절치 않았다.
민주노동당, 파병반대국민행동 지도부들은 한총련과 민노당 학생당원들이 경찰과의 몸싸움을 벌이는 동안 잠시 자리를 피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4개여 중대가 동원된 경찰력에 비해 3백여명의 학생대오는 철군의 의지에 비해 물리력은 역부족이었다.
바로 이 때(오전11시경) 열흘 남짓 파병철회를 요구하며 단식을 벌였던 한상렬 통일연대 대표가 청와대 방향으로 빠른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학생대오에만 주목하던 경찰은 순식간의 사태에 대오가 흐트러졌고, 뒤에서 대기하던 경찰병력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상렬 대표도 골목에 배치되어 있던 경찰력에 의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문제는 열흘동안 단식을 해 한눈에 봐도 기력이 쇠한 한 대표를 경찰들이 다소 격렬하게 대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강승규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이용식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오종렬 파병반대국민행동 공동대표, 정광훈 전국민중연대 상임대표 등이 가세했다.
시위대 지도부들과 경찰은 5분여 격한 충돌을 했고, 이 과정에서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이 경찰이 휘두른 방패에 다치는 일도 발생했다. 경찰, 시위대 양쪽이 감정이 폭발할 때 천영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가 나서 사태를 수습했다. 천 대표는 경찰 당담 정보과장에게 경찰의 무리한 폭력행사를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경찰력에 봉쇄되어 있던 학생대오가 멀리서 이 과정을 지켜보다 경찰들을 거세게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다시 경찰은 방패를 휘두르기 시작했고, 다수의 부상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경찰지도부들도 사태가 예상과 달리 격화 양상을 보이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당황하는 가운데 일선 병력들의 우발적 폭력행위가 보였다.
40여분간 극한 대치를 한 끝에 오전 11시40분부터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한상렬 대표는 반실신한 상태에서 울부짖어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다.
***"파병을 막지 못해 죄송합니다""국민의 힘이 더 필요합니다"**
이에 앞서 오전 10시30분부터 기자회견이 열렸다. 경기도 광주 자이툰 부대 주둔지와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1박 2일 노숙투쟁을 전개한 이들은 여전히 '파병철회, 노무현 정권 규탄'을 외치며 대오를 정리했다.
정대연 파병반대국민행동 기획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은 여느 때보다 격렬한 발언들이 많았다.
오종렬 파병반대국민행동 공동대표는 "밤새 우리 젊은이를 죽음의 구덩이에 몰아넣지 말라고 시위를 했다. 경찰이 우리를 막고, 결국 우리는 자이툰 부대를 실은 비행기가 떠나는 것을 보았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이라크의 피의 보복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는 이어 "무엇이 한미동맹인가. 스스로를 죽이고 남을 죽이는 침략전쟁에 동참하는 것이 한미동맹인가"라고 반문한 뒤, "진정한 한미동맹은 한국과 미국이 상호 호혜 평등의 원칙이 지켜지고 자주권을 인정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승규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치욕의 마음을 품고 새로운 투쟁을 전개할 때다. 민주노총은 노무현 정권과 명백한 대립전선을 설정하고 70만 노동자의 힘으로 반드시 파병을 저지하고 철군을 이뤄낼 것이다"라고 말해 한껏 악화된 노-정 관계가 자이툰 부대 출병으로 더욱 경색될 전망이다.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은 "노무현 정권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노무현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문화를 이해를 하는 인사라면, 사람을 죽이고, 삶을 파탄내고, 문화를 붕괴시키는 전쟁에 동참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는 "민주노동당과 시민사회단체가 파병을 막기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막아내지 못해 자못 부끄럽다"고 말한 뒤, "2004년 8월 3일은 대한민국 역사에 가장 치욕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사는 노무현 정부를 엄중히 심판할 것이다"며 "공개할 수는 없지만 보다 새로운 투쟁을 제안할 것이고, 전개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1명 죽이면 살인자, 1천명 죽이면 전쟁영웅?"**
젊은 활동가들에게도 발언기회도 주어졌다. 전지윤 다함께 운영위원은 "1명을 죽이면 살인자, 1천여명을 죽이면 전쟁영웅이란 말을 노무현 대통령은 믿는가"라며 "21명을 죽인 유영철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보도통제로 우리 국민들은 자이툰 부대가 3일 새벽 이라크로 떠난 사실을 모르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진실을 곧 알게 될 것이고, 노무현 정부는 자신들의 행위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 것과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연사의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집회 참가자들은 간간이 다음의 구호를 외쳤다.
"망국적인 파병강행, 노무현 정권 규탄한다"
"미국의 총알받이 한미동맹 결단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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