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을 우려하는 시민을 놓고 "2003년 부안 사람들처럼 잘 모르고 선동됐기 때문"이라고 매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운천 장관은 1일 오후 서울대 농생대에서 열린 특강에서 최근의 미국산 쇠고기를 둘러싼 논란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문제와 비유하며, "부안 인근에 원자력 발전소는 들어섰지만 방폐장이 들어설 수 없었던 것은 사람들이 사실을 잘 모르고 선동된 탓"이라며 "사실을 있는 그대로 판단하는 지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사실 확인이 안 된 얘기는 정 장관이 쏟아냈다. 그는 <PD수첩>을 통해 널리 알려진 미국에서 올해 초 공개된 '주저앉는 소'를 도축하는 동영상을 놓고도 "동물 보호 단체에서 찍은 것으로 쇠고기가 '리콜'된 것은 학대 책임 탓이지 광우병 때문은 아니다"라며 "잘 모르는 사람이 고양이를 보고 호랑이라고 두려워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정운천 장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해당 쇠고기가 리콜된 것은 주저앉는 소는 도축하지 않기로 한 미국의 광우병 예방 정책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간 농림부는 이런 리콜 사태에 문제를 따로 삼지 않은 이유를 "해당 도축장은 한국으로 수출하는 쇠고기가 관련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혀 왔다.
정 장관은 또 "미국에서 2003, 2004, 2005년에 광우병이 발병한 소 3마리는 동물성 사료가 금지되기 이전에 이미 동물 사료를 먹은 소이며, 이를 제외하고 1997년 동물 사료가 금지된 뒤 지난 10여 년간 미국에서는 소 1억 마리 가운데 한 마리도 광우병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역시 확언할 수 없다. 농림부 자신이 인정하기를 미국은 약 25% 정도의 소만 '이력 추적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대다수 소는 출생지, 연령 등을 정확히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소의 연령을 측정할 때 소의 치아를 보고 감별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2005년에 광우병이 발생한 소를 놓고 연령 논란이 있었던 것도 이런 사정 탓이다.
정 장관은 더 나아가 "정부에서는 책임 있는 얘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광우병이) '호랑이가 아니다'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고양이다'는 말밖에 하지 못 한다"고 말했다. 즉 내심 '광우병이 위험하지 않다'는 속내를 비친 것이다. 그는 앞서 광우병을 인간에게 전염되지 않는 구제역에 비유해 '무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광우병은 인간과 동물에 동시에 전염될 수 있는 병이다. 또 쇠고기와 같은 먹을거리 섭취뿐만 아니라, 수혈을 통해 감염될 수 있는 명백한 전염병이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펴낸 '인간광우병(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 vCJD) 관리 지침'에서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식습관을 바꾸는 게 좋다"고 경고할 정도였다.
또 복지부는 이 지침에서 국민이 인간광우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직접적'인 감염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소의 '뇌와 척수'를 먹지 말고, 광우병이 발생한 나라에서 쇠고기를 수입하는 것을 규제하라고 했다. 정운천 장관은 복지부에서 펴낸 전염병 관리 지침을 '거짓'이라고 몰아붙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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