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총리는 이날 오후 개소식에서 "진보세력이 정책적 대안 제시 역량을 갖지 못하면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을 것"이라며 "여당의 총리를 하면서 중장기 목표를 공동으로 모색하지 못해 국가적 손실을 겪는 게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고 설립 이유를 밝혔다.
이 전 총리는 그러나 '정치단체'로서의 성격에 대해서는 극구 손사래를 쳤다. 그는 신당 창당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에게 "나라의 총리까지 한 사람이 그런 일을 하겠느냐"며 "개혁적 입장에서 국가적 진로를 찾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소통'을 화두로 내건 광장은 앞으로 계간지 발간을 비롯해 월 2회 이슈브리핑 배포, 공공정책 연구아카데미 개설, 토론·강연회 등 정책 개발에 매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친노, 광장으로 뭉치나
이 전 총리가 극구 부인함에도 불구하고 '盧의 남자'로 불리는 이 전 총리가 만든 '정책 연구기관'이기 때문에 광장을 중심으로 친노 세력이 재결집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날 개소식에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강봉균, 원혜영, 이미경, 장영달 의원 등 통합민주당 중진 인사들이 참석했지만, 단연 가장 눈에 띄는 인물들은 유시민, 유기홍, 이화영, 김형주, 김태년 의원 및 안희정 전 참평포럼 상임집행위원장 등 이른바 '친노 그룹' 인사들이었다.
이치범 전 환경장관, 허성관 전 행자장관, 이기우 전 교육부 차관 등 노무현 정부 장.차관 출신들이 광장에 대거 참여한 점도 눈에 띈다.
이들이 당장 정치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 친노 진영이 대거 총선에 낙선한 상태여서 현재의 민주당에서는 입지를 확보도 쉽지 않다. 따라서 독자 세력화를 통한 재기를 노리는 이들에게 적어도 광장은 이들의 정치적 소통의 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치와 싱크탱크
'싱크탱크'를 기반으로 한 정치 세력화는 미국의 모델과 맞닿아 있다. 지금은 세가 조금 주춤하지만 미국의 신보수주의를 대표하는 '네오콘' 그룹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라는 싱크탱크를 만들어 클린턴 정부의 외교 정책 등에 대해 집중 공격하며 '재집권'을 준비했다.
PNAC의 주요 멤버는 딕 체니, 도널드 럼스펠드, 폴 월포비츠, 조지 W. 부시의 동생인 젭 부시 등이다. PNAC 의장인 윌리엄 크리스톨은 <위클리 스탠다드>를 통해 네오콘의 이념을 설파했다. 그리고 이들은 2000년 조지 W. 부시가 집권하면서 대거 백악관과 국무성에 입성했다.(☞관련기사: 미 대외정책의 막후 실세, PNAC)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 회고' 분위기가 일각에서 형성돼 가는 와중에 '광장'이 한국 정치 상황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할지 흥미로운 관전거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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