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성화 서울 봉송 행사를 앞두고 주한 중국대사관이 중국인유학생회 등을 통해 한국에 체류 중인 중국인이 성화 봉송 행사에 많이 참석하도록 독려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재한 중국인유학생회 등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과 서울시청 등에서 27일 열린 '베이징 올림픽 성화 서울봉송' 행사를 앞두고 중국대사관이 한국에 있는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사전에 문자메시지와 전화, 공문 등을 통해 행사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중국인 유학생 A씨는 "대사관에서 어제 열렸던 집회에 참석해달라고 연락이 왔지만 나는 가지 않았다"며 "대사관에서 한국의 각 대학에 있는 중국인유학생회 회원들에게 연락해 참가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씨는 "주한 중국대사관에는 '유학생회'라는 부서가 있는데 무슨 일이 생기면 여기서 각 대학 유학생회에 연락을 하곤 한다"며 "27일 오전 대사관에서 서울대 유학생회에 행사 참석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 유학 중인 중국인 B씨는 "우리 학교에 함께 유학 중인 유학생회 회장에게 연락을 받고 서울시청 집회에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지만 이 학교 유학생회 회장은 "나는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았고 나 혼자 갔다"고 부인했다.
한국·중국 간 교류를 연구하는 한 국내 연구소의 한국인 교수 C씨는 "내 연구실에서 일하는 중국인 학생들에게는 3주 전부터 행사에 참석해 달라는 문자메시지가 왔었다"며 "성화 봉송은 경사스러운 일이므로 중국인의 긍지를 느낄 수 있도록 희망자는 참석하라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날 모인 중국인 시위대 가운데 일부는 인터넷의 중국인 유학생 사이트에서 정보를 주고 받으며 참석을 독려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반(反)중국 시위대에 보도블록 등을 투척한 혐의(집시법 위반)로 불구속 입건된 중국인 진모(21) 씨는 경찰에서 "유학생 사이트에서 '27일 성화 봉송 행사에 집결해서 중국의 힘을 보여주자'는 글을 읽고 부산에서 일행 170여 명과 함께 상경했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 전날 성화 봉송 행사를 둘러싼 중국인들의 과격시위를 지켜본 한 네티즌은 "대규모 행사를 벌이려 했다면 그만큼 자국민 관리에 좀 더 신경썼어야 했다"며 "중국대사관 등은 한국에 유학온 학생들이 좀 더 자중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도 전날 과격 시위와 관련해 중국대사관 측이 집회참가자를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가 낭패를 보았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한편 주한 중국대사관은 이같은 사실에 관한 공식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이날 오후까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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